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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파업이라...

  • 등록일
    2005/03/12 14:30
  • 수정일
    2005/03/12 14:30

지금 코리아는 출산파업중... 캬 맞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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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은 '여성노동권'이요, 얻은 것은 '법'이다?

신자유주의 저항 10년, 잃은 것과 얻은 것(2): 여성

이황현아(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미디어참세상

 

지난 10년 동안 이 땅의 여성들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먼저 얻은 것부터 열거해보자. 여성 관련법이 정비되어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방지를 위한 3대 여성인권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이게 10년 동안 여성들이 얻어낸 가장 큰 성과물 아닐까? "정말 잘 됐어. 이제 감금되고, 불에 타 죽는 여성은 없어지게 됐다!" 3대 여성인권 관련법 가운데서도 특히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되고 나서 내 주변 여성들이 한결같이 보였던 반응이다. 남자들의 반응은 글쎄, 별로 없었다.

남자들이라고 해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방지법이 생기는데 좋지 않은 건 아닐 텐데 말이다. 하지만 여성인권 관련법이 만들어졌다고 좋아라 하는 남자는 보기 어려웠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인권을 남성들이 옹호하고 앞장서는 데 가부장적 시선에 주눅 들어있기 때문이다.

2001년 행정부에 여성부가 신설되었다. 그 이름도 거창한 "Ministry of Gender Equality". 그 뜻을 그대로 옮겨보면 "성평등 부"다. 무척 놀랍지 않은가? "Ministry of Women"이 아닌 것이. 정부는 1988년부터 정무장관 제2실에 여성분야 업무를 맡긴이래 급속도로 빨리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이끌어내고 여성정책을 만들어냈다. 여성들이 이제 더 이상 집에 갇혀 지낼 이유가 없다.

정부가 앞장 서 '여성발전기본법'(96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99년)도 만들고, '남녀고용평등법', '모성보호법'(2001년)도 개정했으니, 사회에서 여성이 불평등을 당할 일이 구조적으로 소멸된 것이다. 6개 부처(교육부, 농림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노동부)에 여성정책 책임관제 설치는 김대중정부 여성정책의 하이라이트다. 이 즈음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남녀공동의 참여사회'를 일구기 위한 김대중정부에게 박수라도 쳐야하는 건 아닌가 싶다.

양성평등, 참여사회에서 공적영역에 여성진출 또한 빼놓을 수 화두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총선에 39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되면서 섣부른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갑론을박하고 있다. 여성이면 다 되냐, 같은 여성이라도 자질을 물어야한다는 의견과 지금은 구분보다 연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으로 갈려 여성 내부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를 뒤이은 참여정부의 여성정책은 어떨까? '건강가족법' 만들고, '출산안정법' 만들어 셋째 아이를 낳아 양육비를 국가에서 지급 받으라는 정부이니 오죽할까. 노무현정부가 내세운 '여성인력활용방안'이나 '가사와 직장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지만,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이들 진출할 수 있는 여성 일자리는 서비스직 비정규직밖에는 없다. 하루 종일 웃고 있어야 하는 마네킹처럼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가사노동의 연장선에서 식당 일이나 가사도우미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요즘은 온 종일 보살핌 노동을 주로 하는 간병인이 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10년, 얻은 것은 '여성의 빈곤화'이자 '빈곤의 여성화'이다.
'여성비정규직의 증가'는 여성의 빈곤화와 빈곤의 여성화의 주된 내용이다.

신자유주의, 아이엠에프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여성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8%에 달하나 시간제, 임시직, 파견제 등 비정규노동이 여성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 이후 고용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남녀차별이 나타났는데 이른바 '여성우선해고'였다.

