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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정권과 포털이 결탁한 검열(퍼옴)

자본과 정권과 포털이 결탁한 검열

글쓴이 : 행인 
포털이 넷을 지배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이젠 사법권까지도 포털업체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포털이 정의를 실현하리라. 적어도 ‘명예훼손’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포털이 판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기인 듯하다. 최근 포털업체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막가파식 게시물 삭제현상은 세계 최고의 IT강국 포털업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행위들이다.

적어도 ‘명예훼손’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포털이 판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기인 듯하다



물론 포털업체들도 할 말이 있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고, 법대로 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라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포식자가 시도 때도 없이 포털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도 할 수 있다.

포털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는 취지에서 먼저 살펴보자.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형법 제307조제1항). 많은 사람이 착각을 하는 것 중 하나가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왜 명예훼손이냐?”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이야기했더라도 그 사실이 공공연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짐으로써 당사자 본인이 수치를 느끼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또는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허위사실에 의해서 명예훼손이 일어날 때는 가중처벌 된다는 점이 일반적 명예훼손과는 다른 점이다.

우주불변의 사실이라도 명예훼손

따라서 우리는 “전두환은 신군부 쿠데타의 수괴다.”라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할 때 언제든지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사실이 남한사회는 물론이려니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뿐이다(형법 제310조). 즉 위법성 조각사유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제 아무리 우주 절대불변의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더라도 명예훼손죄는 성립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에 관한 일반론으로 지면을 채우다가는 언제 끝날지 한이 없으니까 현재 문제가 되는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에 관한 부분만 살펴보도록 하자. 7월부터 발효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에 따르면,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은 해당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망법 제44조의2제1항). 이 요청이 접수되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관련 게시물을 “지체없이 삭제”하거나 “임시조치”를 해야 한다(동조 제2항). 침해사실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임시적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치”가 가능하다(동조 제4항).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자체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임의로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다(망법 제44조의3 제1항).

이러한 법률규정의 표면적 이유는 명예훼손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권리침해가 무한정으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고자 함이다. 일견 올바른 관점인 것 같은 이 취지는 그러나 실제로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명예훼손과 같은 불법적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포털업체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적인 검열체계를 공고화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업체 입장에서 검열(물론 포털은 자신들이 검열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망법의 제 규정들을 지키지 않을 때 일정한 제재를 당하기 때문이다. 망법 제44조의7은 정보통신부장관으로 하여금 포털업체가 명예훼손혐의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고, 이 명령을 위반할 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맞을 수 있다(망법 제64조제4호).

요컨대 문제의 핵심은 명예훼손의 혐의가 있는 불법게시물에 대해 포털업자들, 즉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망법과 같이 묻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이다. 이와 관련해서 중요하게 살펴볼 판례가 있다.

불법의 책임을 누가 지는가

1995년 4월 25일 AOL(America Online)의 게시판에는 익명으로 된 광고물이 하나 게재되었다. 게시물은 미국 오클라호마 Alfred P. Murrah Federal Building 폭파사건(1995년 4월 19일 Timothy McVeigh가 사제폭탄으로 빌딩을 폭파한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소재로 하는 “Naughty Oklahoma T-Shirts” 판매광고였다. 그런데 이 광고를 올린 사람은 연락처에 전혀 엉뚱한 사람인 워싱턴 주 시애틀 거주인 Zeran의 집 전화번호를 구매용 연락처로 남겨놓았다. 티셔츠와는 전혀 상관도 없었던 Zeran은 이후 온갖 모욕적인 내용의 전화와 협박을 받게 되었고, 이를 견디다 못해 AOL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AOL은 회사의 방침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할 수는 없다고 통보하였다. 광고는 연속해서 올라갔고 역시 Zeran의 집 전화번호가 연락처로 기재되었으며 Zeran은 더욱 심각한 공포 속에서 결국 AOL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물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판단토록 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개인이든 기관이든 간에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물로 인하여 사업자가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통지가 있게 되면 사업자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러한 행위는 결국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축의 효과를 발생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게시물을 게재한 사람과 같은 책임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물론 미국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갖춘 전화통화를 전화국이 제한할 수 없다는 고전적인 “일반 전달자(common carrier) 이론”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되는 인터넷 상의 게시물에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고, 특히 미국과 달리 자율규제가 매우 취약한 한국의 상황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현행 망법의 규정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그 정당성이 논의되고 있다. 즉,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게시물은 인터넷이 가진 예의 특징(실시간성, 확장성, 대량유통성 등)들로 인해 초기에 규제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초동대응의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법률(망법)이 이러한 취지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정하고 있음에 따라 포털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확립된 법리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현행 망법의 규정은 위헌적 요소가 너무나 강하다.

