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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2

 

독립다큐멘터리는 그 태생부터 변혁운동과 함께 했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부터 반대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10년 이상, 그러니까 '독립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을 낯설게 받아들였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그래서 독립다큐멘터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라야할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행동에 대한 미세한 고민과 실천까지

함께해야 한다 생각하며 작업을 했었던 것이죠.

 

 

지금은 물론 특정 정파조직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고,

먹고사니즘과 굳어가는 몸속에서 이런 생각은 나침반의 끝처럼

가느다라게 떨리고 있는 게 사실 입니다.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열심히 생활한다 하지만,

정당 활동이나 지역 활동, 그리고 진보적인 내 삶의 구성이라는 부분에서

여전히 제로에 가까운 생활을 구가(?)하고 있는 꼬락서니를 남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지금의 독립다큐멘터리는 격정과 분노 보다는

안정과 반복에 취해 어느 정도 허우적대는 듯이 보입니다.

무언의 합의정도만이 이 커뮤니티에는 횡행했고,

더불어 한솥밥의식은 이제 삼층, 사층을 쌓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똬리 틀고 있는 유아적인 작가의식은 그야말로 '뭥미'(?) 입니다.

하지만 독립다큐를 바라보는 일군의 올드한 독립영화인들에게

지적질을 당할 만큼 그리 게으르거나 거만하게 지난 몇 년을 보내지는 않았다 생각합니다.

 

모 영화평론가가 정치적인 올바름에 대한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영화라는 매체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조금의 입장차이가 있다면 서로를 지적하는데 있어

이 이야기는 몇십 년동안 반복되었던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의 본래 의미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입들이 지겹고 어이가 없습니다.

같은 이야기 참 오래도 반복한다 싶을 정도로...

 

 

사실 독립다큐가 정치적 올바름이 없으면 그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을까요?

골수 우파의 반동적 짓거리만 아니면 된다는 (건조한)영화에 대한 정치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독립다큐멘터리가 현장에서 겪는 분노와 성찰, 판단들을

미학적으로 저열하기 때문에 감히 재단할 깜냥이나 되는 건가요?

저는 지금의 독립다큐가 가지는 위기의 본질은 정치적이지 못한

현실운동과의 단절과 튕겨감이 더 큰 문제라 느낍니다.

 

 

저는 그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가 독립이라는 이름 안에 포함되어지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각자의 영역이 있고 해야 할 임무들이 있다면

변혁운동과 함께 영상을 하는 사람들이 굳이 독립다큐멘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질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상운동도 있고 참여미디어운동도 있고 등등등....

다 싫으면 그냥 다큐멘터리라 불러도 되겠죠.

 

 

하지만 한독협을 구성해야 하는 현실적인 요구들이 생기면서

단결의 폭을 넓히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른바 단편영화를 만들어내는

부위들과 다큐멘터리 제작 단체들이 어설픈 통합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운동을 했던 단체들과 작품들이 독립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던 것이구요.(어색해 하면서 대안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이후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부위들은 거의 대다수가 충무로로 흡수되었고

그 단편영화를 지지하고 작가들을 발굴해 왔던 일군의 독립영화인들은

오랜 기간 독립영화라는 브랜드(정신을 지켜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를

지켜오게 되었습니다. 좋습니다. 그 일군의 부위가 독립영화라는

브랜드를 점유하는 권력을 가지는 것도 운동과 함께해온 활동가들의 작품이

독립다큐멘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나름의 역사적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영화'라는 매체를 보수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분들이

독립다큐멘터리의 정치적 유의미성 따위는 마치 다 이해한 것처럼

그동안 하대해 오는 것에 대해선 참기가 좀 힘들어집니다.

 

 

뭔가 좀 후진 듯이 들입다 들이대는 독립다큐멘터리가

독립영화라는 이름 안에 포함되어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

아니면 '제발 좀 잘해!' 쯔쯔거리며 어느 인터뷰나 심사평이나 글이나... 쩝.. 쯥..

이건 뭐 웃기지도 못하면서 모든게 어색한 무한도전의 정형돈을 보듯하니...

 

근데 문제는 정치적인 올바름에서 헤어 나와야 한다하는 그들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은 매우 단편적이로 비당파적이라는데에 있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안겨준 언론의 자유영역 안에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정치의식으로

독립다큐멘터리의 정치적 올바름을 폄하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아주 많이 댈 수 있습니다)

 

좀 웃긴 것은 오랜 기간동안 그렇게 비난받아오면서

이곳의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수긍한건지 부정한건지

별다른 반응 없이 묻어가기에 바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죠.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저 또한 반성해야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고

다음 기회에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후져도 된다는 신화를깨야한다는...

그들의 일방적인 인식과 충고들은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미학적으로 훌륭한 영화만이

독립영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질 수 있다는 매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애초부처 굳이 독립영화라는 이름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리와 끼워줄께.. 하면서 끼워넣고서는 너희들의 영화는 독립영화(!)적이지

못해 라고 욕하는 꼴이라는 거지요. 이를 어찌할지...

 

저는 드라마도 찍고 싶고,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싶고,

때로는 홍보영상도 만들고 싶고, 때로는 뿅 가는 프로파간다 영상을 만들고도 싶습니다.

이것은 제가 영상을 가지고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영상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때로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판단들에 대해 일정정도 나의 역량을 복무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 또는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으로 불리워졌어요. 그리고 그런 호명에 우쭐대기도 했고,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으며

불편해 하기도 했구요. 그저 그렇게 우쭐과 자부심과 불편함을 적당히 섞어가며

살아가고픈데 미학적으로 후지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기만한 영화를 양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그런 소시민적인 존재감도 가지지 말하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만 미학적으로 후진 영화들을 만들어 냈다 찔리는 사람들은

되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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