기혼여성(맞벌이 여성, 사내커플, 출산휴가 중 여성), 장기근속여성, 비정규직 여성을 1차 해고 대상으로 삼았고, 정리해고 후 비정규직(시간제, 계약직, 아르바이트)으로 유도하고 강제로 무급휴가를 유도하여 퇴직하게 만드는 등 성차별적인 여성해고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그래서 오늘날 여성의 상태는 "여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 가구는 IMF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이(40.3%-43.8%)를 보여 남성 가구주 가구(19.8%)의 두 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한국의 여성정책 10년: 돌아보며, 내다보며, 한국여성단체연합 심포지움. 2004.6.1)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등으로 노동가능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남성경제활동 참가율은 이미 90%를 웃돌아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여성노동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이 말은 결국 여성인력 활용이 남녀평등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 때문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사노동과 직장생활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여성들의 요구라기보다는 노동력 부족 위기에 직면한 자본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남녀고용 차별 근절',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더 이상 여성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부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요구하는 유연안정화한 노동력으로서 여성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동시에 양육 출산 보살핌 노동의 온전한 제공자로서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부의 여성정책이 갖는 근본적 한계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신자유주의 10년, 얻은 것은 여성노동자들의 정말로 끈질긴 투쟁이다.

신자유주의 아래서 여성은 가사노동과 양육의 부담과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위치로 항상적인 이중의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여성 임금은 남성의 65%, 비정규직노동자의 70%가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3%, 여성 임시일용직이 70%인 상황으로 여성고용의 불안정과 여성의 빈곤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시장에는 더욱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는 자본의 입장이 철저하게 관철되면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실직 남성 대신 노동시장으로 유입된 여성가장은 가족임금, 즉 잘못된 '남성생계부양자모델'로 인해 왜곡된 임금구조 아래서 질식당했다. 은행에서 부부 취업노동자들 가운데 여성은 예외 없이 해고된 것처럼, 남성들은 가족을 책임지는 가족생계부양자이기 때문에 여성이 우선 해고 대상이 된다. 이것은 아이엠에프 이후 한국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통용되는 여성해고 사유다. 그러나 실제 기혼 여성은 다양한 생계부양적 임금노동을 해야만 생활을 유지해 갈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 상에서 모성보호조항(성희롱과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이 제정되고, 모성보호법이 개정되고 있는 한편으로, 2001년부터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는 여성근로기준법 개악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 시간외근로, 위험유해업무로부터의 보호 조항 전면 삭제 시도들을 보라.)은 파기되었고 노동현장은 자본의 무법천지로 변했다. 산전 후 휴가도 ILO가 권고하는 12주-14주에 못 미치는 60일에 불과한데, 산전 후 건강진단 보험 적용이나 출산수당과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난망 할 뿐이다.

그 동안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적 제도와 관행에 대해 여성단체들의 비판과 운동을 통해 많은 법적,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 냈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차별 속에 고통 당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여성노동자를 우선 정리해고시키고, 이들을 임시직, 하청노동자 등의 주변부 인력으로 대체하였다.

현대자동차 식당아줌마 정리해고반대투쟁, 지하철, 철도 청소용역아줌마투쟁,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 서울대병원 간병인노조투쟁 등은 여성이 남성 고용을 위한 안전핀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였다. 여성고용이 여성의 모성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자본에 의해 기피되는 현실을 폭로하였다. 그리하여 여성해고 1순위에 맞선 여성노동자들의 신자유주의 반대 고용안정 투쟁을 개척해냈다.

또 하나 얻은 것은 여성들의 독자조직이다.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여성노동자들이 당당한 주체가 되어 99년부터 엄청난 변화를 주도해냈다.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이 만들어지고,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서울여성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드디어 여성노동자들이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이들 독자여성노조의 5년 여 활동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수년에 걸친 이들 노조의 활동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연대와 투쟁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잃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사회는 여성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직장에서는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아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가정에서는 양육 출산 보살핌 노동과 가사노동을 도맡아 해야하는 재생산노동의 전담자로,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인다. 가정 일도 직장생활도 다 잘해내는 슈퍼우먼이 되라.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 어느 것도 빵구를 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TV에서, 매스컴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도. 이쯤 되면 한국은 정말 여성들이 살기 싫은 나라가 될 것이다.

'출산파업'을 하는 나라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의 원인을 폭로하면서 정부정책의 허구성을 알려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세계화 노동의 불안정화 관점에서 비판하면서 여성노동권 쟁취와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자.

신자유주의가 조장하는 '성차별,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맞서 '여성노동권 쟁취'와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를 위해 운동사회에서 '성폭력 반대 운동' 여성이 '조직의 주체'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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