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7/06 15:47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한 여행이었다. 나는 제주도에 여러번 갔었지만 우리 엄마는 결혼하기전 관광회사를 다닐때인(이것도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다.) 30년도 더 된 옛날에 왔었다고 하신다. 그 때는 제주도를 관통하는 쫙쫙 펴진 길도 없었고, 골프장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돈 엄청 많은 사람들만 비행기타고 제주도를 올 수 있었다고 한다.

 

한라산을 너무 가고 싶어하셨지만 일흔을 바라보는 엄마가 한라산을 오르기는 무리여서 조용하고, 경치 좋으면서 아늑한 곳을 타박타박 걸었다.

 

워낙에 무뚝뚝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익숙치 않아서 많은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하지는 못했지만 즐거워하시는 엄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 마음이 좋아졌다. 펜션이라는데를 보고 너무 좋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이나 새벽부터 일어나 공기를 느끼며 컵라면을 드시는 모습이나 비가 오는 바람에 가게 된 식물원도 너무너무 신기하다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외돌개와 돔베낭골 사이의 산책길도 걷고, 아부 오름에도 올라보고, 비자림 숲에도 가보고, 성산 일출봉도 올라가보고 (일출봉 근처에는 많이 갔지만 올라가는건 처음이었다.), 정방폭포도 가 보고, 마라도도 가보고, 여미지 식물원도 가봤다.

 

어느 관광지를 가나 경로 할인을 받아서 입장료를 안 내도 되는 우리 엄마지만 집 근처에서 꾸준이 걷기, 얕은산 등산 같은걸 하시더니 참 잘 따라다니셔서 깜짝 놀랐다. 여행의 속도와 삶의 속도가 다른 엄마와 내가 서로를 맞춰가는 느낌도 좋았다.

 

다음에는 온전히 엄마의 속도에 맞춰 어디 온천에라도 한번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참, 그리고 다니는 곳곳에 제주도 전통길인 올레 표지(파란색 화살표)를 봤다. 다음에 제주도를 가게 되면 렌트하지말고 올레길을 하나씩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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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6 15:47 2008/07/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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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름 2008/07/06 2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느낌이 정말 좋아요~
    전 제주도에 갔을 때 오름에 못 올라가봤는데
    다음엔 꼭 올라가보고 싶어요. 흐흐

  2. schua 2008/07/07 0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사진 좋삼. 요즘 제 맘 같기도 하고. 아사무사~
    엄마랑 여행, 함 가보고 싶단 생각이 문득. 파악. 근데 왜 생각만 해도 떨리지요? 요상.

  3. 해미 2008/07/07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 오름이란데가 말이죠. 참 좋아요. 저는 제주 갈때마다 하나씩 꼭 올라보는데 항상 기분이 따뜻해진다는.
    슈아/ 저두 한참 떨렸었어요. 아마도 계속 그럴거 같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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