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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험기간

요즘 애들가르치는 재미로 쏠쏠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시험 기간이 되니까 애들은 애들대로. 저는 저대로 신경이 곤두서 있습죠~

시험을 대비한다치고 무작정 고1을 맡아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사교육 진흥에 발전하는 삶을 살다보니, 이게...장난이 아니군요.

 

사교육 진흥에 이바지하는 개같은 제 삶이야 각설.

최근 제 삶의 포커스를 "교육"에 맞추다보니, 이러저러한 학교의 얘기들이 아이들의 눈과 입을 통해서 들려옵니다.

 

 

 

학교는 800원짜리 수업이니, 나머지는 학원가서 들어라.

 

 중세국어를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고전문법이다보니 가르치기도 학습하기도 힘이 드는 영역입니다. 

 나름 고민해서 쉽게 쉽게 재미있게 알려주려고 노력하지만,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애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제가 외계인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항상 어려운 건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고 하는 내용과

아이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의 수준을 조절하는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 택한 방법은 학교에서 어떻게 배웠냐는 걸로, 모든 기준을 학교에 맞추고 있습죠.

 

  그런데 어느 날은 수업시간에 설명하다 애들 말이, 학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학교 수업은 800원짜리 수업이니, 나머지는 학원가서 들어라"고요.

그리고는 질문하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한답니다.

넌 이것도 학원에서 못 듣고 뭐했냐고요.

 

질문거리를 잔뜩 싸가지고 와서 묻는 애들한테, 순간 그 말을 듣고는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뭐, 그 선생님께서야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스스로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시험때문에 불안에 떠는 아이들의 눈빛과 학교 선생님은 원래 그렇다는 체념의 말을 듣고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런건 수능에 나오지 않으니, 수업하지 않는다

 

 이런말은 사설 학원에서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아이들도 매우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국어교과서에 나온 현대문법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가르치기도 어렵고 애들도 어려워하니 그렇겠습니다만, 수능에 잘 나오지 않으니 수업하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문법문제가 나오더라도 한 두문제만 출제되니 알아서 찍으라고 했답니다.

 

  한편으로는 예전의 국지적인 지식을 요구하기보다는 통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업으로 진행해나간다는 말일거라고 생각하려고 해봅니다. 음...여러가지 사고로 현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은 필요한거라구요. 

 

   그런데 여전히 문학작품엔 밑줄을 긋고 아이들은 시어의 의미를 깜지 열장을 써가며 외우고 있습니다. 김유정의 봄봄을 배우면서, 애들이 배우는건 장인과 점순이, 나의 관계를 전도된 성 역할, 해학성을 유발하는 요인, 역순행적 구성 이런 것들입니다. 

 

 전 지금까지 어느 선생님도 작가가 혹은 시인이 하나의 작품을 쓰기까지 얼마나 고민했고, 힘든 경험을 했었는지 말해주지도, 생각해 볼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윤동주의 시를 이해하고서야 얼마나 재미있는 걸 배우는지 알겠더군요. 아마 지금까지 제 선생님들은 이런 걸 의도했나봅니다. 스스로 터득하는 지혜 그리고 지금 제가 가르치는 애들에게도 마찬가지일까요??

 

전 그냥 핵심적인 내용 설명과 기출문제를 풀어보게 하고는 저번주가 김유정 고향에서 문학제가 있었다고 얘기해줬습니다.

점순이 콘테스트도 열리는데, 키가 작고 야무져야 하는데 전 신체조건에서 제외되버려 안타깝다구요. 그리고 여기서 누가 제일 점순이에 어울릴까? 물어보고는 시험이 끝나고 혹시 기회가 되면 같이 가보자고 말했습니다.

 

근데...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전교 1등 문제없지?

 

 

이제 고1이 된 녀석. 들어보니 자기와 다른 친구 둘만 불러놓고는 담임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중학교에서 전교 1등으로 들어온 녀석들이니, 이번에 전교 1등 문제없지 않겠냐구요?

 

아...선생이 학생에게 공부 열심히하라고 다독여 주는 말인데,

전 왜 부아가 자꾸 날까요?

아마, 전교 1등을 해보지 못했던 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라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애들에게 신경쓰면 많은 애들이 보일텐데,

어느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들은 참 이상하다구요.

애들이 성적이 좋게 나오면 다들 자기가 잘 가르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게 웃긴답니다.

그건 자기들이 열심히 해서 그런건데 말이라구요.

 

 

한편으로는 이 싸가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끄러웠습니다.

이 애가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다른 생각을 갖게 만들어 준 선생이 없었다는 사실에서요.

하기사 선생 앞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것도 요인이 작용하긴 하겠죠.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선생님이 하고 싶고, 그래서 사범대에 가고 싶다고 말한 녀석이 있습니다.

저야 어쩌다보니 사범대에 와서 어떻하다보니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는데,

아직 고2인 녀석이 자신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까지 탐색하는 모습을 보고

제법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왜 선생님이 되고 싶냐고 묻는 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곤

꿈을 짓누르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까닭이

반복되는 일상에 네시 반, 다섯시 반이면 칼 퇴근하는 생활이 자신의 스타일이 딱 맞기 때문이라더군요.

예전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매우 현실적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 그렇다면 쉬운 일이 아니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난 아직 누군가를 제대로 가르쳐본 일이 없지만, 가르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하면서요.

 

 

요즘에 느끼는 거지만,

사람을 바라볼 때 가끔 상대의 눈을 쳐다볼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땐 바로 애들의 눈을 쳐다볼 수 없을 때입니다.

사람한테 사기치지 말아야겠다고 하는 생각. 말 한마디도 참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못해서 부끄럽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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