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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6/01/16 11:34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제목 그대로이다. 지난주 12일 전문의가 되기 위한 1차 시험이 끝났다. 19일 1차 시험의 합격여부를 확인하고 25일 2차 시험을 봐야 비로소 '전문의'가 되는 것이지만은... 일단 시험이 끝나니까 좋았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이런 다짐을 했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 동안 몰랐던 것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공부를 하자'는... 전공의가 되고 활동을 하면서 이래저래 일들을 하기는 했지만 소위 노동보건영역에서 '기본'이 될 만한 것들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2월말에는 친구가 아버님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워낙에 내게는 부재한 '아버지'라는 존재라서 나는 유난히 지인들의 '아버지' 상에 대해서는 담담해 왔다.  떠나보내는 친구는 담담한듯 보이기도 했고,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란 존재의 부재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부재에 대한 아픔이 전해졌다. 제주까지 가서 걍 올라와야 하는게 아쉬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시험기간이었으니까...

 

은근 스트레스가 심했었는지 1월 2일부터 시작된 끊임없는 설사는 굶을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상태로 열흘 가량을 살게했다. 눈이 퀭해지고, 아파보이기 시작했다. 시험보기 전날까지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거의 안 피우고, 집에서 한발짝도 밖으로 나가지를 않았다. 가끔 인터넷을 검색하고 진보넷의 공동체를 돌아다니고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여유를 가지려 했다. 이런 나에게 동생은 '은둔자' 같다고 했다. 

 

암튼 그렇게 본 시험은 내가 풀기에는 쉽지가 않았다. 족보를 열심히 보기보다 내용을 알고자 했더니만 이 문제를 어디서 본 것은 틀림없는데 이게 답인지 저게 답인지 헤깔리는 상황이 발생하고야 만것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하는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으면 그런일이 없었겠지만... ㅋㅋ

 

시험이 끝나고 같이 시험을 본 동기들과 약 10시간동안의 밀린 음주와 흡연을 즐기고, 병원일로 1박 2일의 조금은 불편한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우연히 하이닉스 농성장 근처에서 지역의 동지들과 하이닉스 동지들과 새벽까지 술을 펐고, 어제는 혼자 서울 시내를 배회하면서 영화 몇 편을 보았다.  

 

하이닉스 동지들과 지역의 동지들과 술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동안 마음이 편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힘듦과 희망을 공유하는 과정이 좋았다. '그래... 이렇게 사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2005년의 개인활동에 대한 평가와 2006년의 계획을 연구소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을 했던 어찌보면 부끄러운 2005년이었지만 그만한 성과와 깨달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6년의 활동과 전망은 '개인'이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해야겠다. 아직은 부족하고 어색하긴 하지만 동지들과 나누고 조직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 동안의 부유하는 듯한 활동들을 매듭지을 수 있고, 앞으로의 내 삶의 전망을 찾아가기위한 구체적이고 조직적인 행보를 만들어가는 2006년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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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6 11:34 2006/01/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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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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