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22건

  1. 2008/05/08 [전국돌아보기07] 해남 땅끝에서 강진읍까지
  2. 2008/05/05 [전국돌아보기06] 영암 독천에서 해남 땅끝까지
  3. 2008/05/02 [전국돌아보기05] 고창 무장에서 영암 독천까지
  4. 2008/04/28 [전국돌아보기04] 부안 줄포에서 고창 무장까지
  5. 2008/04/25 [전국돌아보기03] 서천비인에서 부안까지
  6. 2008/04/21 [전국돌아보기02] 서산 해미에서 서천 비인까지
  7. 2008/04/21 [전국돌아보기01] 태안 만리포에서 서산 해미까지
  8. 2008/04/02 백두대간 5월까지 중단합니다.
  9. 2008/03/23 한라산 비바리 신령님께 바람맞다! (1)
  10. 2008/03/03 백두대간 조항산 - 청화산 구간 갔다왔습니다 (1)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전국돌아보기07] 해남 땅끝에서 강진읍까지

View Comments

5월 6일 (화) 땅끝마을에서 해남 북일면 신월리까지 (31.3km)

어제 느긋하게 쉬고 진도홍주란 걸 먹었다. 술 좋아하는 내가 지역 토속주를 놓구 갈수 있나? 일명 앉은뱅이주라고 한다는데... 얼마나 독할까? 40도란다. 30ml짜라 사서 먹어본다. 우와 장난아니다. 이거 양주다. 반병 먹으니 알딸딸 하다. 한병 다먹고 눈뜨니 새벽이다. 정말 좋은 술이다. 이런 술이 왜 전국구화 되지 않나 모르겠다. 남의 나라 양주 먹느니 차라리 홍주가 훨 낫다. 이거 판로 개척에 좀더 지자체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일출을 찍어야 하나든 일념에 일어는 났는데... 나가기가 싫다. 전망좋은 위치라 그냥 방안에서 창문 열어놓고 찍는다. 얍삽한 용지기.

 

가자. 정말 지명처럼, 내 블로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길"을 간다. 우측으로 해변도로와 다도해가 눈앞을 현혹한다. 해수욕장도 참 이쁘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서 그런지 을씨년 스럽다. 차도 별로 없다. 이쁜 해변도로가 끝나고 북쪽으로 방향을 트니 달마산 자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마산 - 두륜산 - 월출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백두대간으로 이어질 거다. 어쩌면 여기가 진정한 백두대간의 시작인 셈이다.

담벼력이 온통 낙서 투성이다. '00야 사랑해'부터 '00 국토 순례 시작', '대위 00 30년 후 대장으로'에 이어 '비정규직 철폐' 까지... 자신의 바람을 득득 긁어놨다. 써놓은 것 보니 참 국토순례 많이도 하나보다. 그러고 보니 동네 개들도 짖지를 않는다. 그냥 쳐다본다. '어 저놈 또 지랄하고 있네' 하며... 점심을 드시러 가시는 할머니들도 모두 '땅끝에서 오남. 어디까지 갈건데... 학생 수고해" 하신다. 또 학생이란다. ^^

 

온통 마늘 밭이다. 확인됐다. 바다바람이 마늘 성장에 좋다는 사실. 달마산이 숨을 죽일 즈음 두륜산이 다시 내달린다. 정말 이쁜 산이다. 바위가 정말 이쁘다. 암벽하는 사람들 환장하겠다. 인공적으로 쌓아 놓은 것같은 바위도 눈에 띈다. 정말 이쁘다. 눈이 호강한다.

잠시 정류장에 양말까지 벗어 놓고 쉰다. 내가 뱀보다 더 싫어하는 놈. 송충이가 나를 향해 질주해 온다. 이놈 갈색 털이 수북하고 살도 통통하다. 씨겁해서 스틱으로 쳐낸다. 아스팔트로 내몰린 송충이...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 벌써 목이 가렵기 시작한다.

 

두륜산 한 자락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산속을 걷고 있는 나 너무 좋다. 그런데 오른쪽 엄지 뼈가 아파 발가락을 오무리고 걷다가 갑자기 종아리 앞쪽 근육이 뜨끔하다. 그러더니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지도를 잃어버려 정확한 거리 측정도 않되는데 걱정이다. 죽어라 간다. 다행히 오전에 부지런히 걸어놔서 5시에 목적이인 신월리에 도착한다. 아마 오늘 제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대략 34Km 정도... 넘 무리했다. 그런데 여인숙, 여관, 아무것도 없다. 천상 해남읍으로 철수해야 하는데 차시간이 6시란다. 제길 1시간을 기다린다.

 

 

5월 7일 (수) 해남 북일면 신월에서 강진읍까지 (24.1km)

아침 일찍 출발지로 간다. 북일면 사무소가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와... 두륜산이 작은 산이 아니었다. 정말 이쁜 산이다. 촌놈처럼 차안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종주하는데 8시간이 걸릴단다. 담에 꼭 와서 종주 한번 해봐야지.

 

한시간을 걸었나? 강진군이란다. 내내 왼쪽에는 두륜산 능선과 오른쪽으로는 지평선 너머 완도를 끼고 참 이쁜길을 걷고 있다. 남해의 산들 높지는 않아도 참 이쁘다. 기암괴석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어... 뒷볼일이 생겼다. 좀만 참자. 도보여행 중 가장 좋은 화장실은? 풀숲? 아니다. 뱀과 송충이 땜시 좀 걱정이다. 그럼? 바로 주유소다. 주유소야 심심치 않게 있으니 주인한테 인사한번 하고 들어가서 볼일 보면 된다. 오늘도 시원하게 볼일보고 좀더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전진한다.

 

버스정류장에 잠시 멈춘다. 한 아주머니가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또 학생이란다. ^^ 내 나이를 밝히니 믿지 않으신다. 민증을 깔수도 없고... 그런데 이길 참 많이들 도보여행 다닌다고 한다. 자기 아들은 부평사는데 산에 미쳐서 내 배낭 같은 걸 지고 다닌단다. 그러다 암벽타다 두 손이 부러졌다고 한숨이다. 그런데 지금도 산에 다닌단다. 그것도 결혼해서 와이프하고 같이... 에구 부러워라.

 

왠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앰프소리가 난다. 들어보니 전교생이 체육대회 연습중인 것 같다. 신전초등학교란다. 엥... 전교생이 3-40여명이다. 선생님들도 전부인 것 같은데 5명이다. 4학년은 굴렁쇠 굴리기를, 나머지 학년은 응원을 연습중이다. 정말 조촐하다. 이 애기들(전라도에선 다 이렇게 부른다)도 이동네애들이 아니란다. 신전면 곳곳에 퍼져있어 통학차가 한바퀴 돌아 데리고 온단다.

 

두륜산이 끝나는가 싶더니 덕룡산이란다. 이름이 노해마을이다. 노동해방을 위해 싸우는 동지들이 모였나? 아 첨으로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다. 그동안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에 물을 대고 하는 건 봤는데 모내기 하는 건 오늘 첨 본다. 벌써 모내기라. 좀 빠른 것 아닌지? 어... 여기서 카메라 배터리가 나갔다. 에궁... 배터리 여유분은 배낭 제일 밑에 있는데... 귀찮다. 오늘은 사진 여기서 끝.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카시아다. 꽃이 벌써 폈다. 어렸을때 앞산으로 아카시아 따러 많이도 다녔는데... 막 달린 아카시아를 가시를 피해 ?어 먹는 그 달콤함이란... 그런데 이놈들이 과수농가에게는 지독한 말썽쟁이다. 잘 죽지도 않고 뿌리가 워낙 깊어 타 과수들의 성장을 방해한단다. 그래서 이놈들 죽이려면 밑동을 친 다음 '근사미'란 아주 독한 제초제를, 그것도 원액을 붓으로 찍어 발라주어야 한다. 그래야 완전히 죽는다. 그래도 번식력이 강해 굳굳하게 살아간다.

 

이쁜 석벽을 통과한다. 강진의 소금강이란다. 이쁜긴 이쁜데 소금강이라 하기에는 너무 짧다.

도암면을 돌아 국도 2호선에 들어선다. 아... 도로 확장공사를 하느라 난리가 아니다. 그래 제일 오래된 국도 2호선인데 아직까지 2차선 이라면 좀 그렇지. 그런데 빨리좀 끝내라. 좀 호젓하게 가고 싶다. 차량량이 장난아니다. 조심 조심 간다. 그런데 이놈의 도로공사 산천을 다 파헤친다. 산이 가다가 주저 앉는다. 애구...

 

어제 뜨끔한 종아리 앞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죽을 듯이 간다. 발바닥이 나으니 이젠... 그나마 어제 많이 걸어놔서 오늘은 22km밖에 않된다. 어거지로 간다. 간신히 도착한 강진.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다. 분명히 백반 된다고 되어 있는데... 에구 "우린 1인분은 안해요" 하더니 나가란다. 이 괘씸한 아줌마. 정말 넘 한다. 강진군청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다. "남문식당" 절대 가지 말자.

 

 

5월 8일 (목) 휴식

아침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뭐 그리 큰 카네이션 바구니를 보냈냐구 하시며 고맙단다. 그러곤 끊으신다. 우리 엄마 전화 한번 시원하게 하신다. 딱 본인 말씀만 하신다. 하기야 아들 잘 못 둬 맘 고생 많으신데... 지금 이러는 거 알면 뭐라 하실까 걱정이다.

종아리 앞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도저히 못걸을 것 같다. 하기야 지난 화요일부터 내리 9일을 걸었으니 좀 쉬긴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오늘은 푹 쉬고 침이라도 맞자. 앞쪽 인대가 늘어났다고 부황뜨고 피빼고 침맞고 한결 낮다. 쉴때 더 쉬자.

 

 아무도 없는 산길. 내가 주인이다.

 해남의 명물이다. 10월에서 3월 사이 일출이 이 가운데로 떠오른단다. 에구... 요즘은 않떠오른단다.

 땅끝에서 만나는 일출. 이쁘다.

 남해 다도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달마산 능선이 눈앞을 현혹시킨다.

 저 멀리 8개의 봉우리가 달려가는 두륜산 정상이 보인다.

 두륜산의 기암괴석. 마치 신선이 돌탑을 쌓아놓은 것 같다.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신전초등학교 애기들... 조촐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자전거족들... 혼자는 너무 위험하다. 둘 이상이면 자전거 여행도 좋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08 15:25 2008/05/08 15:25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전국돌아보기06] 영암 독천에서 해남 땅끝까지

View Comments

5월 3일 (토) 영암 독천리에서 해남읍까지 (28.8km)

아침부터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있냐고 묻는다. 영암이라니까 왜 거기인지 묻지도 않고 자기는 어제 서울 갔다왔다고 한다. '광우병 미국소 수입 반대' 촛불시위 갔다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넌 뭐하냐고 지랄이다. 우씨...

