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

2006/11/09 18:27 Tags »

사무실로 올라가는 입구에 약국이 하나 있다
그리고 나흘 전부터 그 약국앞 배수구 철망위에 고양이 시체가 누워있다
내가 발견한게 나흘 전이지 그 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장성한 고양이도 새끼고양이도 아니고 청소년 고양이쯤?
털이 갈색인지라 낙엽이 뒹굴고 있는 걸로 보인다


처음 발견한날 뭔가 이상해 가까이 다가가보니 낙엽 혹은 걸레같은 몸통에 조그만 고양이머리가 달려있다
얼어죽을만한 날씨는 아니고 차에 치었을만큼 상처도 없어 왜 죽었을까 생각한다
둘째날 시체는 더 쪼그라져 있고 하반신이 파헤쳐져 내장이 드러났다
큰 길냥이들이 파먹었을까 생각한다
셋째날 누운 위치가 바뀌었다
도로 쪽을 보고 누워있었는데 이제는 골목안쪽을 보고 누워있다
내려가는 길에 조그만 머리에 붙어있는 부릅뜬 눈과 마주쳤다
넷째날인 오늘, 외근을 두번 했으므로 네 차례 마주쳤다
그 자리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어 허리를 굽히고 바퀴 사이로 들여다봤다
하반신은 거의 걸레마냥 되어 자세히보면 갈비뼈가 드러났고 눈동자가 썩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 왕래가 무척 잦은 곳인데 아무도 안치운다
증상을 별로 묻지 않고 비싼 약을 내어주는 약국 인상도 훨씬 나빠지고 있다
설마 저 고양이는 내눈에만 보이는건가

 

예전에 아버지 차 옆자리에 타고 가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죽은 개를 봤다
너덜너덜 목이 떨어져나가기 직전이었다
도로에 저런 동물 시체는 누가 치워요, 하고 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아버지 말씀,
아무도 안치워
차가 여러번 밀고 지나가면 그 왜 대걸레처럼 납작해질거 아냐?
점점 형태가 없어지다가 비도 오고 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없어져

 

이 고양이는 자동차 바퀴에 깔릴만한 위치도 아니네
매일 조금씩 작아지고 조금씩 썩는 고양이
어렸을적에 죽은 길냥이를 주워서 집 근처 은행 화단에 몰래 묻었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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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9 18:27 2006/11/09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