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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의 어려움

모유수유를 두고 우리는 심도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심각합니다.

우리 산하도 먹고 사는 문제니 심각하겠지요.

하지만 아빠는 밖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최초 대화1시 상황을 체감하지 못한 채로 대화했었고,

아빠가 모유수유를 지켜보던 주말에 다시 격렬한 대화2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모유수유최초회의 (2012년 3월 7일 수요일 저녁)>

 

*산하는 그동안 엄마젖만 물면 10분도 안되서 잠이 들고 30~40분 후에 깨어 다시 먹는 상황

(진짜 이리 저리 깨워봐도 잘 안 일어남. 휴휴)

나는 그동안 모유량이 많은 편이라고 자만했었는데

산하의 10분패턴에 의해 모유량이 현저히 줄어듦을 이 날 알게 됨

*10분 물고 자는 경우 문제점  

1. 유당이 포함된 전유만 먹게 되어 살이 찌고 (실제로 배가 매우 빵빵함), 소화가 잘 안되어 배가 부글거림.

2. 내 젖의 패턴도 10분에 맞춰져서 젖양이 줄게 됨 (그래서 그동안 1일 1회(특히 밤에) 정도는 분유수유를 했음)

3. 30~40분마다 젖을 물리니 내 생활이 없음 (그 여파로 치질초기 증상)

 

나 : (위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래서, 1)안과 2)안을 만들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모르겠어.

 1안)) 10분씩 젖을 물리되 지금처럼 분유수유를 1회함은 어쩔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며 나아짐을 기다린다.

 2안)) 젖양을 늘리기 위해 유축을 하고 젖을 물리되 유축으로 인해 부족하면 유축한 젖을 젖병으로 준다.

산 : 주변에 물어보니 젖양 늘리는 것은 자꾸 물려야 한다는데. 1안이 어때?

나 : 그럼 분유수유가 불가피하고 내 젖양이 안 늘텐데..

산 : 그럼 2안으로 해야 겠네.

나 : 그럼 젖병을 물게 되서 유두혼동이 올텐데 컵수유를 할까?

산 : 컵수유는 힘들지 않을까?

나 : 그럼 당분간은 젖양을 늘리기 위해 유축을 해서 젖을 비우고, 유축한 젖을 젖병에 주자. 어차피 모유니까.

 

그래서 3월 8일(목), 9일 (금)에는 젖물리고 유축하고, 다시 젖물리고 (유축으로 인해) 부족하면 유축한 거 먹이고, 다시 유축하고를 반복하며 지냈습니다.

 

<모유수유2차회의 (2012년 3월 10일 토요일 낮)>

어제도 역시 젖물리고 부족하면 유축한 것 먹이고 다시 유축하고,

또 젖물리고 부족하면 유축한 것 먹이고 다시 유축하고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수유간격은 2시간 이상 벌어졌고, 아기는 덕분에 푹 먹고 푹 잤습니다.

젖 물리다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산하가 갑자기 맹렬히 울기 시작할 때인데,

이때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 안나오니까 막 우는 것입니다.

저는 이때를 위해 그동안 유축한 것을 중탕해서 먹입니다. (되도록 많이~ 왜냐면 푹~~ 많이 먹으라고.)

그런데, 산님이 "젖이 안 나와? 벌써 젖병을 줘?"

나는, "애가 원하는 만큼 안나오니까."

"그래도 그렇게 쉽게 젖병을 주면 안되지. 결국 젖병만 물게 될거야."

 

이렇게 해서 모유수유2차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산 : 너무 쉽게 젖병을 주는 것 같아. 젖도 나오는데. 나중엔 젖병만 물게 되겠지.

나 : 유축해서 젖이 비었으니 젖이 원하는 만큼 안나올거야.

산 : 그래도 너무 쉬운 길로 가는 것 같아. 유축한 것은 진짜 비상시에만 줘.

나 : 비상시를 어떻게 판단해? 이 방법으로 내 젖양도 늘리고 애기 먹는 양도 늘리고 자는 시간도 늘리고 그러면서 나중엔 배고프니까 점차 오래 빨게 되지 않을까?

산 : 먹는 양을 늘리는 것보다 엄마젖 빠는 힘을 기르는 것이 산하에게 주어진 1단계 과제야. (프로이드의 구강기를 언급) 젖병은 되도록 물리지 말자.

 

젖병을 물리지 말자.

컵수유도 안되고.

그럼 유축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내 젖만 먹여야 하는데, 부족해서 막 울어제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가슴아픈 과정을 피하기 위해 유축도 열심히하며 먹였는데,

그래요, 쉬운 길로 가는 거였겠지요.

 

이제 젖병으로 주는 것은 모두 안하기로 했습니다.

내 젖만 물리고 젖 빠는 힘을 기르고 푹 먹고 푹 자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물론 이게 정석이지요.

대신 공갈젖꼭지를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공갈젖꼭지를 빨면 배 고프지 않고 빠는 충족만 필요할 때이고,

공갈젖꼭지를 거부하면 배고프니 젖을 물려야 합니다.

매 번 물리는 것보다 수유텀을 늘릴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우는 시간도 수유텀을 늘리는데 도움을 주니 좀 울더라도 시간을 벌어보기로 했지요.

더불어 빠는 시간과 횟수를 체크해서 매번 무한한 칭찬과 사랑을 듬뿍 듬뿍.

이렇게 1주일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는 정말 우울해집니다.

 

어제 새벽부터 오전까지 방구석에 앉아 홀짝홀짝 울고 있으니 산님이 속상해합니다.

정말 어머니 아버지가 되는 길은 어렵습니다.

이렇게 집안에 경험 많은 어른들과 따로 사는 핵가족 안에서는 더욱이요.

 

* 오늘의 사진 - 산하의 울음소리 (사진인데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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