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2/29 11:23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1.

 

학위논문 쓰는 동안, 파업을 했던 사업장 동지들과의 서울에서의 송년회... 거의 몇달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게, 그렇게 오래간만에 장장 6시간 동안 소주를 들이 부었다. 학위논문  쓰는 동안 현장에 내려가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앞으로 또, 남아있는 싸움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 저런 세상살이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추운 겨울밤과 함께 취해갔다. 5년째 만나온 동지들... 나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봐준 동지들... 이런 느낌이 나의 활동의 힘이라면 좀 우스울까?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현장과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그렇게 만든 관계위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지가 고민이다.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와 경제주의에 갇혀있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를 찾기위한 노력과 함께 생활인으로서 노동자를 다시 새로운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래서 조합과 경제주의에서의 계급성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계급성을 끌어내야 하는거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다시, 주체를 조직하고 만들기 위해서 현장과 지역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어떻게 개입하고 어떻게 만들어갈지... 더군다나 전업활동가도 아니고 지역에 항상 있는 인물도 아닌 조건에서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얼마나 해야할까? 과연 할 수는 있는 걸까?

 

요즈음 같아서는... 기획의 신이 강림하시길 간절히 기원할 수 밖에... ㅠㅠ

 

#2.

 

간만에 눈빛이 좋은 동지를 만났다.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강단있어 보이는 그런 아우라를 가진... 그 아우라가 너무 좋아서 나두 행복해졌다.

 

총회가 끝나고 한노보연의 열린토론-세상을 보다에 꼭 초청해서 좀더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내일, 여러 동지들과 같이 갈 태백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

 

#3.

 

아무래도 연말연시인지라 이런 저런 고민들이 들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내년에는 뭘 하고 싶냐?'는 질문들을 많이 받게 된다.

 

농담이 살짝 섞인 '상근' 제의를 받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점점 지금의 상황과 조건을 떨치기 위한 준비와 노력에 소흘해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든 내가 꼭 필요한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만나면 병원을 떠나 자유로운 활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내 자신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걸 소흘히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년계획이란게 항상 지금의 조건에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나의 신년계획이란 항상 '어디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무슨'일을 할 것인가만 있었던것 같다. 올해 신년계획에는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와 '해야만 하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싶다. 그리고 활동의 내용과 방향을 업데이트 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관성적이고 성실로 승부하는 활동가가 아니라 성실하지만 기획을 하고 내용을 만들어가는 활동가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보고 싶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또는 가능성을 열기위한 노력을 하면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ㅠㅠ

 

일단 내년에는 규칙적인 글쓰기를 다시 해볼 생각이고, 지역에 많이 갈 생각이고, 사람들을 많이 그리고 일부는 깊게 만나볼 생각이고, 자주 진지하게 고민과 생각을 해볼 생각이고, 영어공부를 해볼 생각이고, 거절을 배워볼 생각이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일을 나누고 그렇게 나눠진 일을 가지고 다시 조직하는 일을 해볼 생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볼 생각이다.

 

너무 많은가? ㅋㅋ

 

#4.

 

대략 6개의 보고서를 완성해서 넘겨야 하는 1월의 급 위기를 넘기고 나면... 1주일간 앙코르와트를 다녀올 생각이다.  남들은 3일 있는다는 그 곳에 1주일 있으면서 충분히 쉬고, 생각하고, 느낌을 곱씹어보고 올 생각이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렇게 지내다 올 생각이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겠지만 적절한 거리두기로 외로움을 자초해볼까 하는 생각이다. 숙소도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정해서 말이다. 그리고 정말 몇년만에 간단한 오일파스텔이나 색연필 같은 그림도구와 스케치북을 가지고 가 볼까 싶다.

 

떠남을 계획하고 마음에 두는게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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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1:23 2006/12/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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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ng 2006/12/29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앙코르와트에서 기획의 신이 강림하실 것 같다는 예감~ ㅋㅋ

  2. MCEscher 2006/12/29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댕겨오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삼. ^^

  3. 해미 2006/12/29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kong/ 그러게요. 제발 그러하면 좋겠구먼요.
    MCEscher/ 형두 좋은 일만 생기삼~ 근데 우리 언제 한번 봐야할긴데... 제가 일단 앙코르 다녀오고 나서 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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