미국소 수입... 미친짓이지 뭐. 그런데 들어오면 안먹으면 된단다. 그래? 그런데 말이다. 소꼬리, 갈비로 만드는 모든 육수가 들어간 것들 다 못먹는다. 믿을 수가 없으니 수입고기는 물론 곰탕이니 갈비탕이니 까지 몽땅 다 못먹는다. 나 곰탕이면 환장하는데 큰일이다. 그렇지. 명바기나 그 똘마니들은 정말 한우만 쳐 드실테니 걱정 않을 것이고, 교통사고 보다 확율이 낮은 미국소 광우병 확율게임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보면 되지. 확율이 얼마나 나올까 나도 궁금하네.

 

택시기사에 물어 길을 찾는다. 간다. 오늘도 역시 2차선 지방도다. 아침 참 상쾌하게 간다. 날씨 끝내준다. 그런데 오늘도 30도 안팎이란다. 큰일이다. 벌써 허리와 발목 등엔 땀띠가 발생하고 있는데...

열심히 가고 있는데 개새끼가 짖는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이놈 덩치도 큰놈인데 세상에 줄이 없다. 큰일이다. 잽싸게 배낭을 풀고 스틱을 꺼낸다. 그리고 고글도 벗고 맨눈으로 째려본다. 이놈 주춤 주춤한다. 스틱 꽉 쥐고 째려보면서 지난다. 이놈 10여미터를 쫓아오면서 짖는다. 스틱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어제 뉴스가 떠오른다. 광주전남 뉴스인데 밭농사 나갔던 농민들이 뱀에 물리는 사고가 연속이란다. 벌써 살아 움직이는 놈 2마리, 깔려 죽은 놈 3마리를 봤다. 그냥 스틱 집고 가자. 뱀퇴치용으로... 절대 개새끼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늘도 덤프들이 장난아니게 많다. 터득한 비법. 약 20m 전방에서 시야에 들어오면 슬쩍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럼 이분들 같이 호응해서 손흔들어 주며 널찍이 물러나 지나간다. 흐흐...

지방도를 벗어나 농로로 들어간다. 약 1-2km 돌아가지만 좋다. 세시간 정도 가는데 차가 10대도 안지나간다. 어제 좀 무리를 해서 삼호가 아닌 독천까지 8km정도를 앞질러 놨으니 시간은 널널하다. 았싸 뒤로도 걷고 게걸음으로 옆으로도 걷고, 그러다 3-4km 정도 가면 이 농로길은 정자를 하나씩 만들어 놓았다. 푹 쉰다. 양말까지 벗고... 좋다. 그런데 오늘은 운대가 않맞는다. 2개 면소재지를 지나치는데 농번기라서 그런지 모두 닫혀있다.

쭈쭈바 한번 못사먹는다. 그런데 너무 덥다. 물 1L가 어느새 떨어졌다. 죽을 지경이다. 덥기도 덥고 지친다.

이럴때가 제일 죽음이다. 첫날부터 매일 같이 그래왔다. 오전에는 속도가 팍팍 붙는다. 점심 때우고 2시만 넘어서면 '내가 왜 이지랄을 하고 있나?' '에이 보는 놈들도 없는데...' 미치겠다. 그런 갈등은 도보여행을 해본 사람만 안다. 산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왜? 산은 올라갔으면 내발로 내려와야 하니까. 그런데 도보 여행은 그게 아니다. 바로 옆으로 나를 날러줄 차가 생생 다닌다. 시내버스부터 나같은 경우 단련된 종아리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차를 세워줄테니까... ^^
그러면 일단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려 본다. 차가 빨리와줘야 하는데 재수가 없어서 잘 않온다. 그럼 10분 쉬다가 '에이 그래도 존심이 있지. 그냥 가자' 다시 맘을 먹고 간다.

 

오늘같은 경우는 더 하다. 물은 떨어졌지 눈앞의 슈퍼는 두군데나 다 닫았지. 세시간을 그냥 걸어봐라. 미친다. 옥천면이란다.다행히 여기는 문을 열었다. 유혹을 뿌리치고 포카리 스웨트 1.5L 한병에 쭈쭈바 하나 먹고 힘낸다. 그래 가자. 얼마 안남았다. 그런데 옛 지방도가 산을 넘어야 한다. 약 4km 1시간 거리인데... 미치겠다.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다. 산책길로는 최고로 이쁜길인데 몸이 지치니 도저히 꽝이다. 어거지로 간다. 언덕을 넘으니 바로 앞에 드디어 해남읍이다. 근데 발은 나가질 않는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플랑카드가 쓰여있다.

 

"연등축제"란다. 5시에... 씻지도 못하고 피로에 죽을 맛인 발한테 미안하지만 사진기 들고 나선다. 애구...

 

 

5월 4일 (일) 해남읍에서 해남군 송지면 금강리까지 (24.5km)

아침에 친구놈에게 전화가 왔다. 위문온단다. ^^
부지런히 걷자. 위문도 온다고 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저녁때 비가 약간 온다고 한다. 어거지로 4차선 국도를 탄다. 줄기차게 가는데 너무 시끄럽다. 도저히 못참겠다.

 

2차선 국도로 내려와 화산면쪽으로 향한다. 한적하니 좋다. 좀 돌더라도 이런 길이 좋다. 적당히 구름낀 날씨에 바람까지 산들산들 불어주는 정말 걷기 좋은 날이다. 그런데... 지도를 다시보니 이런 국도가 이어지는 길이 농로다. 찾아오기 영 힘들 것 같다. 에이 화산면에서 현산면쪽으로 다시 4차선 국도를 타러가자. 30분을 괜히 허비 했다. 2차선으로 줄어든다.
그러더니 완도로 빠지는 초호 3거리부터는 최악이다. 갓길은 거의 없는데 차는 연휴라고 장난이 아니게 많다. 관광버스는 정말 싫다. 위태위태한 길을 가고 있다.

 

만리포에서 내려오는 동안 읍 소재지에는 꼭 있는게 있다. 창고 대방출 K2 salaman 일명 짝퉁 '케이투' 판매 광고다. 징그럽게도 태안에서 부터 이곳 해남까지 따라온다. 규제가 안되나?

 

마을이름이 금강리 란다. 초입에 두부부가 신농민상을 받았다고 축하 플랑카드가 펼쳐져 있다. 에이... 요즘같이 미국소 수입개방에 FTA까지 몰려오는데 신농민상은 무슨...

그런데 날이 한층 어두워진다. 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뭐 비올것 대비해놨으니 걱정은 크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어? 일기예보에는 잠깐 내리다 만다 했는데... 일단 피신이다. 다행히 농협 창고 옆에 정자가 있다. 긴급히 피신했다.

곧바로 알아 맞추기라도 한 듯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 초호 3거리를 지났다고 한다. 엥~~ 다왔네. 그래도 걸어서 1시간 인데... 10분도 안되서 후배하고 같이 왔다.

어쩔거냔다. 음... 이 비를 맞으며 가는 것은 그런데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처럼 차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는 무리 일 것 같다. 차 시야가 불안해서 안되겠다. 탈출이다.

 

진도 바닷길 축제 한다고 가보잔다. 어디나 있는 뻔한 먹거리 장터. 그런데 비가 장난이 아니다. 숙소를 정하려는데 엥 모든 숙소가 꽉찼단다. 우씨 어차피 비가 와서 전야제도 못볼텐데 다시 완도 장보고 축제로 가보잔다. 그래 가자. 내발로 가나? 차가 가지. 여기도 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간신히 구한 방은 3명이 자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았지만 어쩔수 없다. 방잡고 삼합을 먹었다. '소고기+전복+키조개' 정말 끝내준다.

 

 

5월 5일 (월) 해남 금강리에서 땅끝까지 (20.4km)

새벽같이 일어나 같이 아침을 먹고 올려보냈다. 다시 금강리다. 오늘은 정말 널널하다. 어제 약 10km를 남겨뒀으니 어쩔수 없이 땅끝에서 멈춰야 한다. 약 4-5시간 거리인데 다음 목적지는 5-6시간 더 가야 한다. 무리다. 정말 널널하게 가자. 잽싸게 또다시 번호도 없는 2차선 지방도로 내려선다.

아 여기서 도로 Tip. 국도와 지방도 등 왠만큼 큰 도로는 모두 도로의 고유번호가 있다. 1번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이르는 국도로 물론 판문점에서 끊긴다. 2번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부산광역시 중구에 이르는 국도, 3번 국도는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에서 평안북도 초산군 초산면에 이르는 국도, 4번 국도는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에서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에 이르는 국도다. 즉 종단은 홀수로, 횡단은 짝수로 도로의 번호를 매긴다. 유심히 살펴봐라.

 

바람이 강하다. 그래도 다행히 등뒤에서 밀어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자니 너무 좋다. 비가 개인 하늘은 맑다못해 시릴정도다. 보리밭이 파도처럼 너울 댄다. 정말이지 끝내준다. 어 제비다. 강남갔던 놈들이 돌아왔나보다. 올들어 첨보는 제비다. 이놈들 사진 한번 찍으려니 불가능하다. 너무 빠르다.

송지면. 다시 큰길로 나왔다. 오늘은 그래도 갓길이 좀 있다. 다행이다.

'전망이 좋은 길'이란다. 쉬었다 가자. 양말까지 벗고 푹쉬고 출발, 30분정도를 걷다가 지도를 보려는데, 아뿔사 지도를 쉬었던 곳에 놓고 왔다. 빽을 해야 하나? 에이 불가능이다. 어쩔수 없다. 그냥 가자. 좀 갑갑하지만 길 옆의 표지를 보고 가자. 송호 해수욕장이다. 다 왔단다. 2km만 가면 된단다. 빡센 언덕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바로 땅끝마을이다. 1시다. 그대로 초코바 하나 먹고 땅끝 탑을 보러간다. 사람들 참 많다. 여기가 최남단이란다. 뭐 섬으로 보면 제주도 밑 마라도, 이어도가 있지만 육지로서는 최고 남단이라니... 대견하다. 걷기 시작한지 약 17일 만이다. 뭐 앞으로가 더 힘들까? 가보면 알겠지. 일찍 숙소를 잡고 쉰다. 이제는 근력도 붙고 했으니 계속 간다. 쉼없이...

 

요기가 땅끝이란다. 국토 최 남 단

 해남 초의 축제와 연등행렬

 아름다운 길을 가고있는 내 발

  보리밭이 물결친다.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길도

 땅끝 탑이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05 17:32 2008/05/05 17:32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전국돌아보기05] 고창 무장에서 영암 독천까지

View Comments

4월 29일 (화) 고창 무장에서 영광읍까지 (25.3km)

청주에서 배낭을 A/S 맡기고 예전에 쓰던 배낭으로 교체해서 내려왔다. 그런데 차이가 너무난다. 이거 도통 몸에 맡지 않는다. 큰일이다. 이거 매고 작년 여름 지리산을 뛰어다녔는데... 간사한게 인간이라고 좋은 것 써보니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다.
배낭... 등산장비는 하여간 비싼만큼 그 값어치를 한다. 당일치기 산행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겨울산행이나 장기 산행은 장비가 30%이상은 차지 하는 것 같다.

