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밟는 사회

2007/06/30 02:21 Tags »

비가 오니까 샌들을 신고 나가야지, 하고 맨발에 샌들을 꿰차고 급히 나와 버스를 타고서 5초만에 이마를 탁 쳤다

아참 오늘 집회 있는 날인데 ㅆㅂ

 

전철 안에서 시꺼먼 돼지발같은거한테 한번 밟히고, 내 옆자리가 비자 급히 달려온 아줌마한테 두번 밟히고 후회가 막심했으나 시작에 불과

집회나가서 단 몇십분만 돌아다녔는데도 열 번 정도 발을 밟혔다

혹시 나는 발을 밟아주고 싶은 타입???

 

발 밟은 아저씨도 아줌마도 젊은이도 애새끼도 아무도 왜 사과를 안하지

거참 팍팍들 하다

 

왜이리 바쁜거야, 조낸 토나와, 하면서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낸 칭구들과 소주 한잔 걸치고

파김치가 돼서 집으로 가는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이제 내릴 차례가 되어 통로로 나왔는데

마지막으로 내 앞에 선 아가씨가 버스 급정거에 발을 급히 옮겨놓으시다 구두 굽으로 내 왼발 발등을 콱 찍어주신다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조용한 버스에 이목이 집중되자 그 아가씨가 뒤돌아봤다

"앗.... 죄...."

송하다고 말하려는 것 같았는데 난 그냥 풍선에 바람 새듯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헙"하고 숨을 들이킨 가해 아가씨는 미친년 보듯 설설 피하더니 내렸다

아가씨 내릴때 바짓단 밑으로 드러난 구두를 보니 7센티짜리 가느다란 쇠굽이었다

 

아프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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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30 02:21 2007/06/3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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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우스 2007/06/30 02: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하하하하하하하... 아 미안해라~ 아푸겠다... 으그야 발이 제정신이 아니겠구만...

  2. 사막은 2007/06/30 04: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익후야! 정말 아팠겠다. 우하하하 근데 왜 웃음이 나지?

  3. 하늘아이 2007/06/30 07: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게요... 막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 웃음이 나오네요....
    근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살까요?

  4. 썩은돼지 2007/06/30 08: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100000000

  5. webzine 2007/06/30 11: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흐

  6. 해미 2007/06/30 11: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제 무건 노트북에 가방에... 엄청 힘들어 보이던데. 고생많았삼~

  7. 나름 2007/06/30 14: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우스/ 아하하하하하하 웃어도 돼요
    사막은/ 오빤 왜 웃어?
    하늘아이/ 그러게요 저도 요즘 바쁘게 일해봤자 뭐하나 싶어요
    썩돼/ 언닌 왜 웃어?
    webzine/ 흐흐 흐흐 흐흐 ㅠㅠ
    해미/ 사실 그닥 힘들진 않았다우 밟힌거 말곤...

  8. 네티즌 2007/06/30 23: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죄송합니다. 제가 그날 발등 찍은 그 여잡니다. 제가 히죽히죽 웃은건 언니 얼굴이 너무 웃겻어요. 그리고 제 구두 실은 10센티짜리 뾰족 쇠굽입니다. 아픈만큼 성숙할 거에요. 제 덕에 불진에 올랐군요. 감축드리옵니다.

  9. 늘품이 2007/07/01 01: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근데 막상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발 밟거나 부딪히거나 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말할 수 있는 타이밍도 아주 잠깐인데, 막상 밟았을 때에는 모르다가 나중에 보니 밟았구나 하고 사과하려고 보면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항상 피해주는게 미안한데 제대로 사과도 못하고 또 다른 사람한테도 밟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식으로 사과할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요~

  10. 리우스 2007/07/01 17: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고~ 또 봐도 재밌네... 어찌까... 내가 뭐이냐 그 등산 샌들을 하나 준비해둘께...ㅎㅎ 아마 밟히기 전에 재빨리 발빼기가 능히 신발중 최고인 걸루다가... 담에(빨리와) 신고 뛰어가바... ㅎㅎㅎ

  11. 나름 2007/07/02 12: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티즌/ 너 옥상으로 당장 올라와
    늘품이/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는 말이 당장 입에서 안 떨어지는건 그렇다쳐도 눈빛이나 제스처로 미안한 감정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신경안쓴다는 듯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정말.... 나빠요ㅠㅠ
    리우스/ 그거 신고 나도 밟아주까요 캬하하하하하~~

  12. 네티즌 2007/07/02 14: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 니 언니다.

  13. 나름 2007/07/02 16: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티즌/ 유치뽕... 자수해라 -_-;;;;;;

  14. 네티즌 2007/07/03 07: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진짜 언니라니까. 안믿네

  15. 나름 2007/07/03 13: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언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