누구나 주장하는 명예훼손

우선 망법 제44조의2 제1항의 규정을 보면 게시물 삭제요청의 조건으로 “권리가 침해된 경우”를 전제한다. 그런데 “권리가 침해된 경우”의 판단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인가? 권리침해가 확정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오직 법원의 판단밖에는 없다. 만일 이를 무시한 채 단지 혐의만으로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인정한다면, 명예훼손죄를 형법상의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 법 현실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법은 “권리가 침해된 경우”의 판단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오히려 망법은 권리침해를 받았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당사자 본인의 입장을 우선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을 정도다. 같은 조 제4항에 의하면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분쟁이 예고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임의조치”라는 별도의 행위를 하도록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게시물 삭제의 요청이 법원의 확정된 유권해석(판결)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임의적 요청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망법 현행 규정의 취지라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더구나 망법은 아예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게시물에 대한 검열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망법 제44조의3 제1항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상시 점검하도록 하고 있으며,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때에는 임의로 임시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일정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항시 주의 깊게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게시물을 관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망법이 이러한 규정이 결과적으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는 망법 개정 전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러한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면서 통신질서확립이라는 거창한 명목을 동원하여 망법 개정을 강행했다. 그리고 개정 규정이 시행된 직후부터 포털사이트는 과거 국가권력이 진행하였던 악명 높은 검열행위를 무차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최근 이랜드 투쟁과 관련한 게시물에 대한 포털업체의 일방적 삭제조치는 개정 망법 규정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단의 사례에 불과하다. 포털업체의 엄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현행 망법상 명예훼손의 우려만으로 게시물을 삭제토록 하는 것은 위헌이므로 시행이 중단되어야 한다.

검열에 편승하는 포털

한편 이처럼 법률의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털업체가 법률을 빙자하여 검열을 행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현행 망법이 가지고 있는 독소규정들의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정보통신부가 부당한 삭제요구를 하더라도 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있고, 더 나아가 행정소송 등의 사법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포털업체는 이러한 기회를 아예 포기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무섭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포털업체의 영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콘텐츠의 유통을 허락하겠다는 장삿속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을 비판하는 게시물에 대해 사전에 협의도 없이 게시물을 삭제해버린 A 포털업체나 이랜드 비판게시물에 대해 삭제조치를 했던 B 포털업체는 그러한 게시물 자체가 명예훼손이라는 사법적 판단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게시물 삭제를 단행했다. 물론 행정적 절차를 밟아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뛴다는 것이 귀찮은 일이기도 했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정보통신부의 간섭보다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지게 됨을 우려한 조치다. 거대자본의 입맛에 거스를 경우 수익구조창출과 유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 인터넷 카페 폐쇄 당시 페이지 상황



자본과 정권이 결탁하여 정보통신망을 검열의 그물망으로 변질시키는 행위는 더 이상 묵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결국 가장 자유로워야 할 ‘네트’는 완벽하게 통제되는 하수구로 변질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망법 규정은 그 자체로 위헌이려니와 이 망법 규정을 핑계로 서비스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해 검열행위를 자행하는 포털업체 및 이를 조장하는 정보통신부는 인권침해의 첨병이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삼권 분립이 헌법 사항으로 명정되어 있는 법체계 안에서, 이를 무시한 채 능력조차 의심받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자본에 종속된 포털업체가 판관 포청천의 역할을 하는 것은 21세기판 코미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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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살수있을까?

주말아침부터 엿같은 소리만들린다..

정통부의 바보같은 법적용도 그렇고

법학,의대등의 고액금액도 그렇고,,

하나같이 똘아이 사회못가서 안달들하는것같다.