 

출발지인 무장읍이다. 무장읍성은 해미읍성과 비교해서 정말이지 너무 성의가 없다. 달랑 읍성정문과 10여미터 담장 그리고 건물 한채가 전부다. 그런데 어제까지 여기서 동학형명 기념 문화제가 있었단다. 아깝다. 배낭만 아녔어도...

오늘의 목표는 전남 영광이다. 11시 30분 드디어 전라남도다. 여기도 조류AI 때문에 난리다. 방역을 하고 있던 공무원이 불러세운다. 커피라도 한잔하고 쉬었다 가란다. 구수한 전라도 말투에 인정이 푹 베어있다. 영광군 공무원이란다. 며칠전 나주에서 조류AI가 발생해서 전남 최전선에서 사수중이란다. 군인들 4명이 지원을 나와 함께 임무를 하고 있단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약물이 분무되어 날아온다. 하루종일 이러고 있어야 하다니 고생이다.

 

어~~ 라이오에서 도종환 선생의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일대기(?)를 훓어내려간다. 전교조를 하게된 동기와 소회... 그러면서 시인 도종환의 담쟁이가 낭송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 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그래 넘지 못할 벽은 없다. 희망을 꿈꾸는 자들이 함께 어깨걸고 뛰어 넘으면 현실이 된다. 화이팅!

 

12시 30분 법성포구에 도착했다. 조용하다. 동네가 온통 굴비판매점이다. 온통 굴비집이다. 우와.
맘먹고 굴비 정식을 시킨다. 아주머니가 1인분은 않된단다. 2인분 시킨다. 진짜 풍성하다. 굴비구이 두마리, 조기탕에는 알이 통통밴 조기 3마리, 여기에 굴무침에 꼬막, 꽃게 양념장까지 죽여준다. 배터지게 다 먹었다.
이 행복 여행의 진짜 별미다.

 

영광으로 갈까? 아님 해변도로로 돌아갈까. 해변도로로 돌아가자. 이정표가 없다. 지도가 두장이 합쳐지는 부분이라 독도가 않된다. 물어 물어 가보자. 3-4km 만 가면 바다인데 속리산 화양계곡에 와있는 것 같다. 산도 적당히 200-300m 전도로 참 이쁘다.
아무리 가도 목적지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엉뚱한 곳으로 나왔다. 거리계산 상 바닷가로 돌리기엔 무리다. 영광읍 방향으로 틀었다.괜히 한시간 이상을 돌아왔다. 에구...

그런데 전라도는 산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묘지가 밭한가운데 있다. 인삼밭에도 고추밭 복분자밭 한가운데도 있다. 뿐만아니라 쌔빨간 꽃으로 치장도 해놓고 있다. 가까운데 있어 돌보기에는 참 좋겠다.

영광읍이다. 우와 크다. 내가 본 읍중 제일 큰 것 같다. 근데 여기 군수 보권선가 하나보다. 또 뭘 헤쳐먹었나? 근데 예비후보 세명이 다 통합민주당이다. 이놈의 지역주의...

 

 

4월 30일 (수) 영광읍에서 함평읍까지 (28.1km)

오늘 아침도 '흔들리지마'를 보고 길을 나선다. 8시 45분 외곽으로 빠지는 갈림길이다. 이크 차량통행이 많은 2차선 국도다. 갓길도 체 30cm도 않된다. 운전자들... 나도 그랬겠지만 보행자 생각 전혀 않한다.바짝 붙어서 쌩쌩 지나간다. 특히 버스와 덤프 트럭(덤프연대 붙인 차들은 안그런다)들. 지나가려면 그냥 가지 그 큰 크랙션을 울려대며 위협적으로 지나간다. 9시 40분 영광군 순흥리를 지나간 금호고속 2대 반성해라.

 

독산이란 마을이다. 온통 유채꽃이다. 참 이쁘다. 축제기간이란다. 다행이 평일이라 나 밖에 없다. 그런데 유채꽃... 지고 나면 뭐하나? 동동구리모 만드나? 뭐에 쓰는지 모르겠다.
어. 어제 방제하던 그 영광군 공무원이다. "여적까지 여그밖에 못왔소?"하며 닥달을 한다. "소가 아파서 다니러 왔다"며 50cc 텍트를 몰고 다시 방역하러 간다. 그래도 반가왔다.

 

도보여행의 Tip. 4차선 국도 위험하다. 왠만하면 옆을 살펴라. 구길이 있던 아님 농로가 있다. 좀 돌더라도 그걸 타고 가는게 안전하다. 그런데 가끔은 없다. 그럼 그냥 위험해도 조심조심 가면 된다. 동네 슈퍼에서 소위 "쮸쮸바"를 사서 물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저 농로로 가도 영광 나오죠?" 할아버지 왈 "아따 그냥 큰길로 가부러" 역정이다. 예 알겠습니다.

 

이젠 발이 자동이다. 알아서 간다. 물론 발목, 발바닥 아프다. 그런데도 지가 알아서 간다. 이력이 붙었나보다.
함평 나비 축제한다는데...  몇시까지 하지? 아주머니가 9시까지 한단다. 부지런히 걷자. 5시 모텔을 피해 허름한 '장'자 붙은 여관을 고른다. 목욕탕하고 같이 하는 여관인데, 너무 뜨겁다. 창을 몽땅 열어놓는다.
나비 엑스포장을 가니... 6시 폐장이란다. 이궁... 그 아줌마 다시 돌아가 따질까?

 

 

5월 1일 (목) 함평에서 무안 청계까지 (22.4km)

노동절이다. 노동절날 이렇게 놀아본게 근 십몇년 만인것 같다. 도 닦을 때도 혼자 안에서 노동가 부르며 노동절을 기념했는데 오늘은 그냥 논다. 몇몇이 항의 전화와 문자를 보내온다. 노동절인데 어디있냐고? 죄송함다.

 

그냥 목포로 갈까? 그래도 억지로라도 와보는 나비엑스포인데... 그래 구경은 하고가자. 근데 너무 비싸다. 만오천원이다. 근데 돈이 않아까왔다. 정말 이쁘다. 그리고 잘해놨다. 가족단위로 오면 참 좋겠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좀 빨리 오는게 좋을 듯... 온갖 나비와 곤충이 눈을 현혹시킨다. 나비 날아다니는 것 찍으려 아주 고생고생한다. 이놈들 너무 빠르다. 촛점도 맞추기 어렵다. 애구...

 

초고속으로 4시간 관람을 2시간으로 마친다. 길을 가야 하니까. 11시 출발이다. 오늘도 4차선 국도를 피해간다. 동네 어르신한테 물어보니 상세히 알려주신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간다. 정말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좋다.


오후 1시 길을 가는데 새소리가 장난 아니다. 뭔 놈들이라냐? 학인지 왜가리인지 한마리가 머리위를 날아간다. 어... 왼쪽 호수 한가운데 섬에 이놈들 천지다. 와 얼른 마을 정자에 배낭을 풀고 카메라를 꺼낸다. 왠걸... 장관은 그 섬이 아니라 내가 그냥 지나온 야산이다. 온통 하얗다. 우와~~ 상동학마을이란다. 이 것 역시 도보여행이 준 선물이다. 큰길로 갔으면 꿈에도 못봤을 장관이다.

 

2시 반. 무안읍이다. 6시에 음성에서 삼호중공업 다니다가 이곳 목포로 이전한 형과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좀 멀지만 빡세게 가보자. 무미건조하지만 4차선 국도를 그냥 걷는다. 죽어라 걷는데 지쳤나보다. 속도가 안나온다. 애구... 5시 청계면이다. 안되겠다. 점프하자.

 

버스를 타고 목포로 날아간다. 친구놈은 산재로 나와있단다. 병원으로 갔다. 오랜만이라고 그 비싼 참치회를 사준다. 그러면서 한 걱정이다. 조합원들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위원장 선거에선 현대자동차 처럼 노예의 길을 촉진하는 '우리사주'를 쟁취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한다. 현장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그런데도 조합원들은 재테크라른 것에 매달려있다고 한다. 한때 가장 잘나가던 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의 현 주소다. 아니 대기업 정규직의 현주소가 맞을 것 이다. 큰일이다.

 

 

5월 2일 무안 청계에서 영암 독천까지 (31.1km)

놀러가는 차 엄청 많다. 황금연휴라고 장난이 아니다. 친구놈이 집에서 아침까지 먹여주고 원점 회귀 시켜준다. 자동차로 딱 10분이다. 목포 대학교 까지... 그런데 걸으면 족히 2시간 거리다. 우씨...

 

오늘은 4차선 국도 걷기 싫다. 우회하자. 일로읍으로 우회하여 청호리에서 영산강을 넘어갈 수 있다고 지도에 나와있다. 일로로 우회한다. 차들도 많지 않다. 좋다. 12시 일로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저... 청호에서 영산강 건너는 다리 있지요?" 엥... 없단다. 목포로 가야 한단다. 또 다시 지도한테  테러 당했다. 2시간을 정말 죽고싶은 심정에 걷는다. 미치겠다. 어쩔 수 있나 머리가 안되니 몸이 고생해야지. 다시 목포다. 우씨.

 

1시 문제의 그 영산강 다리다. 엄청 길다. 다리만 30분을 걸었다.
가는데 이상한 나무가 있다. 뭔 나문데 50cm정도 남기고 몽땅 잘랐다. 뭐야? 무화과란다. 특산품이란다. 무화과 이름은 들어봤는데 보진 못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시골동네 가면 제일 큰 건물은? 다들 '교회'라고 할 거다. 그런데 아니다. 요즘은 교회보다 '모텔'이 더 크고 높다. 제일 잘보인다. 이건 어느 동네나 다 그렇다. 한번 유심히 보면 알수 있다. 아. 이용자들은 모텔은 젊은 층이 교회는 노년층이 대부분이란다. 왜그런지는 잘 생각해 보도록...

그럼 모텔하고 파크(장)하고 어떻게 다른지 아는 사람. 모텔은 요즘 지은 것으로 고급 스럽다. 요금도 면 단위는 3만원, 읍 이상은 4만원, 특실은 5만원 한다. 특실은 뭐가 다른지 모른다. 주말은 만원 더 붙는다. 여긴 일단 깨끗하고 평면 TV가 있다. 드라이기도 있고 로션도 나름 고급이고 바디샴프도 있다. 파크(장)은 말그대로 여관이다. 좀 찝찝한 그런... 요금은 2만 5천원이다. TV도 꾸리하고, 드라기기는 없는데가 더 많다. 로션은 초록색 스킨과 흰로션. 그래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파크(장)을 찾는다.

