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겨레]“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에바다 비리’ 계기로 장애인 운동
진보적 관점서 역사·자료 정리
“사회진보 척도인 장애인문제
왜 모두들 외면하나요“
 
 
한겨레

 

책·인터뷰 / ‘차별에 저항하라’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펴낸 김도현씨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일반버스 타기 어렵다. 바닥을 낮게 만든 저상버스라면 타고 내리는데 문제가 없다. 지하철도 그 많은 계단들을 장애인들이 오르내리긴 거의 불가능하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된다. 요컨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메이데이)라는 책은 다음과 같은 항목들로 시작한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적으로 규정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한겨레신문사 방문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출입구쪽 수십 계단을 올라온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인터뷰 장소로 온 저자 김도현(33)씨. 역시 몸에 밴 운동가였다. “오면서 계단에 ‘몸이 불편하신 분은 경비실에 연락해주세요’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걸 봤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 아니라 ‘계단 이용이 불편하신 분’으로 고쳐야 한다.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으면 몸이 불편할 리 없다.” 한겨레 1층 엘리베이터는 ‘저 안쪽’ 돌아간 곳에 따로 있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또 한 권의 책 <차별에 저항하라>(박종철출판사)도 함께 나왔다. ‘한국의 장애인 운동 20년 1987~2006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정태수 열사 추모사업회’가 2005년 12월 “현장 대중투쟁과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관점에서 장애인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집 <한국사회 장애민중운동의 역사: 그 투쟁의 기록과 평가>를 냈는데, 그때 김씨가 책임연구원격으로 대표집필을 했다. 이번 책은 그 자료집을 일반대중용으로 그가 바꿔 쓴 것이다. 이런 장애문제 개설서·입문서조차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비장애인’이다. 1980년대 말 서울사대부중에 다녔는데 교생실습들을 많이 나왔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1996년 늦깎이로 대학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그 해에 평택의 장애인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에서 수용 원아들을 농락한 비리가 들통나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그럼에도 원장만 처벌받고 그 일가의 족벌운영체제는 계속됐다. 1997년 이를 바로잡으려는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가 결성됐고 그는 창립멤버가 됐다. 그가 오늘까지 오는데 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금 노들장애인 야간학교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운영위원이며 8월에 출범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조직 정책국장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주체가 아니라 내부 연대자”일 뿐이다. 운동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장애인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저자 김도현씨
2005년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장애인수는 전인구의 4.59% 정도며, 장애인의 45.2%가 초등학교 졸업이하의 학력이다. 각국 인구의 10% 정도를 장애인으로 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그 수가 500만에 가깝다. 그들의 70%가 실업 또는 반실업 상태다. “문화적 편견, (자본주의의) 경쟁·효율 제일주의, 물리적 장벽들이 그렇게 만든다. 우리사회 노동패턴도 건장한 남성 비장애인이 아니면 무력감이나 장애를 경험할 수밖에 없도록 짜여져 있다. 장애인에게 거의 적대적인 도시설계를 보면 그게 문명 전체에 녹아 있다는 게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사회 인식은 그래도 많이 바뀌었다. “산 아래에 들이 있고 그 끝에 강이 있는데, 예전에는 비장애인이 이미 강가에 도착해 있는데도 장애인은 여전히 산 위에 있는 형국이었다면 이제는 장애인들이 강가의 비장애인들 끝머리에 줄을 서 있는 정도는 된다.”

 

그는 웬만한 사회문제는 시시콜콜 토론프로에 올리는 텔레비전이 왜 장애인문제는 외면하는지 괴이하게 생각한다. 진보적 인사들 중에도 장애문제를 파고 든 사람은 찾기 어렵다. “장애인이 어떤 상태에 있느냐가 그 사회의 진보 정도를 재는 척도”라는데. 장애인운동도 여전히 ‘주변부’를 벗어나지 못했다. 거기엔 내부요인도 적지 않다. 유동철 동의대 교수가 “장애인운동이 장애인운동산업이 돼버렸다”고 개탄했듯이, 운동이 회원이 아니라 단체나 조직의 간부들 돈벌이나 권력추구에 이용되고 있다. 운동 주류가 그런 실정이다. 그가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