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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으로>
연출 황규덕, 제작 스폰지
출연 정경호, 김민선, 차수연, 김C, 정진영, 장항선, 이수나 등
이 판타지 영화로부터 감독이 말하는 것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행복할지도 모르고, 슬플지도, 그리울지도, 외로워질지도.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이미 성공한 것이다. 난 복받았나봐, 감독인 황규덕과 수십년의 나이차 20여학번 차이를 극복한 나머지 난 슬펐고, 그리웠고, 외로웠고, 행복했다.
장자의 호접몽에 대한 인상에서 시작된다. 호접몽은 장자의 꿈에서 장자는 곧 나비가 되어 세상을 훨훨 날았는데, 꿈을 깨고 나비가 장자인 것인지, 장자가 나비인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것.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 모호함을 영화에서는 몽환적인 판타지 장르의 힘을 빌려 표현한다. 1979년, 누구나 외로웠고 누구나 슬펐던 시대, 이 영화는 1979년과 현재라는 시간의 벽을 부숴버린다. 주인공인 수영의 꿈 속의 현실과 꿈이 아닌 현실의 모호함의 경계도 부숴버린다. 바로 그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것을 잊고 있었던 이들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사는게 꼭 꿈 같지? 꿈이 아니라 거짓말 같애, 거짓말!"
감독 자신의 젊은 시절, 곧 분신으로 보이는 수영의 시간과 공간이 접혀지고 펼쳐진다.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제자들이 모인 강의실에서 그들을 보는 나이든 2007년의 수영(정진영 분)의 태도는 감독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느껴진다. "너희들이 지금 어디있는지 봐"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기엔 너무 섬뜩한 설정이 숨겨져 있었다. 그 순간 감독에 의해, 영화에 의해 수영이 가르치는 대학생 제자들에게 투영되어있던 관객인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고 해야하나. 바로 그 지점에서 20년 넘게 차이나는 감독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마주치는 것만 같다. 1979년과 2007년이 이렇게 마주치는 것처럼 말이다.
독일 근대시도 술술 잘 읊고, 노래도 잘 부르고, 모든 것에 초연하기만 한 운동권 여자 선배 삐삐소녀. 그녀는 스물넷. 그녀는 정말 사랑한다면, 같이 따라서 죽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묻더니, 어느날 애국가가 울려퍼졌던 그 대학의 오후에, 대학가의 학생들과 팔뚝질을 올리는 그네들을 제지하는 얼굴없는 교수들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창문가에 홀연히 오른다. 확성마이크를 들고 노래 <흔들리지 않게>를 부른다. 그녀는 죽는다. 어디선가 많이 들러본 노래, 많이 본 장면. 고연전이라는 그 끔찍한 광경에서 푸른옷을 입고 있던 어색한 20대들에 의해 어색하게 불려졌던 그 노래가 다시 나와 만났다. 난 이 노래가 응원가인줄로만 알았다. 여기서 나와 삐삐소녀의 시간이 다시 깨어졌다.
거짓말처럼 다시 만난 삐삐소녀가 말한다. 숨을 쉬라고, 온 힘을 다 해 숨을 쉬라고. 감독 자신이 다분히 투영된 영화인만큼 그것은 언젠가 감독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어떤 뼈에 사묻히는 말이었을런지도 모른다. 또는 스스로에게 되내이는 말일지도, 그리고 자신과 동시대를 살았고 동시대에 함께 무언가를 꿈꾸었던 옛 동지들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가 내게, 그러니까 영화관에 혹시 와서 자신의 영화를 보고있을지도 모를 나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버리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녀는 말한다. 숨을 쉬라고. 이 영화는 매순간 이렇게 과거의 무엇과 현재진행형인 무엇, 그리고 미래의 무엇을 연결한다.
"정신차리고 어떻게든 시간을 뚫고 살아남아야 해"
이 마술같은 대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삐삐소녀가 수영에게 한 이 말이 이 영화 전체의 주제와 정서를 관통하면서 영화 종반부에는 온 몸으로 흡수되어 돌아온다. 구성과 저 형이상학적 대사들이 뭔가 대단히도 엉켜있던 실타래를 풀어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간다. 밤하늘을 향해 쏘던, 청년들을 겨누었던 대공포 사격은 거짓말처럼 하늘 속에서 무수한 별빛이 되고, 피를 주룩주룩 흘리던 수형과 수지는 별빛속으로, 별빛속으로, 별빛속으로!!!
이 영화 <별빛속으로>, 모두가 보아야 할 영화다. 8월19일, 영화<화려한 휴가>가 500만을 돌파한 이 시점에 어쩌면 지금 저 상실감으로 가득찬 세대 386들은 <화려한 휴가>가 아니라 <별빛속으로>를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연기의 미흡함, 다른 부차적인 단점들은 모두 잊혀질만큼, 알수없는 위대한 힘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이 몽환적이고 짜임새있는, '색다른' 구성이 지금 우리 모두가 직면한 어떤 문제에 깊숙히 개입해 들어오는 것이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프로파간다적이지도, 명제적이지도 않지만 뭔가 잊고 있던 총체적인 감정, 시간, 공간 모두를 말이다. 억압된 현실에선 꿈조차 꿀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꿈이 역사로 돌아온다면? 이건 예술만이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순간에는 이 영화가, "영화란 바로 꿈꾸는 모든 사람의 것"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잊혀지지 않는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돈이 정말 없지만, 어떻게든 극장에서 이 가난한 영화(전국 21개관 개봉. 그리고 점점 줄어드는 중. 그리고 제작비는 단 9억원! )가 사라지기 전에 꼭 또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이 9억짜리 영화가 350억짜리 애국영화보다 40배보다 더 많이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인 훌륭한 영화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또 칭찬하는 것을 실천하고 싶어 이렇게 다분히 주관적이고 흥분 섞인 글을 쓴다.