 

그리고 아줌마들... 오늘 황사도 없는데 효과도 없는 황사마스크 쓰고 계신다. 운전하시면서도 쓰고 계신다. 제발 벗읍시다.

 

 팅팅 부어 터진 내 발바닥. 새끼는 완전 걸레다.

 무장읍성

 굴비정식. 혼자 다 먹었다.

 고추 버팀목을 박고 계신다. 이거 장난아닌데...

 유채 밭. 이쁘다.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

 이쁜 나비 박제.

 황금박쥐 조형물. 금만 162kg이 들었다고 한다. 2005년 싯가로 2천 7백만원 였다니 지금은...

 이놈들 찍기 장난이 아니다.

 백로냐? 학이냐? 왜가리냐? 우아하다.

 떼로 몰려사는 상동 학동네

 왼쪽의 교회와 오른쪽의 모텔이 마을을 가운데 두고 대치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02 20:55 2008/05/02 20:55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전국돌아보기04] 부안 줄포에서 고창 무장까지

View Comments

 

4월 26일(토) 부안 줄포에서 고창 선운사까지 (24.8km)

잠을 거의 못잤다. 줄포면에서 젤 그럴 듯한 여관에서 잤는데.... 바로 옆이 창고였던 것 같다. 지붕이 양철로 된... 10시에 잠들었다가 11시 반쯤 난리통에 깼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옆 양철지붕에선 정말 끝내 준다. 빗소리는 탬버린 저리가라고, 바람에 양철지붕이 날아갈 듯 난리다. 잠시 잦아지더니 웬걸 3시 넘어서 다시 불어온다. 잠자는 걸 포기해야 했다. 미치겠다. 잠이 보약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다. 오늘의 목표는 선운사. 그 유명한 복분자의 고장. 관광지에 주말이라... 영 개운치 않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10‘c 안팎이다. 체감온도는 강풍에 더 떨어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맞바람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이른 아침 두분의 부부가 고추밭에 비닐을 씌우고 계신다. 오늘도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인삼밭과 마늘밭이 지천이다.

어디보자. 국도는 너무 돌아간다. 내친김에 농로로 질러 가보자. 새벽에 내린 비로 질퍽질퍽 장난이 아니다. 신발이 두배가 됐다. 그덕에 정말 많이 점프했다. 무포란 동네에 이르니 희안한 비석이다. 동학군 진군로를 표시하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동학혁명 축제를 한다고 한다. 동학?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서구 자본주의 혁명의 천부인권 사상과 같은 맥락. 아니 고것 보다 좀더 나가 만민평등, 공동생산, 공동 분배의 혁명사상 아니던가?

 

며칠전 끝난 드라마 ‘쾌도 홍길동’을 재미있게 본적있다.

서얼제도를 타파하고, 나아가 신분제를 넘어설 수 있는 왕을 홍길동과 민중의 힘으로 세운다는... 그러나 그 왕은 끝내 양반의 편으로 돌아서 홍길동과 민중의 뒤통수를 치는... 딱 김대중 노무현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홍길동은 죽었나요?”라는 질문에 도사는 “홍길동은 어느시대나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며 끝을 맺는다.

동학, 망이망소이의 난 등 수 많았던 천민들의 난, 서구의 스파르타쿠스의 노예반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 까지.... 그리고 현재도 수많은 홍길동이 같은세상을 꿈꾸고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농로를 걷다보내 동이면 이란다. 여기부터 첨보는 작물이 줄줄이 심어져 있다. 어 뭐지? 버스를 기다리는 두 노부부에게 물어본다. 복분자나무란다. 아! 고창이다.

머리위로 솟은 내 배낭을 보며 매일 마주치는 질문. 뭐하는 중이냐? 어디까지 가냐? 나이는? 결혼은? 그 나이에 여자나 구하지 왜 그러구 다니냐고?

“더 나이 먹으면, 장가가면 도저히 이짓 못하니까 지금한다” 이게 답이다.

 

또 뱀이다. 혹 도보 여행할 사람 있으면 시골길은 갓길 수풀 주의깊게 보면서 가라. 재수 없으면 뱀에 물리는 수가 있다. 며칠전 본 뱀이 쇠살무사란다. 이름있는 독사란다. 물리면 그날로 객사한단다.

송현면을 지나는데 담벼락이 온통 꽃이다. 어... 자동차였으면 그냥 지나갈 길이다. 국화꽃과 자상한 아주머니들이, 어 지붕에도... 온통 그림이다. 누군지 참 잘 그렸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가 써있다. 이동네가 서정주 집이 있는 곳인가 보다.

좀더 걸으니 미당시문학관이 눈에 들어온다. 미당 서정주.

친일파로 돌아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일제의 총알받이로, 가미가제로 내몬 이가 서정주다. 그런데 그런 이를 기리는 문학관이 있다? 기가 막히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호의호식하고 유학다니고 하면서 해방이후에도 기득권층에 머물러있고,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천대받고 일제에 탄압받으며 못먹고 못배우고, 해방이후에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또다시 천민으로 내몰렸다. 이게 우리나라의 역사다.

 

선운면이다. 다리를 건너는데 이거 강바닥이 온통 뻘밭이다. 신기하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귀찮다. 엥. 여기가 풍천장어의 고장이란다. 좋은 뻘에서 자란 풍천장어. 복분자주와 한첨으로 오늘의 피로를 푼다. 정말이지 신선도 안부럽다. 그런데 걱정이다. 둘중 하나만 먹어도 요강의 나프탈렌이 쓰리쿠션으로 돈다는데.... 두가지를 모두 먹었으니 오늘 저녁 변기가 걱정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민박집이 꽉 찼다. 주말이라서 그렇단다. 호텔이 있는데 그 가격이 장난아니다. 에구 고창으로 후퇴하고 낼 다시 오자.

 


4월 27일(일) 선운산에서 무장까지 (24.4km)

어제 고창에 올땐 정확히 26분이 걸렸다. 그런데 오늘은 12분 걸렸다. 이 버스기사 아저씨 정말 무섭게 몬다. 사차선 도로는 140km까지 쏜다. 이차선 도로도 80-100km다. 괜히 앞자리 앉았다. 바짝 쫄아서 왔다.

오늘은 이 산을 넘어야 한다. 안그러면 뺑돌아 네다섯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또다시 눈앞에 입산통제 플랑카드가 보인다. 이런 제길. 우짜냐? 그냥 초입에서 돌아가? 아님 그냥 Go? 일단 왔으니 선운사는 구경하고 보자.

 

선운사. 솔직히 실망이다. 백제때 3000여명이 수도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별로다. 그리 크지도 않고... 사람들이 뭘 보고 있다. 뭔데? 송악? 저게 뭔데? 엥 내륙에 있는 송악 나무중 젤 크단다. 둘레가 80cm고 높이가 15m란다. 아. 가운데 있는 줄기 같은게 줄기가 아니라 뿌리란다. 크긴 크다.

일요일이라고 산행을 즐기러 온사람들 정말 많다. 사람들 틈에서 일단 가보자. 완만한 산책로다. 마애불과 천마봉 삼거리. 본격적 산행이다. 314m의 동네산으로 봤는데.... 오를 수록 그게 아니다.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천마봉에 오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호남 내금강이란말이 과하지 않다. 마치 도명산을 온 것 같다. 정말 이쁘다. 코스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니 눈요기하는 산으로는 정말 좋을 것 같다. 일단 허용된 탐방로는 여기까지다.

내려오는 팀이있다. 슬쩍 물어본다. 위에 산림감시원 있냐고? 없단다. ㅎㅎ

어디서 오늘 길이냐고? 해리에서 올라 온거란다. 어. 내가 갈길이다. 다시한번 묻는다. 산림감시원 없냐고? 정말 없단다. 해리길은? 청룡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돌면 된단다. 정말 감사합니다. 50만원의 악몽에 꼬리가 살살 내려가지만 없다니 간다. 낙조대를 넘으니 사람들이 없다. 혼자 간다. 이길 맞겠지? 한팀이 올라온다. 다시 물어본다. 산림감시원 없죠? 해리가는길 맞죠? 이런 소심한 인간.... 이후 두팀 정도가 올라왔다. 확실히 50만원 먹을 일은 없다는 확증이 드는 순간 발길이 훨훨 난다. 청룡산 정산. 정말 이쁜산이다. 담에 꼭 한번 종주해봐야 겠다.

 

해리로 내려오는 길... 금방이다. 어. 발이 하나도 안아프다. 산길이 이래서 좋다. 해리에서 무장가는 길. 발이 다시 아파온다. 우씨... 다시 산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무장으로 향하는데 이게 웬 난리냐? 쉬었다가 배낭을 다시 매는데 어깨끈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고리가 뚝하면서 부러졌다. 어... 이거 심각한 부상이다. 일단은 다른 고리에 어거지로 묶어서 매본다. 그럭저럭 된 것 같다? 아니다. 제길 동여맨 부위가 달라 고리 한쪽이 계속 갈비를 찔러댄다. 아프다. 어쩌지? 이제 1/5 왔는데... 철수다. 청주로 돌아가 A/S 맡기로 다른 배낭으로 바꿔오자. 무장에 도착하니 동학혁명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시간 낭비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청주로 가자. 내일 다시 도착할 수 있게...

 

 동학농민군이 진군했던 그 길

 고창은 텃밭처럼 복분자를 기르고 있다.

 동네가 온통 꽃밭이다.

 풍천장어와 복분자주. 양이 참 많다. 3명이면 2인분만 시켜도 될 것 같다. 

 사계절 푸른 덩굴식물로 드룹나무과에 속한다. 가운데 줄기가 아니라 뿌리란다.

 선운산의 기암괴석들

 참 이쁘다. 선운산 도솔산이라고 불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4/28 11:32 2008/04/28 11:32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전국돌아보기03] 서천비인에서 부안까지

View Comments

4월 22일(화) 쉬는 날
오늘은 쉬기로 한 날이다. 푹...
그런데 7시 알람에 깨서 도통 다시 잠을 못이룬다. 또 이 여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7시부터 주인 아주머니가 전화통을 붙잡고 계신다. 목청 참 크시다. 에이 자는 건 포기다. 여행 시작하고 첨으로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는다. 맛있다.

음... 뭐 할까? 지도를 보니 내일 코스에서 장항을 빼놔야 할 것 같다. 그래 장항 한번 가보자. 장항선의 주인공을...

