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3/20 09:38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얼마 전 10여명의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죽은 한국타이어의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작업장에 고열이 있고 노동자 통제등의 직무스트레스가 과로사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였다. 그 이후 18명의 추가 사망자와 25명의 추가 질환자가 추가로 발표되었다. 추가 질환자의 대부분은 유기용제 중독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유기용제 중독이라는 것이 한국타이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기용제는 우리 현장에도 얼마든지 많다. 금속의 가공이나 조립과정에 사용하는 세척액과 절삭유 등에 사용되는 많은 성분들과 도장에 쓰이는 페인트 등에 사용되는 것도 모두 유기용제이다. 이렇게 쓰이는 유기용제는 백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벤젠부터 급성 간독성이 있어 이주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디메틸포름아마이드, 태국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을 앉은뱅이 병에 걸리게 한 노말헥산, 흔히 신나라고 불리는 용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톨루엔, 그리고 우리가 흔히 먹는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까지 다양하다.


유기용제로 인한 건강 영향은 술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간이 나빠지기도 하고 중추신경계를 억제해서 술이 취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일부 자극성이 있는 것은 코나 호흡기를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낮은 농도에 노출될 경우에는 뇌에 영향을 줘서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치매 유사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 말초 신경계에 영향을 줘서 다리나 손에 느낌이나 움직임이 이상해지기도 하며 정자나 난자에 영향을 줘서 불임이나 유산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백혈병과 같은 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간암이나 독성 간염등을 유발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건강에 영향을 주는 유기용제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작업환경측정과 건강검진을 시행하지만 이는 많은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3만 8천종에 이르고 이중 유해성이 밝혀진 것은 1,000-2,000종에 불과하고 이중 노출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700종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측정과 검진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유기용제로 인한 건강문제를 완벽하게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장에 비치되어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확인하고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물질이 어떤 건강영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 검진시에 사용을 함에도 불구하고 항목에 빠진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가벼운 증상이라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혹시 작업과의 관련성이 없는지 묻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증상이 작업과 관련해서 악화되거나 완화된다면 이는 작업과의 관련성을 충분히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기용제를 꼼꼼히 살피고 몸의 불편과 이상을 이야기하기. 이것이 시작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3/20 09:38 2008/03/20 09:38

트랙백 주소 : https://blog.jinbo.net/ptdoctor/trackback/411

댓글을 달아 주세요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0592
· Today
: 45
· Yesterday
: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