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삶은 황폐한 삶이다.

물론, 기록의 종류에는 종이와 연필 내지는 컴퓨터를 필요치 않는 것들도 있다. 그것은 기억과 각인 두 종류가 있다. 나는 기억하는 데 능숙치 않으므로 주로 각인의 방법을 택하거나 그것이 안되면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던 것 같다. 분기별로 살펴보자면 10대이전의 것들은 각인이자 저장이었으리라. 급속도의 신체와 정신의 성장이 그 엄청난 용량을 수용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10대시절에는, 그래도 나는 비교적 급격한 성장과정을 겪었다. 초등학교때 이미 키는 크고 생리를 시작했던 아이들은 10대시절의 엄청난 경험들을 기록하거나 기억하는 데 능숙했던 것 같다. 키가 다 큰 고등학교 때, 나는 기록과 기억에 능숙하지 않아 어쩔줄 몰라하다가 가장 강렬한 경험들만을 기억해둔다는 것이 그만 가장 어두운 기억들을 모아두는 것에 그쳤다. 대학시절에는 나는 이제 드디어 기억과 기록이 나 홀로 감당해야 할 것이 아니며 나만의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경험을 공유하는 모든 주위의 사람들 특히 도돌이노래처럼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한박자 늦게 경험하며 그 경험과 경험들이 묘한 화음이 되어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자 나에게는 더이상 나만의 기록과 기억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보니 모두 공유한 경험이라고 생각한 일들이 뜻박에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사실 나는 그/녀들을 믿고 기억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다만 숱한 경험들을 만들어갈 뿐이었는데, 그것이 우리들의 기억이자 기록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과 전혀 달랐다. 어떤 이는 나의 옅은 회색 기억을 흑빛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고, 그 흑빛 기억이 버거워 떠나갔으며, 어떤 이는 나의 검푸른 기억을 구름이 약간 긴 하늘빛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아... 그렇다면 아하! 나만의 기록과 기억을 시작해야해! 시작하면돼!라고 간단히 결론을 내리면 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난 기록하는 법, 기억하는 법 그러니까, 나만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때 그걸 공유까지는 아니어도 분업정도는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지금 홀로 서있는 것이라는 거다. 점점 쓰다보니 헛소리같다.... 긴긴 추석연휴를 보내고 몽롱하게 걸어서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이상하게 두 문장이 입속을 맴돌았다. 기록하지 않는다...삶이 황폐하다는 증거다... 그래서 힘겹지만 시작해보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