 

시내버스를 타고 장항에 갔다.
음... 장항의 첫모습. 삭막하다. 터미널이 폐허다. 터미널 앞 대명 호텔이 고층으로 서있다. 그런데 이곳도 폐허다.
시내로 들어가 본다. 정말 조용하다. 왜이러지? 다방을 들어가기는 그렇고 한방찻집이 보인다. 들어가 보자. 솔잎차 한잔 하려했는데... 없단다. 뭔 효소차를 먹으란다.
주인 아주머니 말발이 터졌다.
"일제시대 광주하고 장항이 같이 읍으로 승계되었다. 그런데 장항에 돈있는 놈들 땅값만 높이려 개발에 발목을 잡아 이꼴이 되었다. 장항읍민이 3만명에서 1만 3천명으로 줄었다. 장항선의 장항역사도 없어졌다" 한마디로 장항의 몰락이다. 희망이 없다고 하신다.

 

찜질방 없냐고 물으니 금강하구둑으로 가보란다. 찜방에서 몸좀 풀자. 어... 11시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아. 왠 아가씨 한명이 있다. 슬쩍 '식사하셨어요?'하고 물으니 왠걸 여기도 말발이 터졌다. "뭐하는 중이냐? 어떻게 혼자 도보여행을 하느냐? 결혼은 했느냐? 이거 왜하나?" 등등... 애구 잘못 말 부쳤다.
그러더니 이젠 자기 얘기다. 34살인데 애들이 고등학생이란다. 엥? 그러더니 요즘 애들한테 성교육 확실히 시킨다고 한다. 뭔말여? 고등학교때 자기 남편하고 성교육이 부족해 일찍 결혼을 했단다. 그렇게 애들 둘 낳고 30에 이혼했다가 힘들어 다시 재결합해 산다고 한다. 그러더니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결혼하란다. 뭐여. 그러곤 밥해야 한다고 집에 갔다. 황당 씨츄에이션...
군산에 사는 친구놈에 낼 군산에 도착한다 전화화니, 낼은 출장이라고 오늘 넘어오란다. 그래 먹구 죽자.

 


4월 23일(수) 서천 비인면에서 군산 대야면까지 (33.9km)

술이 않깬다. 그래도 가야 한다. 아침도 못먹고 군산 터미널로 향한다. 비인까지 회귀다. 차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부치자. 그런데 기사아저씨... 참 부산하다. 운전에 집중을 못한다. 장갑을 꼈다 벗었다, 썬글라스를 썼다 벗었다. 그러면서 냉각수가 이상하네 타이어에서 소리가 나네 투덜댄다. 그리고 이놈의 GPS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도 없는데 속도를 줄이란다. 소리도 참 크다. 애구...

쓰린속을 달래려 늦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 왈 "신관도 좋네. 이리 바쁜 농사철에 놀러나 다니고. 상팔자네" 윽 밥이 않넘어간다.

 

출발부터 오르막이다. 이놈의 갓길 아애 없다. 어... 그런데 이길. 와본 길이다. 작년 친구들 모임이 춘장대에서 있었는데... 차로 지나간 길이라서 첨엔 몰랐는데 중원삼거리를 지나며 느낌이 확실하다. 차로 그것도 네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가다보니 와본길도 첨인것 같다. 이런...

 

서천 초입. 장례식장 참 크다. 요증 돈되는 일은 저거 밖에 없다. 어느 동네나 다 그렇다. 최고의 돈벌이다. 누구나 죽으니까.
드디어 서천이다. 그제 하루를 보냈으니 외곽도로로 신속히 돌진이다. 금강하구둑이다. 참 대단하다. 이걸 다 막았으니. 이 덕에 전라도 쪽은 농업용수로 참 짭잘하단다. 길을 놓고 좌측으로는 금강, 우측으로는 서해바다다. 길 한가운데 드디어 전라도다. 속도가 꽤 발라졌다. 하루 쉬었다고...

 

어제 군산시내에 있었으니 직접 외곽도로로 목표지점인 대야면 최단거리를 간다. 어... 이상하다. 남동방향인데 북동방향이다. 지도가 나뉘는 곳에서 독도에 실수를 했나보다. 에구 두시간을 돌았다.

기진맥진 대야면에 도착했다. 1인분은 안된다해서 백반으로 때운다. 근데 아주머니 내 사정을 듣더니 손도 크시지 반찬하라고 한보따리 김치와 밑반찬을 싸주신다. 감사합니다.

 

 

4월 24일(목) 군산 대야면에서 부안읍 (34.2km)

엊저녁 비가 왔다. 날씨가 쌀쌀하다 못해 춥다. 코가 맹맹하다. 어제도 잠을 설치더니 감기인가? 이지역 조류독감이 난리라던데 혹 조류독감? 방제작업하던 군발이도 걸렸다던데 걱정이다.
방풍우의까지 단단히 입고 출발한다.

또다시 뱀이다. 다행이다. 이놈은 깔려죽어있다. 그렇지만 어쨓든 애도 틀림없이 살았을때는 이 위에 서성거렸던 거다. 또다시
갓길이 싫어진다.
갓길에는 뱀뿐이 아니다. 도심근처는 개, 고양이, 외곽으로는 쥐, 너구리, 족재비, 뱀, 심지어는 까치와 참새까지... 아무 죄없이 인간의 차에 치어 죽어간 동물들 참 많다. 잠시 묵념.

 

조류 독감이 심하긴 심한가보다. 곳곳에서 방역이다. 그런데 차야 문닫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방제약 튀기면 뛰어야지 별수 있나?
한 농장은 텅 비어 있다. 개들만 난리다. 심각하긴 심각한가보다.

어... 그러고 보니 산들이 사라졌다. 사방이 끝이 안보이는 지평선이다. 김제평야다. 멋지다. 보리밭이다. 끝이 없다. 그런데 아직도 보리 키우나? 언제 수확하지?

 

요즘은 길을 걸으며 주요소 기름값을 유심히 본다. 정말 놀라운 가격이다. 군산 외곽 휘발유 1619원, 경유 1,519원인데, 만경읍 초입 세상에 휘발유 1,739원, 경유 1,659원. 불과 3-4km 사이에 이런 가격이 있다. 둘다 SK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그냥 걸어라.

대야읍이다. 오늘은 자짱면이 정말 먹고싶다.  자장면 정말 맛이다.

그런데 김제시 정말 너무한다. 지금 까지 내려오면서 시내버스 정류장 이렇게 형편없는데는 첨이다. 그냥 달랑 간판 하나 서있다. 비바람 피할공간도 앉을 공간도 없다. 시장님 서민들 생각좀 해 주소.

 

오늘은 속도가 많이 붙어 좀 무리를 한다. 죽산에서 멈춰야 하는데 3시라서 내처 부안까지 달린다.
역시... 부안을 4-5km 놔주고 발바닥에서 불이난다. 근데 몽땅 농가라 멈출 수가 없다. 5시 30분 부안으로 들어갔다. 어... 엄지와 검지 사이 모두 물집이 잡혀있다. 또다시 바느질이다. 오늘 젤로 많이 걸었다. 30km 정도...

오버하지 말자.


4월 25일(금) 부안읍에서 부안군 제일 밑 줄포면까지 (19.2km)

어제 무리를 했다고 몸이 뻐근하다. 발은 피로가 풀리지도 않았다. 왼쪽의 물집은 바느질에도 불구하고 탱탱 성나있다. 큰일이다.
미역국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줌마 다 됐다. 아침드라마를 꼭 봐야 출발한다. 뻔한 스토리가 눈에 보이는데도 꼭 봐야 한다. 우씨... 오늘은 고창 선운사 앞마당까지다. 제법 먼거리다.

그런데 출발부터 왼쪽 물집이 벌써 욱신거린다. 가면서 상태를 보자.

가는 내내 오른편으로 내변산 옥녀봉이 내려다 보고 있다. 참 이쁘다. 옥녀봉.  아! 그러고 보니 다시 산이 나타났다. 금북정맥인가? 변산은 작년에만 세번을 왔다갔다. 그래서 패스다.

발상태도 장난이 아닌데 바람 장난이 아니다. 전북 뉴스에는 초속 4-5m 란다. 뒤에서 불어주면 안되나? 꼭 앞에서 분다. 정말 앞에서 미는것 같다. 첨부터 끝까지다.

이른 아침에 나오셨는지 농민분들 대여섯이 참을 드시고 계신다. 고추를 심기위해 비닐을 씌우는 중인 것 같다. 좀 죄송하다. 얼른 지나간다. 모두들 일나간 마을은 개들의 천국이다. 한놈이 짖어대면 곧 온동네 개들이 난리다. 담담히 지나간다. 제발 개목걸이와 사슬이 튼튼하기를 바라면서...

아! 비둘기. 들에사는 비둘기 본적있나? 첨엔 까투리 새낀줄 알았다. 그런데 농민분이 멧비둘기란다. 엥? 저렇게 날씬해? 매일 도시의 피둥피둥 쌀쪄서 기우뚱대던 비둘기만 보다가 날씬한 멧비둘기를 보니 너무 멋지다. 사진 한방? 절대 못찍는다. 너무 빨라 촛점을 잡을 수가 없다.

 

주산면을 지나면서 고통이 점점더 심해진다. 특히나 고통때문에 걸음걸이가 달라지니 이번엔 앞무릎과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간다. 속도가 기어간다. 2시 겨우 줄포면에 도착한다. 어쪄나?

무리하지 말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 곰소나 갔다오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곰소 젖갈시장. 특히 육자매집 토하젖. 요거 하나면 반찬 필요없다. 늦은 점심먹고 숙소 잡아놓고 버스를 타고 토하젖을 사러 간다.

 

아! "학생은 그 큰 가방 매고 뭐하는 중여?" 곰소갔더니 아주머니가 묻는다. 신세 좋은 대학생 배낭여행 중이냐고 물으신다. ㅎㅎ 학생이란다.

 

 뒤쪽으로 내변산 옥녀봉이 보이다.

 아름다운 유채 밭과 허물어져가는 산이 대조적이다.

 금강 하구둑. 이제 전라도다.

 끊없는 김제 평야. 보리 밭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4/25 19:38 2008/04/25 19:38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전국돌아보기02] 서산 해미에서 서천 비인까지

View Comments

4월 18일 (금) 해미 - 홍성 (28.2km)

 

 

너무 무리를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역시 건조 김치국으로 아침을 마치고 해미읍을 구경한다. 바로 해미읍성이 있다. 자그마한 읍소재지에 복구된 성곽은 성의가 돋보이며 아직도 복구중이다.

해미읍성은 태종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한참 내륙인데 여기에 쌓을 정도면 왜구의 분탕질이 장난니 아니었던 것 같다. 성곽의 주춧돌이 청주, 충주, 상주, 제천, 공주 등 전국에서 깍아왔다고 한다. 애구 그거 가져올라고 석공들 얼마나 고생했을고... 그렇게 만든 성이 천주교 박해의 일등 공신였다고 한다. 1000여명이 회화 나무에 철사줄에 매달려 죽거나 생매장을 당했다고 한다.


