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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가난의 축 위에 신학교 세우다

빈곤과 가난의 축 위에 신학교 세우다
[인터뷰]도시빈민 지역에 건축 중인 필리핀아태장신대 이홍정 선교사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선교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태평양을 잇는 필리핀은 지리적 위치나 영어권 문화 등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하는 선교 기반 지역으로, 이미 한국교회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영어권 문화, 경제적 효율성으로 선교 요지로 꼽히는 필리핀에 실천중심의 교육선교를 표방하는 필리핀아시아태평양장로회신학대학교(Asis-Pacific Christian College and Seminary)가 건축된다.

▲지난 8월 학교가 일부 건축된 모습. 1차 공사 마감일인 다음해 5월말까지 10억원이 모금되야 하지만 현재 절반 정도만 충당된 상태다.©APCCS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교지도자들을 길러내는 교육 선교 센터로서의 비전을 가졌지만 학교가 설립되는 지역은 도시빈민쓰레기촌인 빠야따스 접경지역인 이주민집단촌 몬딸반이다.

다른 이들은 최적의 교육 환경을 찾아 학교를 세우는 반면, 필리핀아태장신대는 ‘복음이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 실천으로 적용될 수 있는 낙후된 지역을 학교 부지로 선택했다.

예장통합 기획국장,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국장, 세계교회협의회(WCC) 상임위원을 거쳐 현장으로 돌아간 필리핀아태장신대 총장 이홍정 선교사를 만났다.

“꽃향기처럼 바람처럼 전해지는 복음의 향기”

학교가 세워지는 몬딸반 지역은 이주민집단촌으로 저개발 빈곤지역이다. 언뜻 듣기에도 학교 부지로는 부적합한데, 이홍정 선교사는 그 곳에서 지역에 깊이 뿌리 내리는 실천 중심의 신학교육을 꿈꾸고 있다.

▲이홍정 선교사©뉴스미션
이 선교사는 “보편적인 생각으로는 반대를 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서 “하지만 이 학교는 의도적으로 빈곤과 가난의 축을 따라 간 것이고, 거기서 ‘생태적으로 의식화된 기독교인’을 양성하려는 목적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질병과 내전, 빈부격차 등 여러 가지 이후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모인 몬딸반 지역을 선한 사람들, 곧 지역 기독교인들과 필리핀아태장신대 학생들이 함께 변화시켜 가는 것, 이것이 이홍정 선교사의 상상력이다.

삶의 자원을 나누고, 나눔의 정의를 실천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깨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그런 선한 이웃.

“학교가 건축되면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면서 진정한 이웃이 되고 싶어요. 꽃이 향기가 스스로를 선전하지 않아도 흘러가고,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이들에게 느껴지는 것처럼 복음의 메시지가 그렇게 흘러갔으면 하는 거예요. 신학교육을 받는 우리의 삶이 꽃과 바람같이 그런 영향을 미치도록 말이죠.”

그가 말하는 실천중심의 교육선교공동체는 다름 아닌 이웃만들기의 과정이다. 학생들이 누군가의 선한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것. 그래서 4년간의 교육을 마친 후에는 어느 현장에서도 학생 자신부터 선한 이웃이 되어 사역할 수 있도록 말이다.

“생명교육선교 동역자를 찾습니다”

이홍정 선교사가 지역사회와의 호흡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는 선교사 중심의 선교 시대가 끝나고, 지역교회가 각 지역의 선교를 책임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역교회의 지도자가 누구냐,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교회의 미래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기공식 현장. 허리를 숙이고 삽을 든 이가 이홍정 선교사©APCCS

예장통합 기획국장을 거쳐 CCA, WCC 위원 등 세계 에큐메니칼 기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그가 지난 2006년 10월 후원 모금이 절실한 건축 중인 학교로 돌아온 것도 자신의 경험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 선교사는 “21세기 기독교의 미래는 교육 선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며 “바른 지도자가 세워지면 그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교회 일치를 도모해 내면서 그야말로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내는 변혁적인 복음의 능력을 세워갈 수 있다”고 전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한국교회 성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홍정 선교사는 ‘아태일만교육선교운동’으로 동역자들을 찾고 있다.

아태일만교육선교운동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교회와 선교를 위한 일만명 교회 지도자 양육을 목표로 매월 1만명이 1만원에 해당하는 소유와 은사를 나누며 평생을 참가하는 평생교육선교운동이다.

“진정한 성장은 모두가 성장하는 것”

아태지역의 교육 선교 백년대계를 가지고 자원과 열정, 공감대를 모으는 이 운동은 전 지구가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져 있다는 정신에서 비롯된다.

내 교회, 한국교회만 생각하면 아태지역의 일반 교회지도자 양성은 아무 의미없는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 차원의 복음과 선교를 위해서는 기꺼이 동참할 가치가 있는 운동이다.

▲필리핀아태장신대 학생들이 사회봉사주간에 지역 교도소를 방문해 함께하는 모습©APCCS

이 선교사는 “모든 교회가 한 몸이고 지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서로에게서 배우려 애쓰는 것, 서로 다른 상황에서 존재의 표현은 다르지만,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계교회가 형성된다는 그런 인식을 갖는다면 모든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지구를 하나의 지체라고 생각하면 한국교회만 부흥한 모습은 몸의 일부만 비대해진 기형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각 지체가 균형있게 같이 성장하는 ‘전체의 성장’은 대형교회만 크고 작은교회는 사라지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전 세계적 교회성장의 불균형을 경험하는 세계교회 모두에게 필요한 과제이다.

지역교회에 선한 이웃이 되어 주되,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복음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 생명선교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홍정 선교사의 꿈이 실현되길 바라는 이유는 한국교회, 더 나아가서는 세계교회가 그런 지도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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