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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재발견

며칠 전 오전에 진보넷 접속에 에러 메시지가 뜨는 순간, 옛기억이 떠올라 뜨악 하고는

블로그와 공동체에 있는 자료들의 '안전'에 덜덜 떨면서

백업 형태로 다른 곳에 '알을 까볼까?' 생각했는데,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그러다 다른 곳에 있는 옛날 일기들을 발견했는데,

역시...재미있군.

 

 

2004.10.25    
 

언젠부턴가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곧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시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나는 생각을 하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뜻이다.

밝고 힘차게 내 주장을 펴는 것보다는
언제부터인가 침묵이 나의 주된 표현이 되었고,
그것이 일상화되어 버린 순간

그 순간의 나의 모습을 직면하는 순간보다
당혹스러울 때도 없는 것 같다.


깨나가야지, 다시 나를 곧세워서 걸어가야지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해도
또 다시 돌아오는 건 침묵과 순응 속에 갇혀 사는 나의 모습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문제에 부딪혀 맞서기보다는
조금 더 편한 현실로 숨어버리는 것이 더욱 쉽다.

난 도대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젠 강박관념조차 생긴다.
하지만 강박관념조차 내 일상을 다시 세우기가 어렵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2004.12.23    
 

잊으려고 하지 말아라..
생각을 많이 하렴. 아픈 일일수록 그렇게 해야 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지.
무슨 일에든 바닥이 있지 않겠니?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겠지...
그 때.. 탁 차고 솟아오르는 거야.

 

 <기차는 일곱시에 떠나네> 신경숙

 

2005.02.23    
 

졸업

 

오늘 드디어 졸업을 했다. 학교에 발 붙인지 5년만에 졸업이다.

사진 몇 장을 찍고는 학교를 내려오면서 한 학기 등록금 300만원, 8학기 이천사백만원

5년 동안 먹고 뛰어다니던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이천사백만원의 돈을 들여서

갖게 된 졸업장 하나를 안고 학교를 내려왔다.

 

졸업은

새로운 출발과 희망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아서 즐겁고,

정들었던 교정과 친구들과 기억들이 영영 헤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여기에 21세기라는 시간적 공간을 하나 더 하면

졸업이란 걱정과 슬픈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고 걱정스러운 앞날과

대학 4년 혹은 2년동안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밖으로 밖으로 내몰던

깡그리 말라버린 인간관계에 서글퍼지고.

짙은 색의 학사복이 마치 저승사자 옷 같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청년실업의 대열에 올라 잉여인간의 삶을 시작한다.

 

졸업이 내 인생의 끝은 아니지만

서글픈 내 인생의 서곡쯤은 되는 것 같다.

 

암울한 시대.

그 첫발을 내딛다.

 

 정들었던 교정이라니...맙소사. 나도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  '정들었던'ㅋ

 

 
2005.05.25 01:48    
 
 
옛날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지나간 옛 일들을 후회하거나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소용없는 일인가를 알면서도 아련한 추억쯤으로 여기면서
다시 옛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도
역시 인간인가 한다.

많은 것들이 변해있고, 내가 있을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도 많은데
여전히 그대로 인 것들도 있고, 내가 그로 인해 웃을 수 있었던
것들도 존재한다는 사실.

예전에 건물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봤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이젠 그 시간을 증명해 줄 것은 어둡게 나온 핸드폰 사진 한장 뿐.
나머지는 그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의 머리속에서만 아련히
존재할 뿐이다.
하긴, 굳이 증명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에
그냥 내 머리속에서 흐릿한 추억쯤으로 남겨두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그 때 보았던 하늘의 별이 그리운 날이었다.
다시 시꺼먼 도심의 하늘에서 별을 찾으려고
시멘트 바닥 한가운데 돗자리를 깔고 누워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그런 일이 있을까


-별은 항상 내려와...

 

 

 

2005.12.27 00:34    
 

글을 쓸 때의 고민

 

일상의 가벼움을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 '사소한 개인'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

 

이건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2006.02.17    
 

#1.

오늘도 일기에 적어놔야 하는데 약간 졸리다.

지금 시각 6시 반

집에 들어온 시간 6시 반

오예!~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오는게 얼마만인지.

 

 

#2.

많은 생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정리해야 하는 생각들.

실현해야 하는 행동들.

 

 

#3.

지금은 정말 제 의욕은 얼마든지 나눠드릴 수 있습니다.

이 의욕이 나를 더욱 옥죄고

더더욱 긴 호흡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그렇게 다 잡아갈 수 있다면.

지금은 그렇다고 믿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 믿음이 흔들리고 삶이 되뇌어질때

그 때 빌려드린 의욕을 다시 찾지요 뭐.

그저 그 때 혼자만 놔두지 말아주신다면야^^

 

1년 전과 달라진 지금에서도 대만족.

ab형의 나르시즘은 톡톡히 즐기고

그 만큼 세상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성격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4.

내가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톨스토이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직은 톨스토이가 대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의 역할은 그저 질문을 던진 그 자체로 성공했다고.

그럼 나의 대답은 무엇인가.

 

나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매우 현실적이면서 쉽게 대답하기 힘든 문제들.

 

2007.04.10 13:17 지금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억압이나 차별의 시선들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거칠게 몰아치는 고통이어도 상관없다.

시련은 강하면 강해질수록,

나 역시 강해진다는 그 식상한 말들은  때론 사실이 되고,

진실이 되니까.

 

 

그러나,

 

단단하고 굳게 쌓아올린 나에 대한 벽들이

열없이 허물어지는 순간은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때이다.

 

순식간에 쓰러져버리는 존재감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자괴감이 억누를 때

그 순간만큼은 나를 지탱해나가기 힘이 든다.

 

 

어제는 집에 오는 길 내내 울었다.

생각하는대로 사는 내가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는 내가

한심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오래.

심장이 죽을 것만 같아서, 죽은 것만 같아서.

 

살릴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

.

.

.

 

 

2005년 전  일기들은 책상 서랍 깊은 곳 어디엔가...ㅋㅋ 

2005년부터 2007년에 쓴 일기.

그런데...아직도 이러고 있으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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