다시 전진이다. 오늘은 발 상태를 봐서 덕산을 거쳐 홍성까지 약 20km다.

상태가 나아진 것 같다(?) 아니다. 두시간쯤 걸으니 다시 새끼 발가락 부위가 장난이 아니다. 12시 한서대라는 곳을 지난다. 이런 대학도 있나? 슬쩍 물어본다. 여기에서 홍성가는 버스 있냐고? 다행이 없단다. 얄팍한 마음을 버리고 새로난 4차선 대로를 벗어나 구길로 들어선다. 정말 이쁘다. 벚꽃에, 진달래에, 개나리에, 막 돗아나는 연두색의 새싹들에, 꾿꾿히 겨울을 이겨낸 진초록의 침엽수까지... 정말 그림이다. 정말....

그것도 잠시 고개를 죽은듯 걷는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냥 죽어라 걷는다. 정말 아무것도 못보고 홍성까지 죽어라 왔다.


여기도 역시 고기는 1인분을 안 판다고 한다. 어쩔수 없이 2인분을 시켜 배터지게 먹는다.


4월 19일(토) 홍성 - 광천 (13.2km)

이틀간 무리를 했다. 몸 한쪽에서는 오늘을 제발 쉬자고 난리가 아니다. 나도 쉬고 싶다. 그런데... 새벽에 전화가 온다. 성배다. 위문을 온다고 한다. 윽... 어쩔수 없다. 걸어야지.


일단 건조식량 좀 챙겨다 달라고, 그리고 중등산화 포기다. 트래킹화와 샌들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거리를 계산하고 보령까지는 무리다. 오늘은 짧게 광천까지 12km만 가자.

느즈막히 출발한다. 이놈의 지도 오늘도 오리무중이다 싶었는데 다행히 폴리텍 대학이 보인다. 됐다. 내 위치 확인.


오늘은 성배를 만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4차선 국도를 강행군한다. 국도를 걸으면 쉴때 시내버스승강장이 최고다. 의자에 떡하니 배낭 놓고 신발에 양말까지 벗고 있으면 그 10분은 정말 꿀맛이다. 물론 다시걷기 시작할 때는 그 첫걸음은 지옥이다.


11시 40분 건너편에서 빵빵 댄다. 성배다. 너무 반갑다. 혼자걷기 시작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광청에 차를 대고 택시를 타고 날라온다. 택시비는 딱 7000원 들었다고 한다. 10분도 않걸렸단다. 그런데.... 2시간도 더 남았다. 우씨.


농노를 따라 걷는다. 뭐 그리 할말이 많다고 쫑알쫑알... 애구 사내놈들이.

금방 두시간을 걸었다. 숙소 잡고 오랜만에(?) 차를 탄다. 남당리항에서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었다. 정말 맛있다. 먹어봐라. 근데 너무비싸다. 1kg에 40000원이란다.

유명하다는 광천토굴도 구경하고 돼지갈비 먹으면서 젓갈달래서 먹구. 살것 같다.

고맙다. 친구놈 고생한다고 위문도 와주고...

꼭 완주해야지.


4월 20일(일) 광천 - 보령 (21.4km)

새벽에 성배가 청주로 넘어갔다. 오랜만에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몸이 찌뿌등 하다. 그래도 가야지.

발도 어느덧 적응이 되어가나? 고통이 한층 수그러 들었다. 이건 좀 걸어봐야지 알겠지?

오늘은 보령까지 20km가 좀 않된다. 당분간은 몸을 익히기 위해 무리는 않기로 했다.


어제 봤던 젓갈집은 아무것도 아녔다. 국도변을 진짜 토굴을 갖춘 ‘광천토굴’집이 즐비하다. 들어가 볼까? 에이 아침부터 장사하시는 분들 김새게 구경만 하고 나오는게 부담이다. 그냥 가자.

내내 왼쪽에 ‘서해안 최고봉’이라는 ‘오서산’을 끼고 간다. 790m란다. 이정도면 꽤 높은 산이다. 해안가에서는... 갈대가 일품이라는데 올 가을 꼭 와봐야지.


오늘도 4차선을 벗어나 2차선 국도로 접어든다. 어... 뭔가가 나에게 덤빈다.

엄마야. 뱀이다. 일단 잽싸게 튄다. 5m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서는 카메라를 꺼낸다. 이놈 뭔놈이지? 사진보고 알려주라. 독사가 맞나보다.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10-20cm를 튀면서 대가리를 뻗는다. 혀도 낼름 거리고.... 어 꼬리를 흔든다. 방울뱀인가?

쪽팔리지만 놀란 댓가로 돌 몇 개를 던지며 화풀이를 한다.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근데 저놈 어디서 왔을까? 왜 여기 길가에서 저러고 있지?


그 뒤로는 정말이지 갓길 풀섭에 발도 못들여 놓고 간다. 스틱까지 꺼내든다. 에구.... 어제까지만 해도 아스팔트 열기있다고 일부러 풀섭에서 걸었는데...겁쟁이 용지기

근데 어쩔수 없다. 오늘은 발목없는 트래킹화에다가 반바지 차림이다. 그리고 이런 길에서 혼자가다 물리면 누가 구해주나? 한동안 나무 막대기에도 놀랜다.


어... 고인돌이란다. 근데 고인돌이면 엄청난 역사유적인데 왜 이리 방치된거지? 가치가 없나? 나야 뭐 학자도 아니니 사진 한방 박고, 옆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가림막으로는 딱이다.

드디어 보령이다. 예전에는 대천이라 했지?

“오! 수정” 식당... 벌써 군침이 돈다. 보령시내에서 대천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보면 철길 건너기전 오른쪽에 수정식당(041-936-2341)이라고 허름한 식당이 나온다. 정말이지 끝내준다. 먹어보면 안다. 올 초에 혼자 이거 먹으러 두시간을 달려 먹고 간 적도 있다. 바로 “빈뎅이 조림”이다. 쌈에 밥을 담고 빈뎅이 조림을 국물과 함께 올리고, 양념한 마늘을 통째로 한알 올리고 입이 터져라 집어 넣으면...

얼른 빈뎅이 먹으러 가야지.


4월 21일 (월) 보령 - 비인 (30.9km)

오늘까지 걷고 하루 쉬자. 목표는 서천군 비인면 약 20km이다.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다.

바닷길로 돌아갈까 하다가 많이 가본 길이라 생략하고 국도로 관통한다.

윽... 보령시내를 지나자 마자 4차선이 2차선으로 바뀌었다. 우회로도 없는 2차선 국도다. 이런 길 정말 위험하다. 보령 - 서천 교통량은 많은데 2차선이라니... 조심해서 가자.


아니나 다를까 옥서면의 포도농장을 구경하고 가는데... 불과 30cm도 않되게 BCT (시멘트 운송 차량) 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간다. 앞만보고 가는데 시내버스를 추월한다고 난 안중에도 없이 지나친 거다. 뒤에서 욕만 죽어라 해댄다. 이 씹XX, 깨XX... 애구 열받아. 이거 백미러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좀 더 가니 풍파에 형체가 거의 없는 미륵상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잽싸게 갖고 있는 포카리스웨트 따라 놓고 빈다. “보살님 제발 사고 없이 이번 여행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오후 1시 용천읍에 도착했다. 여긴 온 동네가 석물공장이다. 석가여래부터, 호랑이, 독수리에 없는게 없다. 요즘은 주된 돈벌이가 납골당인가보다. 진짜 멋진 납골당이 참 많다. 그래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 납골당이면 되지. 땅덩이 얼마나 된다고 온통 묘지 천지냐? 하기야 우리세대 지나면 묘지 쓰라고 해도 후손들이 않 쓸거다.

그나저나 이리 석물이 많으면... 역시나 산들이 반토막이 나있다. 애구... 불쌍한 한국의 허리 잘린 산하들....


주산면을 돌아 비인면까지 가는 길... 저수지 참 많다. 오늘만 3-4개는 본것 같다. 참 이쁜데... 몸이 피곤해 카메라를 꺼낼 수 없다. 애구....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비인면.... 면소재지 답게 여관도 없다. 윽.... 내일까지 쉬어야 하는데 어쩌나? 서천까지 버스타고 나가서 쉬고 모래 아침에 다시 오자. 그리고 걸으면 되지. 뭐 어때 내 맘인데...

 

 홍성 한복판에 위치한 조양문

 남당리 항에서 갈매기와 한 컷

 

 누가 요놈 이름 좀 알려주소

고인돌 이라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4/21 20:32 2008/04/21 20:32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전국돌아보기01] 태안 만리포에서 서산 해미까지

View Comments

벌써 한달 반을 흘려보냈다. 첫 3월은 연수휴가가 어찌될지 몰라 잡아놨던 교육때문에 흘러갔고, 이어진 백두대간 종주는 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산불방지 기간이라는 수렁에 빠져 벽소령에서 50만원의 악몽으로 중단했다.

이어진 안나푸르나 등정은 청주지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여권조차 나오지 않아 무산됐다.


1년 반의 수도기간에 너무도 걷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한비야 씨의 "지구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 등을 읽으며 남쪽 땅을 걷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백두대간 종주기를 읽고, 수도기간을 마치고 나와서 산을 다니며 최우선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꿈꾸었다. 그런데... 낭패다.


그렇다면 남쪽 땅을 아무런 제한도 목표도 없이 걷자.

아무런 부담도 없이...


그렇게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떠나기로 한 전날 급작스레 연락이 왔다. 소중한 분이 중병에 걸리셨단다. 출발일을 하루 미루고 급히 서울 병원에 병문안을 갔다. 어렵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를 끊임없이 보이셨다. 제발 의지로 극복하시기를...

출발하기로 한 당일... 아침 일찍 카메라를 AS 받으러 대전으로 갔다. AS를 받고 돌아오던 중 정말 죽을뻔했다. 신탄진IC를 지나는데 갑자기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다. 어... 이놈의 헬기는 나만따라오나? 엉덩이가 내려갔다. 아뿔싸... 급히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간다.

타이어가 걸래가 됐다. 급히 보험 긴급 출동을 불렀다. 기사 왈 "또 넥센타이어네". 이런 사고의 80%가 넥센이예요"


액땜했다.

오후 첫 출발지인 만리포로 간다. 왜 만리포?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아는 형이 거기서 출발하란다. 나도 사실 산에서 쫒겨나 일주를 하기로 한 바에 서울이나 경기도같이 매연구석을 돌아다니기는 싫다. 충남부터 돌자. 그럼 어디부터... 가장 서쪽인 만리포부터 시작하자.


다음은?

발길 닫는대로다. 목표는 그냥 이 남쪽땅을 발길 가는대로 가는 거다.

가다가 좋으면 그냥 며칠이고 주저앉고, 맘아 않들면 뛰어가면 된다.


