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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재구성 통한 '야당 교체'가 답이다 / 2008. 12. 29.

진보진영 재구성 통한 '야당 교체'가 답이다
 
[안일규의 Talk About] '책사'들의 고언, 민주당 해체와 박근혜 야당 필요
 
안일규
 
 
  이명박 대통령 당선 1주년과 집권세력이 말하는 이른바 ‘좌파정부 척결’ 1년이 지났음에도 야권 세력은 이명박 당선 전이나 직후,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 1년 전이나 지금에서나 ‘大실패세력’과 진보진영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를 군부독재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했다고 말할 뿐이다. 앵무새보다도 못한 이들에게 ‘대안야당’ 운운하는 건 사치다.
 
  1년 전 ‘묻지마 대통합’에 쓴 소리를 던졌던 진보진영의 대표 언론인들의 당시 발언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떨까, 그들은 지금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 <한겨레> 여현호 논설위원과 <경향>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의 지난 2년간의 정치칼럼을 정리해 현 상황에 적용 분석, 대안을 찾아내고자 한다. 흉흉한 연말에 진보성향 종이신문에서 ‘진보진영의 책사’로서 여 논설위원과 이 에디터의 “말·말·말”을 살펴보자.

“大실패연합 · 이명박 정부의 일등공신”과 손잡는 건 ‘죽음’  

  지난 대선 정국 이대근 에디터는 <신당, 그 무덤에서 아무도 초대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99% 열린 우리당’으로 규정하면서 정체성 상실을 당시 범여권의 진짜 문제로 짚었다. 이 ‘99% 열린 우리당’은 실패세력이 똘똘 뭉쳐 질서있게 구축한 것이므로 ‘대실패 연합’이며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진단했다. 의사라면 당시 범여권에 ‘사망선고’ 내린 셈이다. 이 에디터는 수위를 한 층 높여 대통합민주신당을 ‘무덤’으로 규정하고 “대통합에 참여하는 순간 ‘죽음의 키스’가 될 것”이라 했다.  
 
▲ 지난해 9월 12일 자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 경향신문 인터넷판

  이 에디터의 1년 전 비판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번 대통합은 ‘미완의 대통합’이기에 “민노당까지 아우르는 게 ‘진짜’ 대통합”을 위해 ‘大실패연합 시즌2’를 위해 뛰고 있고 민노당은 ‘민주당 사람’ DJ의 말을 냉큼 받아 그들의 적이던 ‘99% 열린 우리당’과 죽음의 키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에디터의 말로 고친다면 “파탄난 지난 10년 정권의 생존자들의 모임”이 당장 살기 위해 만든 ‘잔당’과 진보진영이 손잡아 파탄의 길, 공멸의 길을 스스로 두드린 셈이다.  

  여 논설위원도 간접적으로 이 에디터와 비슷한 논조를 견지한다. 칼럼 <이명박이 무너지지 않는 까닭>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높은 지지율을 “이명박의 반대편”에서 찾은 여 논설위원은 이명박의 반대편에 대한 불신이 이명박에 대한 불신보다 더 컸다고 말한다.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도 국민들에게는 ‘노무현과 그 비슷한 자들’로 뭉뚱그러져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이 에디터가 대통합민주신당을 ‘무덤’으로 규정한 것으로 연결되는 셈.  

  여 논설위원의 칼럼은 암묵적으로 결국 이명박의 ‘반대편’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이명박 정권이 무너질 수 없다고 한다. 이 에디터의 ‘야당 교체’ 주장으로 연결되는데 칼럼 <불안한 세상, 평온한 민주당>에서 이 에디터는 “민주당은 어울리지도 않는 이명박과의 싸움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실패한 세력과 실패하고 있는 세력의 대립은 짜증이 날지언정 흥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수의 서민들도 민주당을 자신들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명박을 위해서라도, 정치에 실망한 이들을 다시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대표하는 세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야당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식만으론 안 돼, 내용과 가치가 있어야”  

  여 논설위원의 다른 칼럼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선이라는 형식만으로 감동을 이끌어내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여권에게 ‘착각’이라며 꼬집었다. 反한나라당 전선을 통해 51:49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공학으로 표를 모은다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국민이 보고 싶은 ‘내용’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지난해 9월 10일 자 한겨레 여현호 논설위원의 칼럼     ©대자보

