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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7
    하중근열사의 영전에 올립니다.
    먼동

하중근열사의 영전에 올립니다.

하중근 열사의 영전에 올립니다. (2007년 8월)
 
동지 잘 계신가요. 조금만 있으면 추석입니다.
오늘도 먼지 가득한 작업복, 그 눅눅한 새벽짐 또 꼼꼼히 챙기셨나요?
한가위 날 저녁에라도 그저 삼겹살 몇 점에 맛있는 술 한잔 꼭 올려 드리고 싶습니다.
 
살아계실 적 그 어느 하루의 노동인들 생명을 내려놓지 않았던 날 없으셨을테지요.
해가 바뀐 이 여름 그래도 지금 동지가 흠뻑 젖은 땀 훔치면서라도 곁에 계시면 좋겠습니다.
그날, 저 자본의 똥개들의 몽둥이에 그 고단한 한가닥 목숨줄 그렇듯 고통스레 내려놓으셨습니까. 폭염 속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여한없이 마냥 뵙고만 싶었습니다. 
 
지난 7월 26일에는 전국건설노조 충남건설지부 공안탄압사건에 대한 천안지법 1심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검찰의 건설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이 얼마나 뻔뻔하고 가증스런 거짓말로 범벅된 것이었는지가 만천하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갈협박"이라니요. 여직 기가 차고 가슴이 막힙니다. 동지도 그런 심정이셨겠지요.
 
동지, 그래도 조금은 기운을 내세요. 우리 안에 더 많은 동지가 살아 오늘의 싸움을 굴리어갑니다. 전국건설노조 경기서부건설지부 형틀목수분회의 파업이 승리하였습니다. 타워크레인 동지들이 총파업과 결사전의 고공농성으로 당당히 승리하였습니다. 지난 5일 울산 태화강에서는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새 닻을 올렸습니다.
 
악랄한 이랜드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서 힘들지만 결연하게 싸우고 있는 뉴코아 이랜드의 용감한 여성 동지들이, 동지께서 한번은 마주쳤을지 모를 바로 그 마트의 동지들이 비정규투쟁의 또 하나의 큰 도화선을 놓으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들을 따라 더 많은 동지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투쟁의 불씨를 지펴갈 것입니다. 몇 갑절 더 단단한 투쟁으로 노동자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자본이 발악하는 비열한 세기, 노동해방의 새 세기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투쟁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치떨리는 경찰의 살인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 이겨 동지를 죽인 국가폭력의 수뇌들이 동지의 영정 앞에 바짝 엎드려 사죄하며 통한의 피눈물을 쏟아내게 하겠습니다. 
 
동지 죄송합니다.
한가위 따뜻한 보름달빛 아래 조금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쉬실수 있는 그 날을 품속 가득 안겨드릴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한가위까지 부디 평안하세요.
 


안녕 (송경동, 시인)


안녕
이젠 모두 안녕
하청도 재하청도
일용공 노가다 잔업 철야 대마치
반지하 월셋방 생쥐들
바퀴벌레 때전 이불
야이 개새끼들아
까닭모를 아픔도 슬픔도
새벽밥 눈칫밥 기름밥
새참의 빵도 우유도 라면도
이젠 모두 안녕
 
안녕
내 불우했던 어린시절
부잣집 아들을 꿈꾸며 지새우던 밤
살아, 서로가 서로에게
피눈물 진흙탕 갈퀴가 되고 송곳이 되던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2년만에 날 버리고 떠난 그 조선족 여인도
모두 안녕
 
안녕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삶의 여유
한번도 내가 발음해 보지 못했던
이 세상의 그 모든 좋은 말들
글을 몰라 쓰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들
그 여름의 파도소리
가을에 낙엽
겨울 눈송이
가끔은 낭만에 젖던 내 늙어버린 청춘도
모두 안녕

 
 
 
안녕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도 안녕
뒷머리를 찍던 방패날
갈비뼈 우스러지던 군홧발
척척 삭신을 감던 곤봉맛
퍽, 뇌가 깨지던 소리
내가 얼마나 하찮은 인생임을 가르쳐주던
짐승같던 너희들 목소리, 그 눈빛들도
이젠 모두 안녕
 
안녕
거짓된 세상 썩은 세상
이제 나 다시 착취받지 않으리니
이제 나 다시 차별받지 않으리니
너희들의 종이 아닌
제관공 하씨가 아닌
노동자 해방투쟁의 꺼지지 않는 넋이 되리니
새로운 세계를 주조하는 화엄 용광로가 되리니
착취받는 용접불꽃이 아닌
버림받는 산소불꽃이 아닌
포스코의 저 간교한 망각의 빛이 아닌
저 하늘의 영롱한 별빛이 되리니
 
벗들이여
저들의 세상 끝장내고
우리가 세계의 주인이 되어 만나는 그날
나 다시 이 형산강로타리에 되살아 오리니
단결 투쟁
인간해방 그날까지
그립던 날들아 사랑했던 사람들아 다 못한 이야기들아
굴하지 말고 지지말고
투쟁 투쟁 투쟁
이젠 모두 안녕 안녕

 

 

* 최종수정일 : 2007.08.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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