차는? 되도록 타지 않는다. 뭐 이쁜 아가씨가 "야! 타"하면 어쩔 수 없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걷는다.

숙박은? 처음엔 텐트를 치고 갈까 하다가 "이건 아니다. 쉴땐 쉬어야 한다" 싶어서 민박이나 여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음식은? 아침은 냉동건조식, 점심은 초코바 등 행동식, 저녁은 포식 하기로 했다.

이러다 보니 짐은 조금 무겁다. 20kg 정도... 근데 나름 무겁다.


지금 여긴 만리포 S#ARP 란 모텔... 3만원인데... 컴터도 있다.

기름사태로 너무 힘들단다. 그런 와중에 생계비 받는 것도 몇몇이 장난질을 쳐서 법적 소송까지 진행중이란다. 그러면서 삼성이야기... 정말 너무하다고 눈시울이 붉거진다.


나쁜 놈들. 삼성 이건희.


푹 자고 낼 부터 발길 닿는데로 가련다. 근데 오다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도는 갓길이 없어 보행자에게는 죽음이다. 살아서 가자.



4월 16일(수) 만리포 - 태안 (29.1km)

지난 지리산 처럼 새벽 2시에 깨더니 잠을 못 이룬다. 어거지로 선잠을 자고 일어나 건조 비빔밥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정말 먹은게 아니라 해결한거다. 이거 정말 계속 먹어야 하나? 군대에서 씨레이션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 맛이 어떤지. 애구 그래도 우짜나 아껴야 잘 살지.


8시 만리포를 사진에 담는다. 욕심 때문에 떡팔이(니콤 D-80)를 가져왔는데 배낭에서 꺼내기가 영 귀찮다. 2-30여명의 젊은이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린다. 명찰을 보니 SAMSUNG 마크가 찍혀있다. 그전엔 로고찍힌 것은 않입고 왔다는데 요즘은 자랑처럼 입고다닌다고 한다. 뒤에서 욕하는 줄도 모르고... 지속적으로 그룹차원에서 자원봉사를 보내고, 올 여름 계열사의 피서지는 무조건 서해안으로 잡았다고 자랑한단다. 바보 아냐? 그룹차원이라니? 개인의 의견은? 맘에도 없이 개끌여 오듯 끌려와 성심어린 봉사를 하고, 온가족이 기름때 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을까? 이건희 독재의 진면목에 웃음이 나온다.

시민들이 내건 플랑카드 중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삼성은 ‘행복한 눈물’ 팔아 서해안 서민의 ‘슬픔의 눈물’을 닦아라” 그 그림 한 장이 얼마라더라? 국민들의 가슴에, 아니 생존에 대못을 박은 삼성에 면죄부가 주어질 거라는 뉴스가 씁쓸하다. 어찌된 특검이 재산만 늘려주나? 기가 막히다.


씁쓸함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한다. 태안까지 대략 17-18Km 정도... 서산까지 역시 그정도... 내 걸음이 능성타면 한시간에 3-3.5km는 충분히 탔으니 평지는 4km는 될테지... 뭐 넉넉잡고 8시간이면 되겠다.

9시 30분 소원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한 여학생이 산발을 하고 뛰어온다. 내 뒤로 만리포 고등학교가 있다. 음... ‘넌 네 선생님한테 죽었다.’ 그냥 즐겁다.


서해안은 육쪽마늘이 잘되나 보다. 보성도 그렇더니 이곳 역시 온통 마늘밭이다. 그 뒤로 숲은 온통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으로 난리가 아니다. 길가의 야생화 역시 장난이 아니다.

봄이다.


갓길 참 위험하다. 1m 정도 되는 길도 있지만 불과 30cm도 않되는 길도 있다. 게다가 바로 옆엔 가드레일까지... 이런 길은 뛰는게 상책이다. 4차선 국도는 100km를 넘게 달리기에 왠만하면 우회로를 탄다. 많이 돌더라도...


도보 여행을 한다 했을때 모두들 그랬다. “산타는 것과 아스팔트 걷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각오 단단히 해라” 흘려들었던 말이 정말이다. 산타면서 숨이 턱에 걸리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려는 봤어도... 발에서 불이난다. 양말을 벗어보니 양말이 몽땅 젖었다. 발은 정말 뜨끈 뜨끈하다. 찬물로 씻고 새 양말로 갈아 신는다. 새끼발가락, 뒷굼치, 엄지 발가락 옆 등 굳은 살 박힌 옆 연약한 살들이 눌려서 찢어지는 것 같다. 아스팔트의 반사열에 평평한 길로 인해 아주 죽을 맛이다.


이를 악물고 간다. 12시 태안에 도착한다. 준족이다.^^ 간단히 초코바를 먹고 다시 간다.

태안을 지나 서산으로 넘어간다. 연평저수지를 앞에 두고 물한모금을 마신다. 그런데...

문득 대검이 머리를 스친다. 아뿔싸... 성배의 산아버지(사수)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에 주고 간거라고, 내 여행에 수호신이 될 거라고 빌려준건데... 어제 모텔에서 꺼낸 기억은 있는데 챙긴 기억은 없다. 배낭을 뒤집어도 없다.

급히 모텔에 전화를 해 본다. 다행히 챙겨놨다고 한다. 와서 가져가란다. 어쩔수 없이 후진다. 해본 사람은 안다. 이 경우 정말 걷는게 지옥이다. 고통은 10배다. 어쩌냐. 머리 나쁜 주인 만난 다리가 잘못이지... 태안터미널 까지 40분을 걸어나온다.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나오니 4시가 다됐다. 에이... 오늘은 여기까지다. 6시간. 대략 23km정도 걸은 것 같다.


4월 17일 (목) 태안 - 해미 (28.2km)

힘내고 다시 걷는다. 4차선 길을 위태 위태하게 걷는다. 혹 4차선 국도 걸어봤나? 정말 쓰레기가 장난이 아니다. 병, 캔은 약과다. 비닐에, 장판에, 심지어 냉장고 까지... 인간들아! 제발 그만 버려라.


한시간 쯤 걸으니 인평 삼거리다. 좀 우회하더라도 안전하게 가자. 이차선 국도로 우회한다. 낚시꾼이 아닌 어부인듯 한 이들이 낚시대를 대여섯개씩 드리우고 있다. 멀리 서산의 금강산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이다.


다시 발바닥에서 신호가 온다. 불위를 걷는 것 같다. 새끼 발가락과 뒤꿈치가 불로 지지는 것 같다. 어제 씻고 분명히 맨소래담으로 맛사지를 해줬는데... 양말을 벗으니, 아뿔싸 자세히 살피질 못했다. 몽땅 물집이 잡혀있다. 우씨 우짠다냐?

이를 악물고 Go. 12시 50분 서산이다. 맘 한구석에선 여기서 Stop를 외치고 있다. 지도를 보니 목적지인 해미까지는 10.5.km 정도... 3시간코스다. 가자.


4차선 국도다. 우회길도 없다.

경치고 뭐고 앞만보고 간다. 근데 지도와 길이 다르다. 서산. 이동네 엄청 발전했다. 택지개발인지 뭔지 하면서 길이 바뀌었다. 대략난감... 내위치를 모르겠다. 발은 이미 내 의지를 벗어나 천근만근이다. 길가에서 밭을 갈고 계시는 아저씨를 만났다. “해미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걸어서는 한참인디... 좀있다 내가 태워줄테니 기다려” 하신다. “아니 됐습니다.” 맘에도 없는 거절을 한다.


지도에서 내위치를 찾을 수 없으니 갑갑하다. 그리고 이정표. 지도는 분명 10.5km로 나왔는데 이정표는 16km로 나온다. 도대체가... 내 걸음걸이도 현저히 늦어져 계산이 불가능하다. 그냥가자.

해미까지 3km... 멀리 아파트가 보인다. 목적지가 코앞인데 발은 천근만근이다. 5시 30분.... 9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했다.


모텔에 들어서자마자 찬 소주에 발을 담궈 열을 식힌다. 그리고 바느질을 한다. 한땀 한땀 신중하게 잡힌 물집을 실로 꿰어 딴다. 군발이 시절 배운 노하우다.


먹거리 Tip. 터미널 앞 허름한 야식집이 있다. 매운 갈비찜을 먹는데 정말 꿀맛이다. 1인분 6천원인데... 정말 끝내준다.

 

 

 

 걸레가 된 내 타이어

 만신창이가 된 서해안

 삼성 이건희를 처벌하라.

 농민이 마늘 밭을 돌보고 계신다.

 알록 달록 끝내 봄이다.

 멀리 서산의 금강산이 보인다.

1000여명의 천주교도를 죽인 해미읍성의 화회나무

 

4월 15일 (화) 만리포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4/21 20:30 2008/04/21 20:30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백두대간 5월까지 중단합니다.

View Comments

산불 방지기간이라 중산리에서 천왕봉 거쳐 장터목, 세석은 잘뚫고 전진했으나 벽소령에서 체력 고갈로 체포,

 

과태료 50만원에 하산. 지리산 구간은 타려 했으나 벽소령 지기가 이후 연하천, 노고단, 성삼재의 모든 지기에게 알린다고.

 

200만원이면 지리산 종주할 테니 해보라는 협박에 굴복, 하산했습니다.

 

또다시 정권의 돈지랄에 굴복했습니다.

 

다시 몸추스리고 몸풀기 산행을 한 후 5월 이후 산불 기간끝나면 산행기 올리겠슴. T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4/02 16:42 2008/04/02 16:42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한라산 비바리 신령님께 바람맞다!

View Comments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한라산술독에 빠진 나를 바람 맞힌 한라산 비바리 신령님암것도 안보이는 정상에서 자취를 남긴다눈밭에 싸인 주상나무들...춥겠다.작년 태풍 매미에 뿌리채 뽑힌 나무두그루두백두대간 종주 일정을 과감히 일주일을 미뤘다. 한 단위노조에서 제주도로 확대간부 수련회를 간다고 정세교육을 요청해 왔다. 강사비는 제주도 왕복 티켓. 당연히 종주를 미뤘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아. 확대간부들이 20만원인가를 개인별로 갹출해서 가는 거라고 한다.


처음 타보는 한성항공. 정말 악몽의 한시간이었다. 굉음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진동. 여기서 한성항공 타는 법 Tip. 스튜어디스에게 반드시 귀마개를 달라고 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1시간의 비행이 그리 괴롭지 않다. 올 때 코를 골며 잤다.


제주도 공항에 내리니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기사가 그런다. 정말 행운아들이라고... 저토록 한라산이 자신의 자태를 보이는 게 1년에 60일도 안된다고, 늘 안개에 쌓여 있다고...한라산은 머리를 풀어헤친 비바리(처녀)산이라고 귀뜸해준다. 내일 저 산을 간다.