거기에 중립이라 칭해지는 대다수의 군중들..그거폭력이다.

이런상황에서

희망이있을까?

아니
"희망" 이란말자체가 부루조아 낭만주의의유산이라는 한선배의 말은차지하고라도

정말로 살수있을까 ?

미래가 불안하다..

무엇을해야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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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블로그에서 ..펀글

대충 쓰레기통처럼 처박아 두었던 블로그를 조금 정리했다.

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티스토리에서 주는 기본 기능 정도는 활용을 해보는게 취향에 맞아서 그렇다.

게시판 한 두개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는 한데, 블로그에서 그런 건 무리다. 게다가 관리하기 어려운 게시판은, 곧 쓰레기통이 된다는...

2.

첫 화면을 조금 다듬었고,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발간한 책을 배너로 올려봤다.

대충 이 블로그에는 하루에 천 명 정도 오는 것 같다. 성별, 나이별, 아무 정보도 없고,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오는 건지도 잘 모른다.

별 상관은 없다. 난장만 안치면...

3.

늘 띄워놓는 글들을 새로 도입했는데, 내가 팔아주고 싶은 책들이나 권하고 싶은 영화나 음악 이런 게 앞에 갈 예정이다.

내가 해보는 작은 '사회적 지지'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분 같아서는 "새만금을 살리자" 이런 걸 올리고 싶지만, 사회 프로그램이 되지 않은 걸 어정쩡하게 올려봐야 여러 사람 피곤해지기만 한다.

4.

<파라독스> 시리즈는 블로그를 옮기면서 디렉토리를 없앴는데, 출간 예정이라서 그렇다.

어지간하면 출간되는 얘기들과 블로그에 있는 얘기는 겹치지 않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책은 책으로 할 얘기가 있고, 블로그는, 그야말로 초고이지만, 정말로 책에 실을 비장의 얘기들은... 블로그에는 안 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어차피 다 읽은 것을 다시 책으로 낸다는게 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숨보가 긴 생각에 대해서 짧은 글에서 콩내라 감내라, 이런 걸 내가 싫어한다. 그렇다고 택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댓글 다는 것도 취향도 아니고...

비슷한 이유로 신문이나 잡지에 쓰는 칼럼과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들도 어지간하면 거의 겹치지 않는다. 이미 블로그에 한 번 올렸던 얘기를 신문사에 보내고 원고료 받는 것도 내 양심에도 잘 안 맞고, 또 취향도 아니다.

그러므로 블로그의 내용은 날 것이거나, 아니면 다른 데 기고하기에 껄끄럽거나 그런 수준이 안되는 내용들이다.

보통 생각을 하다가 어딘가 기고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기고로 방향을 잡고, 아예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출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5.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강연을 안하기로 한 것은, 워낙 내가 한 번 생각해서 어디에선가 발표하거나 쓴 것을 재활용하거나 다시 정리했다는 미명하에 또 써먹는 일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10년씩 같은 얘기를 욹어먹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의 충격 에너지가 워낙 크다.

비슷한 이유로 정말 피치못할 경우가 아니면 TV에도 절대 안나가고, 인터뷰도 늘 사양이다. 책에 쓴 얘기를 다시 정리해달라는 얘기나 아니면 줄여서 짧게 말해달라는 일... 약간 모욕적으로 생각한다.

핵심만 말해달라는 자세는 좋은 자세는 아니다... Long stroy short... 뉴욕넘들이 그 지랄하다가 나라도 망하고 세계도 망쳤다.

짧은 얘기를 다른 사람들의 권위만 잔뜩 빌려서 길게 늘여놓는 글쓰기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긴 걸 짧게 해달라는 것, 그것도 좋은 독서의 습관은 아닌 것 같다.

6.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를 약간 단장을 하면서, 헤드도 '책이 세상은 못 구해도 사람과 예술은 구한다"로 바꿨다.

세상, 그런 건 누구도 구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모든 사람은 못 구한다. 그러나 몇 사람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예술의 아주 일부를 우리는 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 구한다고 혁명하자는 넘들이 이리저리 해처먹은 역사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 누가 세상 구하냐? 니가 구해라.

