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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붐바이 제4회 세계사회포럼 참가 여행기

인도 붐바이 제4회 세계사회포럼 참가 여행기

 

장창원 목사

(KNCC인권위원, 아시아·태평양 노동자연대 한국위원회 대표)

 

  인도 붐바이 제4회 세계사회포럼은 자본을 넘어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주제를 가지고 2004년 1월 16일- 21일까지 중앙 아시아 붐바이 고레가온 공단 지역에서 열렸다. 반전, 반미의 자주적 흐름 속에 전세계 민중들의 열망을 담고 지리적으로 인도 중서부의 중심지역이며, 오랜 경제, 상업중심지, 서구의 식민지가 들락거린 길목. 인도 최대 항구, 공업도시, IMF로 폐허가 된 고레가온 철공단 지역에 자연식으로 특별 설치한 포럼공간과 무대 속에 세계132개국에서 약 10만명이 참가하였다.

 

  반신자유주의·반군사주의란 분명한 목표 아래 전쟁반대와 평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대응, 소수족의 인권, 여성, 부시의 제국주의 횡포, 카스트와 인종차별 등의 큰 주제아래 미디어, 정보, 지식과 문화 민주주의, 노동의 세계와 생산·사회적 재생산에서의 노동. 공공부문 - 식량, 보건, 교육, 물 - 그리고 사회보장. 소외, 차별, 존엄성, 권리와 평등 등 수백 여개의 소 주제와 돌아보기도 벅찬 분야별 부스가 있었고 사회활동가들이 세계민중들을 대표하여 뜨겁게 열변을 토하였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외쳐야할 구호들이 만발하였다.

 

  한국대표단은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팀과 인권단체,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학생단체 등 약350명이 참가하였다. 나는 풀뿌리 노동자의 국제연대활동을 아시아, 태평양 노동자연대(APWSL) 한국위원회 대표로 1월 13일부터 30일까지 인도와 태국을 방문하였다. APWSL은 오랫동안 한국교회가 참여한 산업선교, 노동선교, 민중교회운동의 연장선으로 지난해 4월부터 인도포럼 참가를 계획하여, 뭄바이 사회포럼에서 변화된 시대 상황 속 국제노동운동의 연대 방향과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과 역할을 나누는 역사적 만남이었다.

 

  APWSL은 1982년에 결성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는 16개( 파키스탄,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홍콩), 대만, 일본, 남한, 호주, 뉴질랜드, 피지) 국가의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로서 민주적이고 자주적이며 진정한 노동조합운동 건설. 국제 노동자 연대, 특히 풀뿌리 수준의 연대강화. 우리 자신의 활동과 보다 광범위한 노동조합운동에 있어서의 성적 평등실현.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의 인권 지킴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의 어려운 상황속에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예언자의 마음으로 결정하여, 2004년 1월 13일 오후 출발하였다. 14일 저녁까지 태국에서 하루를 머물며 갈아 탄 인도항공기는 뉴델리를 거쳐서 15일 이른 새벽에 뭄바이 도착예정 여객기였다. 탑승객의 절반 이상이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는 승객으로 서로 인사를 하며 밤을 세웠고, 전통악기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짧은 연설도 했다. 사회포럼 참가와 기대를 이야기하며 뉴델리 공항에서 이미 세계사회포럼의 축제 분위기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15일 오후 황혼 무렵, 비행기 창으로 공항주변의 빈민들의 천막촌이 보이는 붐바이 공항에 도착하였다. 인도사회의 정취가 넘치는 호객 꾼들, 삼륜 오도바이(룩샤), 검은 황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진한 자동차 매연을 먹는다. 남대문 시장 같은 인파를 속을 곡예처럼 달리는 붐바이 생활이 시작된것이다. 숙소는 한국 3명, 태국 2명, 뉴질랜드 1명, 일본활동가 30여명이 함께 묵었다.

