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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생태관찰일지8

                                                                            6월 1일
보통 생태관찰은 절기 전후에 하는데 이번에는 인대가 늘어나서 미루다 보니까 거의 소만절기의 마지막 날에 생태관찰을 했다. 소만에서 망종으로 넘어가는 때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인데 이시기에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매년 입하 때가 되면 뻐꾸기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입하 때부터 온 가족이 뻐꾸기소리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이번 소만 아침에 엄마가 처음 들었다. 그 때 나는 자고 있었는데 아빠가 나를 깨우면서 뻐꾸기가 찾아왔다고 했다. 잠결에 들으니 아련하게 뻐꾸기 소리가 들려서 당장 밖에 나가서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멀리 알을 낳았는지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요즘에는 가까이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뻐꾸기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같은 작은 새 둥지에 알을 낳아 놓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뻐꾸기는 스스로 새끼를 기르지 못하기 때문에 작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을 하는데 새끼들에게 자기가 어미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저렇게 울고 있는 것이다.

해당화의 연분홍색 꽃잎은 목련꽃이 질 때 처럼 구겨진 휴지가 되버렸다. 꽃이 피었던 꽃받침 밑에는 초록색 구슬같은 열매가 달려 있었는데 9~10월에 빨갛게 익어 등불처럼 우리 집을 밝혀줄 것이다.

소만이 되면 우리 집에 피는 꽃은 산딸나무와 쥐똥나무 꽃이다. 소만에 피는 꽃들은 입하 때 피는 함박꽃이나 해당화 같은 꽃보다 소박하다. 산딸나무가 꽃이 필 때나오는 십자모양으로 마주나는 하얀색 잎은 사실 꽃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 하얀색잎이 꽃인줄 알았는데 알아보니까 그것은 꽃이 아니고 진짜 꽃은 그 하얀색 잎 가장자리에 있는 동글동글한게 진짜 꽃이었다. 그 하얀색 잎은 꽃이 아니라 유인용 가짜 꽃이었다. 쥐똥나무의 꽃은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게 예쁘다. 쥐똥나무꽃 사이에는 꿀벌들이 부지런하게 윙윙대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사진을 찍다가 꿀벌이 꿀을 모으는데 건드려서 잘못하면 쏘일 뻔 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달래 꽃이 피어있었다. 우리 집은 지난 입하 때 까지만 해도 달래를 캐다가 달래 된장국을 해먹었는데 소만 때 쯤 되면 달래가 꽃이 펴서 맛이 없어 못 먹게 된다. 달래를 캘 때 엄마는 삽을 이용해 달래를 캐고 나는 호미를 이용해 달래를 캤는데 나는 호미로 달래를 캐다가 중간 중간 끊어먹어서 나중에는 삽을 이용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달래의 꽃을 보면 꽃대가 아주 길은데 그 것은 씨앗을 조금이라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풀이 아주 무성했다.  숲에 들어서니 입하 때와 너무 분위기가 다르다. 입하 때 까지만 해도 숲에는 연두색이 조금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온통 짙은 녹색이다. 신록의 잎새가 아니라 짙은 녹색의 잎새들이 하늘을 꽉 채우고 있으니까 물기도 느껴지고 뭔가 나를 내리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망초나 속털개밀과 산억새등의 식물들은 벌써 내 키만큼이나 자라있어 숲속으로 들어가기도 힘들다. 소만숲의 특징은 음습하고 무겁고 짙은 녹색이고 무성해 풀들이 서 언제에 뱀이 나올까 무섭다. 바닥을 살펴보니 은대난초는 벌써 꽃이 지고 보이지 않았다. 인동덩굴이 꽃이 피었나 알아보러 가다가 소나무 뿌리 밑에 구멍3개가 뚫려 있어서 살펴보니 일본왕개미의 집이었다. 나무뿌리 밑에 만들어서 다른 동물들에게서 안전할 것 같았다.

꿀풀도 꽃이 피어있었다. 꿀풀은 이름 그대로 꽃에 꿀이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꿀풀인데 나도 꽃을 따서 먹었더니 대부분 꿀이 들어 있지 않았다. 꿀풀은 6~7월에 보라색 꽃이 핀다. 꿀풀을 다른 이름은 하고초(夏枯草)라고도 부르는데 이런 이름이 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가 연주창(연주나력이 터져서 생긴 부스럼)이라는 병에 걸려 목에 멍울이 생겼는데 거기에서 더 악화되 고름까지 흐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을 지나가는 약장수에게 자기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는데 어떤 약초를 꺼내더니 그것을 달여 먹였다. 그날부터 어머니의 증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목에 딱지가 앉더니 며칠 뒤에는 완치 됐다. 아들은 너무 고마워서 약장수에게 너무 감사하여 저희가 정성껏 대접을 하고 싶다하여 약장수는 그 집에서 머물기로 하였다. 그리고 1년 뒤에 약장수는 떠났다. 떠나기 전 약장수 그동안 정성껏 대해준 보답이라면서 뒷산에 어느 동굴로 들어갔다. 그 동굴에는 꽃은 보라색이고 잎새가 마주나는 풀이 있었는데 그 풀을 가리키며 약장수가 말하길 이것은 연주창에 특효약이라고 말해 주고 이 약초는 여름에 잠깐 피었다 말라버리니 초여름 따야 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는 내년 여름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하고는 떠나버렸다. 약장수가 떠난 뒤 그 고을 사또의 모친께서 연주창에 걸려 어머님의 병을 고치는 자에게는 포상을 주겠다는 방이 붙었다. 아들은 약장수가 가르쳐준 풀이 생각나서 사또에게로 가서 자기가 사또 모친의 병을 고치겠다고 하고는 자신 만만하게 산을 올라갔는데 약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들은 곤장만 맞게 됬는데 내년 여름 약장수가 돌아오자 그 약장수를 보자마자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또의 어머니께서 우리어머니와 같은 병에 걸려 당신이 가르쳐준 약초를 찾으러 산에 올라갔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약장수가 약초를 찾으러 올라 간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가을이었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약장수가 이 약초는 여름에 잠깐 피었다가 말라버린다고 했지 않은가 라고 말했더니 아들이 그 말이 그제야 생각나서 약장수에게 용서를 빌고 이제 잊어버리지 않게 여름 夏자와 마를 枯 그리고 풀 草 자를 써서 夏枯草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이다. 꿀풀은 연주창 뿐만 아니라 이뇨제나 소염제로도 쓰는데 이야기에서 말했듯이 여름에 잠깐 피었다가 져버린다.
    
