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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농성장 거리특강]
고정갑희 - '페미니즘과 여성노동'
2012. 07. 24.
줄잡아 그의 재산이 5조 원을 넘는단다
그 돈은 일 년에 천만 원 받는 노동자
50만 년치에 해당한다
한 인간이 한 세대에
50만 년이라는 인간의 시간을 착취했다
50만 년!
- 백무산 시 “자본론” -
*
지난 7월 24일,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노조 농성장에서 화요일마다 있는 거리특강,
고정갑희_ "페미니즘과 여성노동자"에 다녀왔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능 부분으로, 또 다른 시인의 시 "기적"에 등장하는 일당 만원, 천만원 받는 노동자, 이런 계산조차 되지 않는 가사노동자 여성을 언급하며, 페미니즘이 '시간과 노동을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사노동자 여성에게는 위 시에 나오는 50만 년 대신 어떤 계산이 이루어질까?' 로 이어지는 물음.
-이날 소개된, 페미니즘이 묻고 고민하는 관련 물음들-
누구의 시간이 왜, 좀 더 높은 (화폐) 가치가 매겨지는가?
그 시간의 가치는 누가 매기는가?
노동자의 시간은 왜 가치가 낮게 매겨지는가?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왜 상대적으로 낮은가?
나아가 가정에서 여성의 일은 왜 아예 화폐가치조차 없는가?
왜 여자의 일은 사랑의 이름으로, 어머니/아내의 이름으로 부불노동(지불되지 않는 노동)이 되는가?
학습지 교사의 시간은 왜 "노동"이 되지 못하는가?
누가 무엇을 노동이라 하고, 노동이 아니라고 하나?
남자들은 가부장제하에서 자유로운가?
국가는 누구 편인가?
...
가사노동이 여성노동, 성노동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노동'으로 얘기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평만 들어 왔지만, 이미 가사노동자들이 (가사관리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베이비시터 등의 이름으로) 조금씩 노동자로 인정받고 세상에 나오듯이, 아직 '특수고용'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대접을 못 받고 있는 학습지 선생님들도 노동자로 세상에 나와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에서 여성의 (특히 '가사') 노동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 덧붙입니다.
“‘여성의 일’은 가정 내부와 주변에 있다는 관념은 대다수 여성들이 무급 노동뿐만 아니라 유급 노동도 한다는 사실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난다. 실제로 신흥산업국에서는 여성들이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성별 및 인종 이데올로기는 경제적 제약과 더불어 일부 유급 노동을 ‘여성의 일’─또는 여성 일의 특정 종류─로 만들고 여성의 경제적 기여를 하찮거나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데 공모한다.”
_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서문' 중에서
“가사노동은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의미 안에서는 생산적이지 않다. 수많은 자잘한 일에 엄청난 에너지와 자기희생을 쏟아붓는데도 말이다. [...] 잉여가치를 창출하고 자본가에게 이윤을 안겨 주는 노동만이 생산적이다─자본의 지배와 임금 체제가 계속되는 한에는. [...] 프롤레타리아 여성이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고 뚜렷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여성 참정권과 계급투쟁Women’s Suffrage and Class Struggle」, 1912년”
“왜 여성의 노동은 이렇게 평가절하되어야 하는가? 왜 남자로 가장한 채 주인임을 자처하는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압제자들이…… 여성의 시간과 재능을 독점하는가? 자매들이여, 더는 복종하지 말자.…… 하나로 단결해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자! - 프랜시스 모리슨, 1834년”
_ <페미니즘, 왼쪽 날개...> '선구자들' 중에서
“많은 월경 전 증후군 증상들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동 규율을 참지 못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설픈 실수를 하는 여성들의 경우는 어떨까? [...] “나는 한 달에 유리컵 하나씩 꼭 깨뜨린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생리가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지요.” [...]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런 생각을 설명한 바 있다. “흡사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다.…… 끝없는 반복이다. 깨끗이 치우면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치우는 일이 날이면 날마다 계속된다. 가정주부는 제자리걸음만 하면서 서서히 닳아 없어진다. 주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다만 현재를 무한히 반복할 뿐이다.””
“너는 아침에는 우선 기저귀 가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지. 기저귀를 간 다음에는 세탁물 통이 다 찼으면 빨래를 했고. 기저귀 발진을 유발하는 암모니아가 있으면 커다란 들통을 난로에 올려놓고 반 시간 동안 삶았어. 기저귀가 삶아질 동안 아이들 밥을 먹였어. 오줌 기저귀를 삶는 그 난로 옆에 서서도 음식을 할 만할 때는 말이야. 아침을 먹고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황량한 거리로 산책을 나가 꽃과 무당벌레와 비행기구름을 보여 주었지. 이따금 오토바이가 옆을 지나가면서 아이들을 놀래곤 했어. 개가 쫓아올 때도 있고. 산책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지. 낮잠 시간 전에 골라잡을 일이 많았지. 장 볼 목록 만들기, 설거지, 침대 정돈, 아이들과 마룻바닥 기어 다니기, 정원에 잡초 뽑기, 엊저녁에 쓴 냄비와 프라이팬을 철수세미로 긁어내기, 가구 끝손질하기, 청소기 돌리기, 단추 달기, 기장 늘리기, 해진 옷 깁기, 커튼 감침질하기 등등 말이야. 아이들을 한꺼번에 재울 수 있으면 낮잠 시간 동안 『패밀리서클Family Circle』 잡지를 뒤적이면서 집을 어떻게 독창적으로 꾸밀지, 남편에게 어떤 새로운 요리를 내놓을지를 찾아볼 수 있었어.”
_ <페미니즘, 왼쪽 날개...> 3장, 에밀리 마틴, ‘월경 전 증후군’ 중에서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가사노동은 금지된 욕구의 집합을 이룬다. 이런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동은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값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며, 여성의 타고난 역할로 이해됨으로써 흔히 노동으로 보이지 않게 된다.”
_ <페미니즘, 왼쪽 날개...> 5장, 로즈마리 헤네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중에서
“가족 안에서 주어진 역할 때문에 여성들은 계속해서 경제·사회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머무른다. 가족 밖에서 노동을 할지라도 가족 내 역할과 관련한 일이 대부분이다. 전통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 없는 보기 드문 여성조차도 자신이 벗어나는 사회·문화적 제도에 의해 모양 지어진다. 오랫동안 미숙련 노동을 하며 일터에서 온정주의적인 대접을 받는 남성들 역시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이런 영향은 가족 내의 지배적인 역할과 남성 우위 이데올로기에 의해 상쇄된다. [...]
분명히 여성이 어머니인 만큼 많은 남성이 아버지이지만, 남성은 무엇보다도 우선 의사나 변호사, 재봉사나 선원이다. 어쨌든 여성들이 이런 일을 할 만한 유인이 없다면, 이것은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사회적 압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성들은 다른 일을 하려고 할 때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와 기대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_ <페미니즘, 왼쪽 날개...> 32장, 낸시 홈스트롬, '여성의 본성에 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 중에서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35인의 여성/노동/계급 이야기 낸시 홈스트롬 메이데이, 2012 |
/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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