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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돼지들

 1. 구제역이 한참이라고

오늘도 소돼지들이 집단으로 죽임을 당하고 어쩌면 생으로 매장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충청도 어디에 있는 축산연구소에서도 구제역이 퍼져서 돼지들이 죽어나갔다. 그 축산연구소라는 곳은 이 나라에의 '우수' 숫돼지들을 모아 정자를 채집했다가 전국 방방곡곡 수의사들에게 넘겨 각지 돼지들한테 '인공수정'시키는 용도로 쓰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 나라 돼지들은 모두 다 애비가 같다. 결국은 거의 다 한 집안 식구들이 된다. 소들도 그럴 것이다.  종다양성이 없어진 곳에서 구제역 같은 바이러스가 한번만 퍼져도 모두다 몰살당할 위기에 몰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늘도 우생학은 소돼지 같은 가축을 기르는 분야에서 별다른 의심도 없이 시행되고 있는 듯하다. 우수한 종자와 불량한 종자를 가르는 기준은 그들의 고기가 '맛있는지', 혹은 '얼마나 크게 자라고 빨리 살찌는지'가 아닌가? 국가는 이 분야에서 완벽한 중앙집중 통제 시스템을 완성해가고 있는데, 요즘 소돼지들은 저 축산연구소의 '우수' 정자를 인공으로 수정하는 시술을 받지 않고, 자연 출산하는 경우는 거의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살도 잘 안찌고, 고기 맛도 없고, 난폭하기까지 한 '불량' 숫놈들은 골치덩이일 뿐이니, 그들은 되도록 빨리 제거해버리는 것이 편한 일이다. 암컷 동물들은 인공적인 과정으로 새끼들을 낳고 기르는 출산 공장과 고기 생산 공장의 부품이다. 국가는 이 나라  모든 소돼지들의 남편이자 애비 역할을 대리한다.

 

2. 물고기

물고기를 잡아 먹는 과정은 왜 덜 잔인하게 느껴질까? 붉은 피가 덜 보여서? 

 

3. 딜레마

익산에 있는 왕궁축산단지라는 곳에는 한센인들이 산다. 축산 폐수와 악취가 하도 심해서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곳에서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한다. 한센인들이 그곳에 모여 닭을 키우고 산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가 먹은 닭들은 그 곳 한센인들의 목숨이었다. 이제 만경강 오염을  막으려면 왕궁축산단지를 철거해야 한다는데. 그러나 정부는 그곳 한센인들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 누가 받아줄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밝고 따뜻한 세상으로 그들을 받아들일 생각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수십년간 어두운 구석에 '보기싫은' 그들을 유폐시키고 그들이 키운 닭들을 맛나게 먹으면서도 그들을 아주 '편하게' 잊어버리고자 했던 게으름이 비수로 돌아와 아프게 우리를 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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