  여 논설위원의 명쾌한 비판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反 한나라당’은 국민이 보고 싶은 ‘내용’이 될 수 없으며 ‘전선’이라는 ‘형식’만으로 여 논설위원의 말대로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용’도 없어 왜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이나 반 한나라당 전선을 지지해야 하는지 이유도 없다. 그 결과 전라도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20%에 달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에디터도 여 논설위원의 진단에 같이 한다. 이 에디터는 칼럼 <신당, 그 무덤에 아무도 초대말라>에서 민주정부 10년 이후 ‘죽음의 잔치’ 속에서도 자기 원칙과 노선, 정책을 지켜나가면 최소한 ‘미래가 있는 패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진보진영의 책사’로서 여 논설위원과 이 에디터는 진보진영에 ‘반MB’(당장의 문제)에 얽매여 소신없이 反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실패한 세력과 손잡지 말고 진보진영의 노선과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라는 주문을 한다. 제대로 정립할 경우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패배는 하더라도 ‘올바른 패배’이자 ‘미래가 있는 패배’가 될 것이다.  

야당 자격없는 민주당 대신 ‘박근혜’에 '여당 내 야당' 기회 주고, 진보 재구성 통한 '야당 교체' 준비해야 

  한국의 보수독점구도에서 민주화 이후 민주당의 노선은 ‘상대적 진보’를 통한 개혁적 보수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이었다. 그러나 이는 IMF 이후 지난 10년간 무너져왔고 여기에 완전한 파괴를 가져온 이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다. 이들은 개혁에 대한 열망의 추동력을 ‘삼성공화국’과 매판자본의 세상으로 만들었고 이명박 정권 창출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이들이기도 하다.  

  개혁노선을 이미 상실하고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을 해결해준 민주당은 더 이상 고쳐 쓸 수도 없는 상태다. 이 에디터가 말하듯 민주당은 시민들의 시야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시민들은 민주당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미 ‘죽은’ 세력을 다시 대안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고 이들에게 정권을 다시 맡길 수 없다. 개혁과 민주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진보정당을 찍을 수 있도록 민주당이 스스로 민주당을 해체하는 것이 지지자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그런데 이는 실현 가능성 ‘0%’다. 이 에디터가 지적한 대로 민주당은 ‘파탄난 지난 10년 정권의 생존자들의 모임’이다. 노선, 이념, 가치 어느 것 하나 없는 ‘뱃지’ 하나 바라보고 모인 “뱃지동맹”으로 정당이 아니다. ‘대실패연합’에 환멸을 느껴 떠나간 개혁적 유권자를 흡수해야 할 민노당이 “뱃지동맹”과 손잡는다면 한 줌이라도 남은 대안정당으로서의 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 이대근 에디터의 지난 24일 자 칼럼     © 경향신문 인터넷판

  결국 좋든 싫든 원내에서 박근혜에게 ‘야당’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이 에디터는 칼럼 <이명박의 박근혜 딜레마>에서 박근혜에 여당 내 야당 역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는데 “박근혜가 덜 보수적이거나 더 유능해서가 아니”며 “민주당은 그럴 정치적 자격을 잃었고,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박근혜가 남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명박이 싫지만 지난 10년간 '실패한 세력'을 찍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는 ‘박근혜’에서 투표의 재미를 찾은 것일 뿐이다.
 
  18대 국회 야당은 ‘여당 내 야당’ 박근혜 세력이 하고 다음 총선에서 의미있는 의석 확보와 대권 득표를 위해 민주당의 소멸과 진보진영의 재정비를 해야 한다. 하나의 경우로 그나마 민주개혁세력의 역할을 다한 임종인, 최재천, 김근태 전 의원의 개별적 입당을 통해 개혁을 열망하던 떠나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진보정당을 찍을 명분을 주고 분당 이후 정책적, 노선적 ‘차이’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심상정 · 노회찬”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사실상 개혁세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이들을 흡수해 진보진영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만이 ‘보수 다당제’로의 변화에 유일하게 제동을 걸 ‘Hidden Card’다. 진보개혁의 위기가 아닌 개혁의 종말과 진보의 기회다. 진보진영이 이 기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때는 진보의 위기를 논할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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