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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사회주의] 운동권부터 사회주의적으로...

운동권부터 사회주의적으로....| 내안에 나 있다! 2009년 03월 18일 03:58

 

 

며칠전 지인이 보내준 '안녕, 사회주의'를 읽었다.

 

어렵지 않고,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는 사회과학서적은 왜 드문가를 고민하던 본인에게는 실로 반가운 책이었다.

 

그러나 한편 글을 읽으며 가슴이 많이 쓰렸다. 저자들의 희망과는 달리 현실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솔직했다고 느낀 글은 아리의 '안녕, 사회주의, 내일만나"(제목이 이게 맞나?) 였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하고도 비슷했고, 얼마나 힘들까.... 다른 글을 쓴 저자들에게도 이런 심정은 있겠지? 하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과 가슴속을 후벼팠다.

 

사회주의운동을 하는 단체들 임에도 불구하고, 노동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두발로 뛰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함께 운동하는 이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임금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운동하는 이들이 돈 벌려고 하는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건강하게 일하고, 먹을걱정 하지 않으며 일하게는 해야하는 것 아닌가. 살맛나는 세상 만들다가 사람들 다 죽고, 떨어져 나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재작년 쯤이었던가, 한 단체에서 상근하다가,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쳐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고, 상근을 그만두고 여행경비를 벌기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나 이력서에 적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졸업한 학교밖에.... 20대의 청춘을 다 바쳤는데, 이력서 안에 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비참했다. 물론 이건 내가 사회주의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내놓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운동단체의 잘못된 점들을 더욱더 확인하게 된 계기는 미쿡비자를 받을 때였다.

 

미쿡 비자를 받기위해서는 그동안 어디에서 일했는지, 소득증명을 해야하는데, 난 그걸 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일하던 단체는 출판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이름으로 임금지급 세금신고를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4대보험도 없었다.

 

누군가 책에서 썼던것 같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안에서 사회주의운동을 하는 거라고.... 그래 맞다. 우리가 사회주의 운동을 하긴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적어도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최소한의 보장은 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결국 여행가기전 잠시 아르바이트했던 회사에서의 기록과 울언니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근무했다는 가라 기록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단체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발전없이 계속 나를 소비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을 빠르고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잘 할만한 사람을 담당자로 하면 좋겠지만, 잘 하지 못하더라도 잘 하게 만들고, 서로 토론해가면서 일을 진행하는게 일하는 사람도 즐겁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금방 지치고 운동을 떠나가게 되는 것 같다.

 

사회주의 운동은 사람을 위한 운동이라고 한다.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 그러나 정작 운동권은 주변의 사람들을 신경 쓰지 못한다. 누군가 괴로워 죽기 직전에 있지 않으면 말이다.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미치는 저임금으로 일하고, 가장 기본적인 4대보험도 안되고,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하고.... 운동권조차 이런 실정인데 무슨 세상을 사회주의세상으로 바꾸겠다는 말인가.

 

아리의 글을 보며 2년 전 내 모습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녀가 그 괴로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텐데, 내가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의 상처가 흉터로 남아 건드릴 때마다 고통이 느껴지는 그런 상처가 되지 않도록, 사람을 위한 운동으로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한다.

 

뱀발 : 책 마지막 장을 넘기다 정보공유 2.0라이센스를 보았다. 아마도 이런 출판사는 처음 아닐까 생각하며 괜시리 내가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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