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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다큐멘터리와 닮은 점

오늘, 김병현 선수가 4승을 달성했다. 벌써 9승을 내달리고 있는 괴물도 있긴 하지만 오늘의 게임은 이 선수가 선발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한판이었다. 낮게 내려깔리는 공은 타자 앞에서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 나갔고, 타자들은 춤추듯이 헛 방망이질을 해댔다. 먹힌 타구라고 하는데 뻔히 공을 보면서 치는데도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해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공이 많은 게임이었다.

 

3년전이었던가, 이 선수가 게임 시작전 구경 온 홈 관중들에게 Fuck을 날린 적이 있는데, 이 덕택에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 들지 못해 무척이나 화가 났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한국으로 들어 와 찍지 말라는데 찍어데는 싸가지 없는 사진기자를 두들겨 패줘서 경찰서까지 왔다리 갔다리 한적이 있다. 이 선수는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월드시리즈 역사에 영원이 남을 홈런 두방을 맞은 선수이기도 하다.

 

근데 이 선수를 보면 마치 나를 보는 거 같아, 굉장히 애정이 간다. 이치로같은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적당하게 게으른거 같기도 하다. 근데 어디서 오는지 모를 무모한 자신감은 한심스럽기까지 한데. 이 선수는 그런 게으름과 자신감을 기반으로 야구라는 지리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야구는 해봐서 아는데(게임 -.ㅡ;).. 뭔가 한방 날려서 끝내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끝내기 안타와 홈런도 있지만, 그 끝을 가기 위해서도 물리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없으면 안된다. 기다림속에서 긴장을 놓치지 않으며, 이 사회의 변화방향에 대해 사고하고 행동하여야 하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이 야구를 통해 배울게 많다. 언젠가는 주어질 기회를 준비하며 그 기회의 순간 서서히 달군 분노와 긴장을 집중하여야 하는 야구선수와 다큐멘터리스트.

3할 밖에 안되는 승리의 결과는 또, 얼마나 인생사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가. 기껏 잘해봤자. 4번 싸워서 한번 이기면 잘하는거라 보는 이 야구는 얼마나 겸손하고,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느냐 말이다.

 

수도 없는 많은 실패를, 실패가 아닌 승리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쯤으로 여기는 김병현. 마무리에서 선발로 3년이라는 시간동안 스스로의 목표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이 전진하는 김병현에게 지지와 감사를 보낸다. 김병현과 난, 3번째 타석에서야 페어볼을 만들고 지금 1루를 돌아 2루로 내달리고 있다. 아웃이 뻔히 보이지만... 슬라이딩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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