우리가 못 본 사이에 인동덩굴의 꽃이 피었다. 어제나 엊그제쯤 피었는지 전부다 아직 은화(은색)상태였다. 꽃이 핀지 1주일이 지나면 금색으로 변하는 특징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금은화라고도 불렀다. 내가 요즘 고구려고분벽화를 스케치 하고 있다. 4월쯤에 인동당초무늬를 그려봤는데 실제 인동꽃의 선은 아주 부드럽고 세밀했는데 내가 그런 것은 선이 좀 둔탁했었다. 앞으로 더 섬세하게 그려야 되겠다.  

우리 집은 완전히 오디의 계절이다. 마당 앞에 있는 뽕나무에도 동네뒷산에 있는 뽕나무에도 검붉은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달콤한 오디의 즙을 찾아 많은 곤충들이 찾아온다. 노린재, 방아벌레, 등이 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곤충들을 잡아먹기 위해 거미와 새들이 부지런히 날아들고 있다. 유럽문화를 접하기 전 인디언들은 우리처럼 1월 2월 이렇게 세지 않고 연어의 달, 딸기의 달 뭐 포도의 달, 오디의 달 이렇게 1년 12달을 나누는데 우리 시골어린이들은 유럽 인디언들이 나누는 방식이 더 좋을 것 같다. 오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열매중에 하나인데 솔뫼도 그렇게 과일은 좋아하는 애가 요즘은 다른 과일은 거의 찾지 않고 오디 한 사발쯤은 거뜬히 먹어 치운다. 올해 오디는 작년보다 훨씬 알이 굵고 달은데 아마 비가 오지 않고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해에는 오디효소를 담그기로 해서 아빠는 매일아침 바쁘게 오디를 따러 나가시는데 하루에 5Kg정도 따오신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솔뫼가 매일 한 사발씩 해치운다. 오디를 많이 먹으면 혓바닥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는데 오디가 검붉은 색을 띄게 된 것에 대해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 지중해 어느 섬에 피라모스라는 청년과 티스베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 둘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 좋아했는데 그 두 집안의 아버지는 피라모스와 티스베가 만나는 것을 반대 했다.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만나자 결국 이웃이었던 두 집 사이에 벽을 쌓고 밤늦게 까지 피라모스와 티스베가 어디 나가나 감시했다. 티스베는 매일같이 벽과 아버지을 원망했는데 하루는 벽을 살펴보다가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라모스도 티스베를 만나지 못해 안달이나 있었는데 벽에서 티스베 목소리가 나서 그 쪽으로 가보니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거기서 티스베 목소리가나서 들여다 보니 티스베의 눈이 보였다. 그 두사람은 그날부터 매일매일 그 구멍으로 이야기 했는데 헤어질 때면 벽에 입맞춤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피라모스가 이렇게 계속 벽에서만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몰래 만나자고 했다. 약속시간은 당일 밤 12시 가족들이 다 잠들면 뒷산에 있는 커다란 뽕나무 아래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티스베가 와보니 피라모스는 아직 안 오고 없었다. 티스베가 피라모스를 기다리는데 으르렁하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돌아보니 사자가 입에 시뻘건 피가 묻힌 채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티스베는 깜짝놀라 바위뒤로 숨었는데 급히 달려가는 바람에 머리에 쓰고 있던 스카프를 떨어뜨렸다. 사자는 티스베가 있던 쪽으로 오더니 스카프를 물어뜯고 발톱으로 찢어 버리고는 어슬렁 어슬렁 대며 사라졌다. 피라모스가 온 것은 바로 그 때였는데 사자발자국과 티스베의 시뻘건 피가 묻고 찢겨진 스카프를 보고는 티스베가 사자에게 잡혀먹힌 것으로 생각해 갖고있던 칼로 자살했다. 티스베가 바위뒤에서 나왔는데 피라모스가 죽어있었다. 티스베는 그 것을 보고는 자신도 피라모스의 칼로 자살했는데 그 둘의 피를 빨아들여서 원래 하얀색이었던 오디가 검붉은 색이 되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티스베의 스카프를 하늘의 별로 만들었는데 머리털자리가 바로 티스베의 스카프이다. 이기심 때문에 청춘남녀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제지하는 부모님들이 꼭 알아야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대가 늘어나서 손해 본 게 참 많다. 아빠가 오디를 따고 집으로 돌아오시다가 한 20        m쯤 앞에서 고라니를 보셨다고 한다. 나는 뒷산에서 멧토끼는 몇 번 보았지만 고라니는 보지 못했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내가 우리동네에서 고라니를 본 것은 할아버지 산소에서 뛰어가는 모습 밖에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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