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뭐길래

2007/04/04 17:57 Tags »

어제 종로에서 3가 방향으로 혼자 걷고 있는데 웬 깔끔한 인상의 여성이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영풍문고가 어디쯤인가요?"

굉장히 밝은 목소리에 친절한 표정이라 나도 완전 친절하게 걷던 방향에서 뒤돌아보며

"이리로 쭉 가시면 돼요" 했더니

그대로 감사합니다, 하고 가지 않고 계속 묻는거다

"얼마나 가야 하나요? 여기서 먼가요"

해서 난 지방 사람인가보다 하고 암 생각없이

"기냥 쭉 가시면 돼요 저기 사거리 보이죠? 거기까지 가면 나와여" 했는데도

"10분쯤 걸리나요?" 하고 꼬치꼬치 묻는거라

"아뇨아뇨 조금만 가시면 돼요"하고 이제 그만 돌아서려는데 또 붙잡는다

"네에 그런데 말씀을 참 차분하게 잘하시는데 혹시 선생님이세요?" 그러는거다

그때서야 난 눈치채고 나도 모르게 "아우씨!" 하고 돌아섰더니 더 따라오진 않았다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적으로다가 "혹시 도에 관심있으세요?" 하던 사람들,

이제는 여러가지 방법을 쓰는고나 하면서 대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저 사람들 대체 뭔가 하는 생각에 네이버를 찾아봤더니 '대순진리회' 사람들이란다

포교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고도 하고, 걸려들면 돈을 뜯긴다고도 하고.

또 하나는 이들이 주로 '우울해 보이거나 심약해 보이거나 걱정거리가 있는 얼굴'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거... 윽...

 

얼마 전에 굉장히 우울한 기분으로 혼자 쏘다닐때 한 시간만에 세 사람의 포교자(?)를 만났던게 떠올랐다

첫번째 사람은 "잠깐만요, 혹시 학생이세요?" 두번째 사람은 "얼굴에 복이 많으시네요"(썅 그래 나 얼굴에 살 많다) 세번째 사람은 "잠깐만요, 얼굴에 수심이 깃들어 있네요"(이런 젠장 말좀 맞추던가)

이런 자들을 만났을때 대체로 한마디만 듣고 "됐어요 관심없어요" 하고 바로 돌아서는데 그날은 거절할 기운도 없어 "씨~" 하고 지나갔었다

직업상 성격상 혼자 다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난 잘 걸려드는 편이다,라는 그동안의 생각에 약간의 타격. 그래 난 꿀꿀하고 억울한 얼굴이었던 거야...

 

대학교 1학년때 소심한 친구가 이 포교자(?)에게 포섭(?)당해 만날 약속까지 잡았다 하길래 호기롭게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 자는 처음엔 한자로 이름풀이를 해주고 나무목 기운이 많다는둥 불화 기운이 많다는둥 사주를 봐주듯이 흥미를 끌다가 나중엔 종이에다 천도궁인지 뭔지 별자리를 막 그리면서 지구가 병들었다는둥 범우주적인 강의를 펼치기 시작했다

결론은 "조상에게 제사를 잘 지내야 모든 화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좋은 제기를 구입해 정성스레 제사를 지내라"는 거였다

그냥 제기장사꾼이었던 거다

그 자리에서 망설이는 친구를 데리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크게 야단쳤던 생각이 난다

 

제대로된 종교라면 실례될 말이지만 우울하고 심약하고 소심해보이는 사람들 상대로 제사 물건을 파는건 비겁하잖아. 대순진리회가 꼭 그런 곳인지 포교 활동하는 이들이 이단(?)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고 알아볼 기운도 없네

여전히 '조상'에 의지해서라도 이 지긋지긋한 현실이 나아졌으면 바라는 이들이 아직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도 계속 있는 거겠지

자기 돈을 지불해 위안이 된다면 그걸로 좋은 걸지도

하지만 난 위안삼을 그 '돈'이 없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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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4 17:57 2007/04/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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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전도가 뭐길래..

    Tracked from 2007/04/07 14:39  delete

    나름님의 [도가 뭐길래] 에 관련된 글. 예전에 날라리 학생이었을 때 지하철을 타려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예수님 믿으시나요?" 한다. "아뇨" 지하철이 왜 후딱 안 오나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아니.. 왜 예수님을 안 믿으세요? 주님의 축복으로....주저리 주저리""왜 믿어야 되는대요?""이 많은 사람들이 다들 이 (손을 펴들면서) 손가락, 발가락, 몸

  1. 시봉 2007/04/06 11: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저도 그런 분 한분 만났습니다 바로 어제 종로에서!

  2. NeoScrum 2007/04/06 12: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어제 지하철에서 누가 어깨를 톡톡 치길래 화들짝하고 돌아보았더니 "예수님 믿으세요?"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허.. 참..' 그러고 그냥 고개 돌렸음.

  3. 2007/04/06 15: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종로에서 3주 전에.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은 일-_-;

  4. 염둥이 2007/04/06 17: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핫. 블진에...둘 다 오르셨네...

  5. 나름 2007/04/06 18: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봉/혹시 이마를 훤히 드러내 머리를 쪽지지 않았던가요;;;
    네오/안믿는다고 하면 전도하려들구 믿는다고 해도 얘기하려들더라고여
    샤/처음!이라니... 역시 사람 가리는 거였구낭ㅠㅠ
    염둥/오랫만에 포스팅하면 이리 되오

  6. 거한 2007/04/06 20: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 정말 자주 걸려요. 그런데, 그럼 내가 여태까지 우울해보이거나 심약해보이거나 걱정거리가 있어보였단 말인가. 복이 참 많다는 둥 힘이 있다는 둥 하는 아부성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었는데. 그래서 그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네, 저도 알아요!'라고 말해놓고 휘휘 가버리는 걸 장기로 삼았는데. 쳇.

  7. ㅋㅋ 2007/04/07 08: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증산도....에서 갈라진게 대순진리회(대진대..도 이쪽의 대학..)죠.. 아마 후계자를 아들로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지들은교리라주장..)라는....
    증산도는 무척 틀도 잡히고 대학에 동아리도 설치하고 저런 길거리포교를 안하는 교파인데..
    재밌는 사실 하나.. 저렇게 포교하는 사람한테 '저 이미 증산도 배우고 있습니다 각자 갈길 가죠' 하믄은 훽 하니 돌아선다는거..ㅋㅋㅋㅋ
    아무리 대진이라 해도 사람 납치해서 팔고, 지하철에 사린까스 테러하는 종교도 아니고.... 간부나, 장 맡은 사람 아닌... 일반 조직원(신도?)들은 걍 펑범한 사람들이랍니다.. 전엔 그렇게 친해지서리 따로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그랬죠..;;;;; 너무 그렇게 심하게 대하진 마시길 아무리 짜증난다 해도.......

  8. 나름 2007/04/08 13: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네오의 덧글이 외계어로 변한 것이 신경쓰이는 거다...

  9. 나름 2007/04/08 13: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거한/어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데여 나도 해봐야지
    ㅋㅋ/네넵 그렇게까지 나쁘게 생각하진 않아여 알겠슴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