7.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각이 길이가 짧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 내 관찰이다.

논리 용어로, and, then, so, although, even if, but, at last, finally, in addition to... 뭐 이런 접속어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하면 100페이지 정도 분량을 생각하는 것이 대학원생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학부생이라면 80페이지, 고등학생이라면 50페이지 정도의 생각이 전개되는 것이 정보량으로 따져본 문명인의 모습이다.

원시시대에 수렵하던 시절에는 이보다 더 복잡한 정보량을 머리에 가지고 있었어야 했고, 농사짓는 사람들만 해도 일기력, 천기력 따지면서 농사지을 때 이 정도의 정보량은 처리가 되었다.

현대 한국인, 정보 처리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전멸하기 딱 좋고, 멸종되기 딱 좋다.

이 정도의 정보량이면 어느 정도냐? 스타크래프트 초기 화면 반의 반의 반 페이지도 처리 못한다.

8.

중도라고 몰려간 사람들, 정보처리능력, 논리 기호로 세 개로 처리된다.

but, then, so what... 이 세 개의 단어 외에는 없는 듯하다.

한나라당 싫다.

대안이 있는가?

어쩌란 말인가?

이게 사람이냐? 짐승이냐? 외마디 울부짖음 가지고 세상 살아지지 않는다.

토익점수에 임하는 대학교 4학년들의 세상인식도 논리적으로 세 절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일단 취직은 해야할 것 아니냐?

토익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

날 좀 내버려둬...

이건 짐승이다. 집 지치는 강아지도 이것보다는 복잡하게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디워에 임하는 관객들의 자세도 비슷하다.

내가 식구들과 같이 볼 영화가 이 정도면 된다.

근데 넌 왜 뭐라 하냐?

죽고 잡냐?



8.
미안하지만 내가 만난 예술가, 특히 창작자 역시 대부분의 경우 세 가지의 논리 전개 외에는 별로 없었다.

섹스로 시작하거나, 연애로 시작하거나, 무기력으로 시작하거나...

그들이 만들고 싶었던 얘기는, 마이너의 경우는 이 세 가지 유형에 대부분 포함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건 좀 났다. 소위 연봉 5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있는, 나름대로 자리잡힌 예술가들...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

그래도 저는 먹고 살만해요.

귀찮게 하지 마시라니까요.

이게 나라냐? 쓰레기통이지...

9.

공무원은 좀 다를까? 말하면 입 아프다.

이 상황을 책이 뚫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순간 정보처리능력은 조금 높여줄 수 있다.

진짜로 정보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책을 읽을 때에, 프랑스에서 배운 방법은 하루에 다섯 권 정도에서 열 권 정도를 읽는 것이다. 쌓아놓고 읽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원래 책은 열 권 이상씩 쌓아놓고 읽는 것이다.

물론 누구도 그렇게 책을 사댈 수는 없다. 그래서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다.

모든 책을 하루에 열 권씩 읽을 수는 없다. 그래서 '텍스트'라고 부르거나 reference라고 부르는, 정독하는 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책이 reference가 되는 것은 아니다. reference는 한 두 권이면 족하고, 나머지 책들은 하루에 열 권 정도씩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 경험으로는... 2년 정도 그렇게 했다. 보통 유럽에서는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왠만큼 상위급에 드는 학생들은 다 그렇게 한다.

박사과정 초기 2년에는, 죽어라고 책만 읽는다. 하루에 열 권이래봐야 휴일 빼면 일년에 300권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렇게 2년 해봐야 600권이다. 600권 읽고 박사논문 쓴다고? 택도 없는 얘기다. 그 이전의 독서들이 누적되어야 그렇게 된다.

수 년간 여러 학생들과 여러 예술가들을 아주 측근거리에서 때때로 자문하는 위치에서 지켜봤다.

해주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다.

책 좀 봐라... (인터넷 디비고 있는 시간에 책 한 권을 보면, 인생이 인생 다와질 수 있다...)

내가 관찰한 많은 한국인들은, 적어도 남을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보편적 가치라는 눈으로 볼 때, 문명인이 아니고, 축생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책을 읽으라는 얘기 외에는 아무런 해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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