 

  우리는 고레가온지역에 도착하여 대회장을 돌아보았다. 여러 APWSL동지들과 만남을 갖었고 한국에서 참석한 운동가들과 인사도 했다. 이미 동지들은 부시낙선운동 선전전을 땀흘리며 진행하고 있었고, 미국의 침략 전쟁반대와 신자유주의 반대의 깃발을 들고 행사장 분위기를 한국인들이 뒤집고 있었다. 행사장은 IMF로 철강제조공장이 패망한 자리에서 인류가 당면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의 대안을 논의하며 발표하고 행동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도록 자연스럽게 꾸미어져 있었다. 큰 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인도 가수와 아프리카 민속음악 드럼이 울리고, 세계문화활동가들의 사전 문화행사가 2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우리 근처에는 한국운동가들과 WCC. CCA. NCCI 등을 대표한 사람들이 모여 않았다. 평소 존경하던 몇 분의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인도 붐바이지역(NCCI) 루터교회의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초기 브라질 세계사회포럼의 시작에도 이번 붐바이 포럼에도 세계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상징의식으로 대회구호를 꾸민 풍선을 하늘로 올리며 대회의 개막을 알렸다. 인도의 지성들이 환영사를 하고 이라크와 팔레스틴을 대표한 사람들이 미국의 전쟁과 폭력을 증언, 고발했다. 노벨상을 탄 사람도 있었고, 세계사회포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2시간 가까이 개막행사의 연설을 하였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미국의 전쟁이 일어나는 시대민중들의 국제연대는 폭력적인 자본과 전쟁의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일반적인 사회단체들의 주 관심은 어린이교육문제와 물 자원의 문제, 그리고 소수종족의 독립과 인도사회의 달릿 계급해방문제가 초점이다. 현장운동가들에게 지탄을 받아오던 말뿐인 잔치자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행동하려는 모습들이 첫날부터 곳곳에서 예감이 되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탄압의 문제를 알리고 국제행동을 조직하는 가두선전 장소를 우리의 부스로 정했다. 목이 쉬어라 소리치는 열정적 한국인들의 홍보는 세계인들, 인도인들에게 적극적인 투쟁성과 활동성을 보여 주었다. 한국이주노동자 국제행동 선전본부가 참가자들의 관심과 언론들의 취재대상이 되었고 대회 공식 초청자, 홍근수목사를 비롯하여 한국인들이 반전평화와 신자유주의 반대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APWSL이 참가한 포럼은 신자유주의 반대 , 전쟁반대, 여성노동자포럼, 이주노동자포럼, 다국적 진출기업문제포럼, 인터넷정보인권포럼을 관심점으로 하여 ATTAC과 APWSL이 주최한 WTO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포럼에 참가하였다. APWSL각국대표단 회의는 미국의 폭력적인 전쟁과 횡포의 만행으로 평화가 깨어지고 있는 미국중심의 제국세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한 소박한 만남이었다. 붐바이 복잡한 시내의 예약된 작은 회의장소에 20여명이 둘러 않아서 진지하게 회의를 했다. 스리랑카, 태국, 뉴지랜드, 네팔,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대표 등이 참가한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불참국의 현황과 상황을 점검하였다.

 