그런데 저녁 매일 노동에 지쳤던 심신이 제주도에 오니 광분을 한다. 치열한 교육과 회의를 마친 일행이 늦은 10시부터 뒷풀이에 들어간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어울리다보니 눈을 뜨니 8시다. 씻고 숙소에서 상판암까지 가는데만 1시간 반이 걸린단다. 관리사무소에서 9시 이후 입산을 통제한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내일로 미룬다.


일행들과 제주도 여행을 하고 저녁. 간단히 한잔하고 자려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왠 산이냐고... 계속 술로 유혹을 한다. 뿌리치니 강압이다. 내일은 5시 비행기라서 3시까지는 내려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결국 1시까지 질질 끌려 다니며 술을 먹다가 탈출했다.


5시 알람에 깬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입에서 술냄새가 진동한다. 그래도 간다. 씻고 5시 30분 콜택시를 불렀다. 배낭을 차 트렁크로 실으러 가다가 젠장 오른쪽 등산화 끈이 왼쪽 등산화의 고리에 걸려 그대로 전방에 꿍하며 포복을 한다. 재수가 정말... 손바닥이 다 까졌다. 간단히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뜨거운 물, 밴드를 사서 상처에 붙이고 상판악에 6시 30분 도착한다.


몸속의 배설물을 버리고 700m 고지의 약수를 보충하고 산에 오른다. 아직은 주변이 어둠에 휩싸여 있다. 삼삼오오 몇 팀이 산에 오른다. 정말 완만한 오름을 산보하듯 오른다. 지도에는 약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오른다.

부스럭! 오른쪽에 뿔 달린 사슴인지 노루(나중에 알았는데 산양이란다)인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횡재다. 조심조심 배낭속의 떡팔이(니콘 D80)를 꺼낸다. 어! 렌즈 캡이 열리질 않는다. 이거 뭔 일이냐? 캡과 씨름하는 사이 요놈이 유유히 사라진다. 간신히 여니 렌즈가 깨져있다. 윽 여행간다고 빌린 렌즈인데 큰일났다. 자세히 보니 다행이다. 앞의 UV렌즈만 깨졌고 렌즈 본체는 건재하다. 새벽에 꽈당하면서 깨진 것 같다.

해발 1000고지를 가니 눈밭이 보인다. 구름이 낀 건지 주변은 아직 햇볕을 보여주지 않는다. 1200 고지를 지나니 눈이 1m는 쌓여 있는 것 같다. 등산로를 통제해 주던 1m짜리 기둥이 다 잠겨있다. 50cm 정도 산꾼들이 다닌 길만 탄탄히 다져져 있고 바로 옆은 눈수렁이다.

워낙 완만한 오름이라 어렵지 않게 8시 40분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한다. 여기선 무조건 컵라면 먹어야 한다고 해서 컵라면을 먹는다. 안내판엔 2시간 5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2시간 10분정도 걸렸으니 시간은 많이 단축시켰다. 이 페이스면 충분할 것 같다. 20분정도 쉬고 다시 오른다. 속도에 자만한 나를 운동복에 런닝화 차림에 달랑 손에 생수한통 든 나그네가 나를 홱 제치고 오른다. 잠깐 사이 안 보인다. 장난 아니다.

드디어 1800고지 나무계단이다. 한라산신령이 훼방을 놓는다. 자욱한 안개비 속에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맞아본 바람중 으뜸일 것 같다. 얼른 배낭커버 씌우고 오버트로즈를 입는다. 정말 장난 아니다. 바람과 싸우며 죽어라 오른다.


10시 아! 드디어 정상이다. 우씨 암 것도 안 보인다. 시야가 채 5m도 안 된다. 백록담은 아애 자취도 안 보인다. 고도계는 1930으로 나와 있는데 나머지 20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도무지 불가능하다. 포기다. 그래도 내가 남한 땅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으니까. 지리산 천황봉보다 10m 더 위에 있으니까... 런닝화 차림의 양주 나그네에게 사진 한방 부탁하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관음사 하산길에 접어든다.

한라산 비바리 신령님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술에 취해 이를 거부한 나에 대한 보복인 것 같다. 어제 아리따운 자태를 보여준 것만으로 만족하라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찾아오면 나중에는 자신의 신비를 다보여주겠다고....


시간을 보고 속도를 계산해 보니 점심은 아래서 먹어도 되겠다. 부지런히 가자. 터덜터덜 내려오는 하산길... 여긴 딴판이다. 경사가 꽤 급하다. 우씨 이리로 오르는 건데... 산을 좀 빡세게 타고 싶은 이들은 관음사에서 올라라. 중간 중간 운동화 차림의 젊은 학생들과 가족이 오른다. 어, 절대 안 된다고 말린다. 이런 산을 어찌 아이젠도 없이 올 생각을 했을까? 한라산이 만만해 보이나 보다. 1500고지에 오니 아뿔싸 해님이 머리위에 환하다. 우씨...

말이 계곡이지 물하나 없는 화산으로 구멍 뻥뻥 뚫린 탐라계곡을 부지런히 걸어 12시 50분 18.3km 6시간의 한라산 산행을 마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발 담에 올 땐 한라산 비바리 신령님이 나를 진정한 동반자로 그 넓은 품으로 안아주길 바라며 아쉬움을 달랜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기 전에 남한 최고봉을 갔다 왔으니 나름의 의미가 있는 산행이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3/23 11:55 2008/03/23 11:55

댓글1 Comments (+add yours?)

3 Tracbacks (+view to the desc.)

백두대간 조항산 - 청화산 구간 갔다왔습니다

View Comments

담 종주때 가야할 길. 멀리 대야산이 보이다.공포의 암릉지대 백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준비를 하며 짧게 워밍업한다고 청화산을 가기로 했다.

김밥을 사고 부지런히 청화산으로 향했다. 속리산을 가다가 한번 얼핏 근처를 지나쳤기에 어렵지 않게 찾으려니 했는데 이거 사담이 나오고, 용화온천까지... 도저히 못찾겠다. 급히 희태형에게 전화했다. 너무 많이 갔다고 돌아서 나오라고... 우여곡절 끝에 8시 출발해서 10시 30분에 도착했다.

 

눈발이 날렸다. 뭐 개념도 보니 갓바위재에서 청화산 모두 5시간 30분이면 된다니까 큰 걱정을 않고 오른다.

역시 초행길, 특히나 유명한 산이 아닌 경우 첫 입구 찾기가 어렵다. 요즘은 붙이면 욕먹는다지만 이런 작은 산은 울긋불긋 산악회의 안내띠가 고맙게 길을 알려주고 있다. 안내띠가 알려주는대로 출발한다.

열심히 올라가는데... 이거 갓바위가 1시간이면 된다했는데 1시간 30분이 되도 않나온다. 어? 근데 나침반을 보니 분명 동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동북쪽이다. 이거... 그래도 길은 나 있으니 그냥 돌진이다. 뭐 아님 빽하면 되니까. 시간도 채 12시가 않되었으니까.

다행이다. 앞에서 두런두런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6명이 일행인 것 같다. 인사를 하고 먼저 지나쳐 올라간다.

 

 간절히 바라던 표지판이다. 어... 조항산? 내가 가진 개념도에는 조항산이 없다. 에이 올라가보자. 막바지 정말 빡세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얼음까지 얼어 장난이 아니다. 아이젠을 차? 에이 거의 다왔으니 그냥 가자. 12시 30분 조항산에 오르니 두분의 노부부가 점심을 드시고 계신다. 컵라면 물 부어 놓고 물어본다. 갓바위재가 어디냐고? 초행이시라며 한국의 100대 명산 책을 건내 주신다. 애구... 내 개념도에서 짤린 부분이다. 내 가고자 하는 길을 잘못타서 더 크게 돌게 생겼다. 어쩔수 없지. 1시 점심을 먹구 출발.

  

또다시 산꾼들을 만났다. 청화산까지 얼마나 걸리죠? 한시간정도 가면 될 겁니다. 우씨 힘난다.

 

근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암릉이 펼쳐졌는데... 애구 까마득한 절벽에 캄캄하다. 이래서 혼자 다니면 안되는데... 그냥 이판사판 돌파다. 간신히 넘으니 또다시 암릉인데 얼음까지 얼었다. 밑에서 아이젠 하고 오르는건데... 후회를 하면 아이젠을 위태위태한 암벽에 매달려 찼다.

  

이제부턴 지리한 능선이다. 갓바위재를 지나 청화산으로 간다. 그냥 갓바위재에서 내려갈까 하는 유혹도 생겼지만 그냥 오기로 간다.

황사가 심해 바로 앞의 봉우리도 안보인다.

한시간을 갔는데도 안나온다. 어 내가 느려졌나? 개념도를 가졌지만 반쪽짜리라 거리를 측정할 수가 없다. 고도계를 가지긴 했는데 영 믿음이 안간다. 맘이 급해진다. 이거 길을 잘 못 들었나? 지나친 건 아닌지? 다급해 지니 가지에 눈까지 찔린다. 사람도 없다. 이거 이런 산을 혼자오는게 아닌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혼자 백두대간을 종주한다고 맘먹구 이정도로 꺽일 수 없다. 표지판이 덜렁 눈에 들어온다. 청화산 30분정도... 너무 기뻤다.

 

3시 청화산에 도착하니 왠 아주머니가 계신다. 청화산관광농원쪽에서 남편이랑 왔다고 한다. 사진한 컷 부탁하고 하산한다. 어. 이길이 아닌 것 같은데. 얼른 개념도를 꺼내본다. 역시나. 다행히 두발짝 만에 발견했다. 다시 길을 찾고 하산다.

 

하산길 조심해야한다. 특히나 낙엽, 잔돌맹이. 가장 위험한건 잔돌맹이 위의 낙엽을 밟았을때다. 순간 하늘로 치솟았다. 오른쪽 엉덩이가 작살났다. 우씨...

쓰벌 하면서 내려가는데... 어? 방향이? 북서쪽이어야 하는데 서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애구 다시 올라가?

어쩔수 없다. 그냥 내려가자. 아스팔트 걸으면 되지.

 

4시 드디어 내려왔다. 터벅터벅 걷자니 짜증나고... 손을 드는데 아무도 안태워준다. 나라도 땀에 절은 놈 안태워주지. 우씨. 다행이다. 맘씨 좋은 트럭 아저씨가 타란다. 염치가 있지 씨트 버린다고 화물칸에 탔다. 60Km로 5분을 내려왔다. 아찔했다. 이 아저씨 못 만났으면, 상상하기도 싫다.

 

여태 산을 많이 탔지만 이렇게 운이 나쁜 날은 처음이다. 황사로 아무것도 못보고 목이 딱 막혔다.

 

 

백두대간 종주...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사진 1) 담에 종주때 가야할 길. 멀리 대야산이 보인다.

사진 2) 공포의 암릉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3/03 13:52 2008/03/03 13:52

댓글1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