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4/29 15:00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아... 어렵다. ㅠㅠ 간만에 글을 써서 어렵기도 하고, 생리와 월경, 생리휴가와 보건휴가 중에서 어떤게 맞는 또는 올바른 말인지 모르겠어서 더 어렵기도 했다. 도대체 여성주의에 그동안 왜 이리 관심이 없고 무식한가 통탄을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글을 전해주는 곳에 알아서 올바른 단어를 찾아 바꾸시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글을 못 쓰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나 대신 글을 써줄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볼 생각이다.

 

블로거 중에서도 각 단어의 차이와 의미에 대해 그리고 어떤 단어가 올바른 건지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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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때였다. 같이 병원 실습을 돌던 친구가 아침에 나오지를 않았다. 그 친구는 성실해서 거의 지각이라고는 하지 않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침이 되고 실습이 시작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보니 집 근처의 응급실이라고 한다.


깜짝놀라 ‘무슨일이야?’라고 묻는 내게 친구는 ‘나중에 이야기할게,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마. 오후에 학교 갈게.’라고 이야기했다.


오후에 병원에 나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지각의 원인은 생리통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원래 생리통이 심해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몇 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리할 때 즈음이 되면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었다고 한다.


갑자기 실습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처한데다가 정신이 없어서 진통제를 깜박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었다. 병원으로 나오면서 지하철을 탔던 친구는 생리통이 심해져 너무 아파졌고 그것 때문에 결국에는 중간에 내려 근처의 병원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전공의들한테 불려갔다. 무단 지각이었던지라 전공의들이 해명을 요구했던것이다. 그 과는 전공의들이 모두 남자였다. 친구는 의국으로 불려갔고 이런 저런 해명을 하고 난 후에는 상당히 기분이 나빠져서 돌아왔다.


친구는 그렇게 아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하고 의혹의 눈으로 쳐다보는 전공의들 앞에서 굉장히 난처한 경우를 당한 것이었다. ‘창피하다’는 그 친구의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창피하다고 느끼게 만든, 그리고 당연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을 마치 구차한 변명인것처럼 느끼게 만든 그 남자 전공의들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그때는 왜 이야기하지 못했는지 아쉽기만 하다.


아무튼 이 글을 보면서 ‘나도 그런적이 있는데?’라고 생각하신 경우도 있을것이다. 생리통으로 알려져 있는 월경곤란증이나 통증만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까지 동반되는 월경전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여성은 매우 많다.


생리통이나 월경전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우리나라의 여성은 20-95%에 이른다. 전체 여성의 80-90%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통증이나 불안과 우울같은 정신증상을 느낀다는 것이다. 심지어 3-8%의 여성은 일상생활에서 기능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다고 한다.


월경곤란증은 생리통이라고 흔히 불리우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월경을 뜻한다. 보통은 특별한 이유나 원인이 없는 경우들이 많고 보통 초경 시작후 6-12개월이내에 나타나고 월경시작부터 통증이 시작되서 2-3일정도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생리통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에 잘 반응한다. 이 약은 빈속에 상습적으로 먹지만 않으면 통증에 효과가 매우 좋고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생리통이 있는 경우는 참는 것보다 약을 먹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아이를 가지고 분만을 하고 나면 좋아진다고 한다.


월경전증후군은 기질적인 질환에 기인되지 않고 고통스러운 신체와 정신적 증상들이 월경주기와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어 나타나며, 월경직전이나 직후에 소실되는 증상을 의미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심해지고 공격성이 나타나기도 하며 우울하거나 불안해진다. 몸이 붓기도 하고 유방이 아프기도 하고 소화가 안되거나 두통과 요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월경전증후군은 보통 월경전 2주에 심하며 중등도의 정서변화가 있으면서 정신적 증상이 주된 증상을 이룬다. 증상을 기록하고 식습관을 교정하고 유산소 운동이나 스트레스의 조절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부터 시탁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또는 배란억제와 같은 다양한 치료방법이 증상의 정도에 따라 행해진다.


월경과 관련된 여성들의 몸의 변화는 이렇게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의 범위도 매우 넓다. 문제는 이러한 여성들이 본인의 고통을 마치 변명처럼 생각하거나 굳이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압박을 가하는 직장의 구조이다. 생리통 때문에 아픈것도 모자라 남성 전공의들이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괴로웠을 친구의 경험이 비단 그 친구만의 경험은 아니라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생리휴가는 당연한 여성의 권리이다. 더군다나 그 사안에 대한 설명을 강제받는다는 것은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이걸 무급휴가로 돌린다는 정부의 발상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일이다. 또한 생리휴가를 신고를 하게 한다는지 사유서를 제출하게 하겠다는 발상은 폭력이다. 이제, 당당하게 생리때는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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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9 15:00 2006/04/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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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 2006/04/30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리휴가문제는 군가산점제도와 더불어 수많은 '논란'이 일었던 주제지요. 최근엔 중고교의 생리공결제문제로 논쟁이 있었구요. 참세상 칼럼 중 행/페 너부리님의 글 중 관련글이 하나 있어요. 읽어보시구랴.(제목:제도와 문화사이) 답을 주기보다는 여러가지 생각해볼 질문을 던지지요.
    님이 글을.. 조금 서둘러 마무리 지은 뒷부분에.. 사실 몇가지 고민이 더 숨겨있지 않나 싶네요(너무 넘겨짚은 건가? ㅋㅋ 꽈당)
    ㅎㅎ 그나저나 올해 월경페스티벌엔 한번 놀러가볼까 생각중. '나 생리중인데'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니깐요~~

  2. azrael 2006/04/30 1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면..듣는 남자들이 더 창피해하더군요..ㅎㅎ 그게 그렇게 부끄러운지들...

  3. 해미 2006/05/01 1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e/ 감사함다. 읽어볼게요. 근데 우찌 그리 예리하시데요? 서둘러 지은 마무리를 바로 간파하시다니..ㅋㅋ 근데 고민이 더 숨겨있는건 아니에요. 제가 워낙에 별로 고민을 못하는 영역인지라 사실은 고민이 없어서 얼렁뚱땅 마무리 지은 것이라는... ㅠㅠ
    azrael/ 그러게요. 참 이상한 일이지요? 저두 걍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기로 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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