  회의는 총무가 전체 조직 상황설명과 아시아시민문화개발협의회(ACPOD)의 미지급 펀드의 문제점 해결의지를 듣고, 각국의 상황은 한국위원회가 준비한 리포트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현안문제에 관해서는 언어와 의사소통의 문제, 재정의 문제, 젊은 노동자 교육프로그램과 여성지도력 초청훈련프로그램, APWSL 2005년 정기총회계획에 대해 논의를 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어린이교육포럼, 인도의 URM선교포럼 등을 열었지만 아주 작은 모임이었다. 민중들의 관심 밖의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교회사람들이 각 단체 속에 흩어져서 활동하다보니 종교포럼은 큰 의미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한 분이 세계종교포럼을 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레지스탕스 2004 세계사회포럼이 본 대회장 입구의 큰 도로 건너편 공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투쟁적이고 혁명적인 또 하나의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전투적인 레지스탕스포럼 참가자들의 소식과 분위기를 들을수 있었다. 진정한 사회혁명과, 무장투쟁 분위기하며, 자본의 냄새가 없는 세계 투쟁가들의 포럼이었다. 인도에서 댐 건설을 반대하며 무장투쟁을 하는 사람들, 소수종족의 독립투쟁, 막스레린 혁명주의자들을 비롯하여, 남반구투쟁지원단체들이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북조선지원부스도 설치되어 있었고, 체게바라의 기념품들이 헌금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21일에는 마무리 행진이 폐막식과 함께 열렸다.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기차를 타며 거리행진을 위해 집결하는 시내의 한 운동장으로 갔다. 이색적인 인도도심의 거리행진이 흥미롭게 열의를 가지고 이루어 졌다. 참가한 한국인들은 반전, 반세계화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했다.

 

  우리는 24일 뉴델리로 이동, 27일 태국행 비행기를 탔다. 28일에는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국이주노동자문제 국제항의시위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태국 노동부 건물 앞에서 일본기업의 관리자가 노동자를 폭행한 것에 항의하는 태국노동자들의 집단항의 방문단을 둘러보았다. 오후에는 YCW 회원들의 모임을 참관하고 그들의 안내하는 거리식당서 코끼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회원들의 활동공간을 돌아보았다.

 

  29일은 방콕의 기독교회관에서 열리는 ACPOD이사회의에 참석하여 기금 횡령을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대표자가 태국에서 존경받는 의사라는 말에 화를 멈추고 자료를 제출하고 돌아 나왔다. 우리는 스리파이가 소개한 오랜 노동운동친구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시간의 방문이었지만 바닥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충분하게 나누는것은 노동자 연대와 협력의 유산이라고 할수 있다. 노동자, 민중들이 적은 수의 사람들일지라도 예수의 열두 제자처럼 살아간다면 역사의 변혁은 가능할 것이다.

 

  제4회 붐바이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여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열매를 갖고 돌아온 보람있는 여행이 되었다. 역사 속에 부서진 인도와 아시아의 역동적인 전통문화유산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달릿 계급이 해방을 기다림같이 노동자, 민중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희망으로 기다려 본다. 체념적인 내세관으로 빠지지 않은 동양의 발달된 영성과 가난 속에도 탐욕하지 않는 영성의 사람들, 영성의 나라 대부분의 민중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거대한 땅과 인구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로 집약되는 힘을 이제부터라도 민중들에게 돌려야 한다.

 

  우리는 아시아와 세계사회속에 다른 국가의 경제, 정치, 군사 문화적으로 침탈을 더 이상 용인 할 수 없다. 핵 보유국가로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인도사회가 더욱 바닥민중들의 소리를 모아내고 첨단과학기술자의 양성으로 그리고 영어의 잠재적인 산업화를 새로운 지식산업으로 시도하여 IT산업의 발달에 미래의 전망을 가지는 인도의 경제발전이 민중들이 자유와 달릿이 해방되는 일과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나는 또다른 세계를 위한 기도를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다른 세상을 위해서. 평등과 해방으로 기뻐 춤추는 민중들의 세상을 열어가기 위하여. 바닥의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변혁의 역사적 순리는 작지만 아름다운 풀뿌리 민중들의 실질적인 연대와 교류가 빈번하여서 이것이 국제연대의 중심이 설 수 있기 위해서.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희망으로 세계노동자들이 살아가게 하소서. 지금 민중들의 자주적 교류와 연대가 큰 줄기로 자리잡아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된 세계사회가 이루어지도록, 국내노동자와 똑같은 권리를 이주노동자가 누리는 이 땅에 평등세상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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