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4/05 14:57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제일 밑의 달력을 넘겨 보았다.

 

허거덕... 한달이 흘렀다.

 

그 동안 뭔일을 한다고 바빴는지 블로그에 통 글을 올리지를 못했다.

 

뭐, 물론 오늘이라고  딱히 널널한 것도 아니나 일이 쌓여 있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하는데로 하자는 마음을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병원에서의 사무공간을 옮기기 시작한 지지난주 이래로 몇년만에 노트북을 과감히 집으로 가져가고 (아직 가져가진 않았다. 오늘 가져갈 예정이다.) 데스트탑을 책상위에 놓으니 아프던 어깨가 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 (사실 요즈음은 어깨가 아픈게 아니라 왼손의 엄지와 검지 부위로 감각이상이 있다.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인 것이다. 조만간 재활의학과 친구한테 부탁해서 근전도나 신경전도를 야매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하여간 지지난주 신당역 중앙시장에 있는 중고 가구점에 가서 국민은행에서 사용하다 가져왔다는 사무용 책상과 의자를 구비하고, 이런 저런 급한일을 처리하기 시작한 이래로 이번주 월요일 부터는 같이 방을 쓸 연구원 선생님들이 두분이나 출근을 시작하고,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탑까지 완비하고 나니 아직까지 추운 냉랭한 연구실이기는 하지만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것 같다.

 

뭐, 이런 약간의 여유는 사실 사무실의 정리뿐만이 아니라 어제로 우리학교 병원의 1/4분기 산안위가 두군데서 모두 끝나 '큰일을 치렀다'는 안도감도 있고, 과의 업무분장과 체계에 대한 큰틀이 잡힌 감도 있고, 전공의들의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 숙제는 해결한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이런저런 사업장의 보건관리자로서의 역할은 끝간데 없이 많아지고 있고, 과안에서의 중간관리자의 역할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과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전공의들과 술먹기, 교수들과 술먹기는 빈도는 좀 줄지 모르겠지만 미래진행형일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게다가 받아든 월급명세서에 아무런 수당도 없이 그저 '본봉'만 찍혀있고 보너스도 없는 인생이라는 1년 계약직이라는 사실과 세금만 많이 늘고 월급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1달의 정신없는 시간동안 전문의라는 그리고 펠로우라는 병원의 1년 계약직으로서의 역할의 큰 머리들이 좀 잡힌것 같다.

 

사실 최근의 한달은 연구소의 일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 동안 죽, 하던 연구소일에 왠 적응? 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적응'한게 맞다.

 

일터도 자체 편집하고, 기사 쓰고, 사진 어케 구해볼라나 머리 쓰고, 교정교열보는 일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거기에 선전과 교육, 그리고 하고 싶은 욕심에 벌려놓은 일들까지...

 

그래두 일주일에 한두번씩 지방에 내려가 교육도 하고, 각종 기획안도 쓰고, 틈틈히 성명서도 썼다. 내가 생각해도 대견하다. 좋아하는 영화보기, 놀기, 술먹기도 자제하고 일에 매진 하다니...

 

하지만 이것에 부작용이 생기니 일을 처리하는데만 급급하다 보니 고민이 부족하고 깊이두 없어진다. 활동이 아니라 '일'처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불현듯 가슴이 뜨끔해 지더란 말이다.

 

게다가 연구소의 동지들이 '말이 없어졌다' 또는 '예전보다 닫힌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지에 이르른 것이다.

 

말을 아끼리라는 올해 나름의 계획이 성공한듯 하기는 하지만 그런 평가뒤에는 이야기할 또는 말할  또는 나눌 내용에 대한 고민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쩌면 연구소가 더욱 무겁게만 느껴지는 요즈음이어서 더 그랬을 수 있다. 

 

암튼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지고 (그리하여 최근 절주중이다. 소주 3잔으로 3시간 버티기의 신공에 이르고 있는 중이다.) 밀려오는 일들에 스트레스만 만땅으로 받고 있었더랬다.

 

시험공부하면서 확인한바 나의 최고의 스트레스는 병원일이었고, 이래저래 문제들이 쌓여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정리가 된듯하여 맘이 좀 편해진다.

 

뭐, 일이란건 항상 밀리게 마련이다.

 

불현듯, 햇살이 따사로워졌음을 그리고 꽃들이 경쟁을 하듯 색을 뽐내고 있음을, 그리고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오묘한 느낌들이 2006년 봄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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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14:57 2006/04/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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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yjoo 2006/04/05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말은 아껴도 글은 아끼면 안되는데.. 칼럼 1개로 3달 버티기는 아니겠지라^^

  2. 해미 2006/04/06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yyjoo/ 이번에는 글을 써볼 생각임다. 뭐 가지고 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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