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랑, 그것은 환상<오만과편견><좁은문>

조금 다른 사랑 이야기

 

얼마 전부터 고전으로 분류되는 소설을 몇 편씩 읽고 있다.

어릴 적 읽었던 소설인데, 지금은 줄거리와 부분적 표현들만 기억에 날 뿐이어서  역시 읽고 난 뒤 그 때의 느낌이나 감동을 기록해 둘 걸이라고 후회를 하면서 읽는 중이다. 그 때는 혹시 문제에 나오면 당황하지 않고 익숙하게 풀기 위해 읽었던 목적이었으므로, 너무 어렵고, 무미건조한 수식의 나열 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속에서 사람을 보고, 삶을 본다는 점에 나쁘지 않다.

 

지금부터 기록해 둘 책은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다.

너무도 다른 분위기의 두 책이지만, 뜻밖에도 한 가지 공통점으로 정리된다.

바로 '사랑'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다.

 

 

 

두 작품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서, 함께 묶어 해석하는게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포스팅 하는 동안 내 지구력이 계속 작용할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오만과 편견>을 읽는 동안에는 얼마 전 영화로 제작되어 '엘리자베스'역에 캐스팅 된 '키이라 나이들리'가 적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하이틴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내게 그녀의 이미지는 톡톡튀는 말투와 억양 너머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눈빛으로 웃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당당하고 자신의 신념이 강한 것 같은 '엘리자'는 소설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사랑을 깨닫게 되면 될 수록 수동적이고 나약해지는 모습이 하이틴 소설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떨렸던 것도 사실 ㅋ)

 

 

 

반면 <좁은 문>은 알리사의 답답한 태도보다 제롬의 미숙하고 소심한 태도에 읽는 동안 불편하고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아마 이 때문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이기도 한데,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난 신앙과 현실적 사랑 사이에서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 '좁은 문'에 들어가기 위해 절제하고 자신을 속이면서 고독과 열정 사이를 걸어본 적은 있었던 것 같다.

 

 

<오만과 편견>은 여성화자의 시각으로, <좁은 문>은 남성 화자의 시각으로 서술되어 있어 그 필체부터가 다르다.전자가 좀 더 인물의 심리 묘사에 세심하다고 할 수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그 시각이 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결말을 비교해 볼 때, 전작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결국 결혼으로 귀결되는 결말이지만 <좁은 문>은 알리사가 죽음으로써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비극적 결말이라는 점에서 분위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행복과 불행을 결말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간혹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특히 사랑 이야기를 보고 난 후면

그래서 그 이후 그녀와 그는 늘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았을까?를 상상하는데, 대답은 거의 '아닐껄'로 귀결된다.

이것은 언젠가 '비포 앤 선셋'이던가, 영화 시작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서 그 사람이 사랑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일종의 심리테스트를 해 봤다는 장면에서 '허걱'했던 기억이 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하는 습관같은 것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가 겪었던 사랑과 <좁은 문>에서 알리사와 제롬의 사랑은

그녀 혹은 그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고,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현실적 조건에 맞춰 하는 결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옳다고 믿었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은 '완전무결한 그 무엇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현실적 관계에서 만족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와 그의 사랑이 무언가의 형태로 결정되었을 때,

과연 그녀와 그가 죽을 때까지 행복했을까란 질문에 나의 대답은 부정적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빙리'같은 남자도 없지만, '달시'같은 남자도 없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백마탄 왕자'는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달시'와 '엘리자'의 관계를 꿈꾸는 사람과, '제롬'과 '알리사'의 이상적 관계를 꿈꾸는 사람은 많다.

'샬로트'와 같이 현실적 조건에 맞춰 결혼을 꿈꾸는 친구들도 있다.

'알리사'의 일기를 보면서, 예전 연애시절 내 일기와 너무 비슷하게 느껴진 점은

나 역시 '좁은 문'이라는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환상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환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오!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영혼 속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거울 속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상대방의 마음속에서도, 자기 자신의 마음 속에서처럼,

아니, 자기 자신의 마음 속에서보다 더 자세히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애정은 얼마나 평온해질까!

             

-좁은 문 中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