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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주 대조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서)베를린 비텐베르크플라쯔 근방에 있는 베트남 수퍼 <빈로이>에 시장 보러 가다가 눈에 띈 광경이다.

 

초여름이지만 햇살이 따가운 토요일이다. 정오의 햇빛을 피해 60이 훨씬 넘어보이는 노숙자가 모자를 앞에 놓고 나무그늘아래 편히 앉아있다.

 

<빈로이>는 현찰거래만 하는데, 그날도 현찰이 없어서 KDW 백화점 맞은 편 길 모퉁이에 있는 <도이춰 방크>에서 현금을 뽑으러 가다가 무심코 본 광경이다.

 

길을 돌아서자 토요일이면 항상 은행 문 앞에서 동냥하는 아저씨가 문을 열어 재키고선 4번째 자동인출기는 고장이 났으니 다른 인출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고객서비스(?)를 한다. 휠체어에 앉아서 업무시간외에는 카드로 문을 따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하는 아저씨다.

 

순간 동냥하는 두 모습이 아주 대조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 사람은 주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편히 앉아있는데 다른 사람은 뭔가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를 바란다.

 

마음이 불편하다. 주든 말든 내 맘인데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뭔가를 바라는 다소 적극적인 동냥방법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아니 이런 마음의 불편을 노린다는 생각이 들자 화도 좀 난다. <Do ut des/너에게서 받으려고 [먼저] 준다>라는 거래의 논리가 거래의 영역이 아닌 곳에까지 침투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주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냥 주고 그냥 받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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