'별빛속으로', 김C / 박지윤, <별빛속으로 OST>
듣고 있나요 보고 있나요
느껴지나요 우리 사랑이
눈을 감으면 손을 잡으면 갈 수 있나요
별빛속으로
한 걸음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너를..
묻지 말아요 보지 말아요
생각만으로 알 수가 있죠
눈을 감고서 숨을 쉬어봐요
내 생각마저 모두 버려요
한 걸음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내게
생각이 이끄는 방향을 따라서 와요..
나는 나를 몰라요..
나는 나를 못 믿어..
나는 용기가 없어 허공에 내 몸을 맡겨요
<별빛속으로 (Feat.박지윤) - 김C (`별빛속으로` Main Theme)>
눈을 감고서 숨을 쉬어봐요
내 생각마저 모두 버려요
한 걸음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내게
생각이 이끄는 방향을 따라서 와요
나는 나를 몰라요..
나는 나를 못 믿어..
나는 용기가 없어 허공에 내 몸을 맡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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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름대로 저를 걱정해주시는 분인 것 같은데요, 충고는 감사한데, 죄송하지만 저한테 전혀 필요한 말씀이 아니네요.저는 환상과 판타지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현실 운동에는 전혀 없는 창조성과 표현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문학이나 영화, 예술에 대해 논하거나 표현하거나 창조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죠. 지나가다가님은 예술의 리얼리즘을 현실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것으로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계몽주의 예술은 이미 70년전에 끝났답니다. 그건 도구에 불과한 예술이죠. <별빛속으로>를 보셨는지요? 보시지 않고 이런 글을 남겼다면 정말 무지한 행동인것 같구요, 보고 제 영화평의 의미들에 대해 고민해주시고 그 자체에 대해 저와 논쟁하려 하신다면 달갑게 이야기 나누겠지만,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인생 훈계는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시랍니다.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의 호접몽하고는 비교할 바가 아니죠. 전 그런 현실과 동떨어져가는 영화엔 관심없어요. 영화는 스타일로서의 예술이고, 소재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의 소재가 무조건 '정치'이슈의 어떤 것이어야 "정치적인" 영화입니까? 투쟁하는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나와 갈등하다가 파업을 일으키고 결국 파업투쟁을 통해 승리하는 영화가 혁명적 영화이었던가요? 그런 전통주의 형식에 갇혀있는 영화야말로 관습 그자체로만 완성되는 스토리텔링의 영화이죠. 갇힌 형식으론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평만 읽고 영화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지껄이는 것처럼 몰상식한 짓은 없답니다. 그런 바보같은 얘기는 스탈린주의자들이 프랑스 공산당 당원이었던 피카소같은 입체파 화가나 그외 유럽의 여러 좌파 예술가들에게 자주 하던 얘긴데. 모르시는건 아니죠? 예술을 멍청하게 만들려는 생각을 버리세요. 관성에 젖는것보단 100배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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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답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정성어린 블로그에 행여 한심한 글을 남기는거 같아 지웠습니다.. 그냥 술에 취해 이러저러 글들을 보다가 괜히 트집잡고 싶고 막 그럴때 있잖아요. 그렇게 막 트집잡고 싶고..ㅎㅎ.사실, 위의 님의 글 한번 더 읽어보니, 학구적 논리적으로 생각하면서 또 예술의 독창성, 창조성 이야기하시는데.. 그 두가지를 다 가져가는영화든 그 어떤 예술이던 그런것들이 무척 힘들다는 거죠. 더욱이 우리 이곳 사회에서는..
그냥.. 님은 아직 학생같으니깐 많은 예술,영화 생각많이 하시는거 너무 좋아서 마구 현재 내가 생각하는 걸 휘갈겨썼던겁니다. 님에게 상처나 혹은 뭔가를 훈계하려고 쓴거 절대아니구요, 현재 이곳에서의 영화만들기의, 더욱이 노동계급의 영화만들기가 얼마나 힘겨운지를,, 어느누구나 예술의 창조와 갇혀있지않은 예술을 원하지 않는 예술가 없습니다.그 시대와 하부구조와 예술, 혹 문화와.. 여전히 문화예술이 이끌려다니는 현실,, 뭐 그런건에 너무 치여서 그렇습니다, ㅎㅎ..
아주 많이 흥분하신거 같은데,, 다시 말하지만 님의 그 예술에의 열정과 그리고 현실을 놓치않는 그 지점이 좋아서 마구 글써본거구요.. 더 힘내시고 좋은 영화(당파성을 담보한 영화)를 향해.. 님의 앞으로의 영화를 꼭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열정(현실을 잊지않는)을 지금처럼 앞으로도 놓지마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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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없으면 얘기하지 마라너부터 열씸히 해라.
지극히 보편타당한 얘기지만 현실에서는 힘빠지는 소리라는거 잘 아실꺼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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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영화 내 미니홈피에도 간단하게 평을 남기긴 했지만... 감독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아? 한편 그래서 좀 심심한듯도.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