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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4/23
    흥미-아내가 결혼했다.(4)
    엉망진창
  2. 2006/04/20
    선운사에서-최영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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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1/09
    송하선 "사랑을 위한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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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12/25
    "홀로서기 1-7" -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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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5/12/25
    "첫눈 오는 날"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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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5/11/22
    역마차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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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5/11/19
    홀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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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5/11/02
    균열 -이호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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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10/06
    詩창작 강의 - 제3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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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5/10/05
    가끔씩그대마음흔들릴때는(1)
    엉망진창

"홀로서기 1-7" -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작은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 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 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 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며이라고 말할 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디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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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곽재구

곽재구 "첫눈 오는 날"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긴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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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차 -김철수

역마차    -김철수

 

 

설움 많은 밤이 오면은

우리 모두들 역마차를 타자

 

반기어주는 이 없는 폐도(廢都) 여기 별없는 거리 자꾸 그리운 합창이

듣고파 내 오늘도 또 한 잔 소주에 잠겨 이리 비틀거리는 사내이구나

 

흔들려 부딪치는 어깨 위에 저 난간한 골들이 형제요 동포이라는 나의 외로움

속에서는 우리 좀더 정다운 나그네여서 따뜻한 마을을 찾아 가는 것이냐

 

이제는 통곡조차 잊어버린 사람들...

열리는 아침을 믿어 가는 길인가

 

그러면 믿븐* 사람이여 어디 있는가 높은 곳에 기다리는 공화국의 문이여 어디

있는가 절름거리는 궤짝 위의 차거운 꿈에서도 역마야 너와 나와는 원수이지

말자

 

미친 채찍이 바람을 찢고 창살 없는 얼굴에 빗발은 감기는데 낙엽도 시월도 휘파람

없이 이대도록 흔들지며 폐도의 밤을 간다.

 

 

 ([신천지] 1948.2)

 

*믿븐: 믿음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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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사람

 홀린사람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홀린사람 사이에 나도 함께 홀려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렇다.

 

 

어느 순간 나는 군중들의 아우성 가운데 살아가면서 내 생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생각을 하려고 하지도 않은게 애초부터 생각따위는 없었던 것 같다.

 

자책은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겐 지금 '허무의 불'이 필요한 때다.

 

 

하아...약을 하루 안 먹었다고 계속 토할 것 같은 이 시츄에이션은 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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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이호우

균열                               이호우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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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창작 강의 - 제3교시

 

詩창작 강의 - 제3교시          -박제영

 

 

1. 재료
명사 20~24개, 동사 24~30개, 부사 10~12개,
형용사는 가급적 넣지 않는 게 좋지만 경우에 따라 3~6개,
그리고 숙성 발효시킨 생각 24그램과
그늘에서 2주 이상 건조시킨 감정 12그램을 준비할 것



2. 만드는 법

명사, 동사, 부사를 숙성 발효시킨 생각 12그램과 함께 섞어 볼에 넣고 중탕으로 열을 가하며 휘핑한다. 거품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면서, 온도가 36.5℃가 될 때까지 계속 휘핑한다. 36.5℃가 되면 숙성 발효시킨 생각 나머지 12그램을 넣고, 중탕에서 내려 열이 식을 때까지 휘핑을 계속한다. 그 다음에 온도가 5℃ 아래로 떨어지면 그늘에서 건조시킨 감정 12그램을 넣고 거품이 단단해질 때까지 휘핑을 계속한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거품이 단단해졌으면 드디어 완성이다. 취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장식용으로 형용사 몇 개 올려 놓아도 된다.



3. 주의
이 요리의 맛은 재료의 혼합비와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그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것이 좋다.

생각은 충분히 숙성 발효시킨 것을 써야 한다는 것과
그늘에서 말린 감정을 써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도록!


 

 

가끔 들어가는 '빈터'라는 시인들의 카페에서 퍼온 글이다.

시인 각자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언어를 요리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입맛에 따라 독자는 시를 음미한다는 발상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

시를 요리할 때의 재로는 2주이상 건조시킨 감정이 필요하다.

감정은 그늘에서 말린 것이어야 하고, 생각은 충분히 숙성 발효시켜야한다.

재미있다.

 

시를 표현하는 형식이 기발해서 좋다는 생각이 들어 낼름 퍼왔다.

요즘 문학에 치우쳐 살다보니, 무슨 글만 보면 분석하려든다.

제대로 분석하는 눈은 개뿔도 없는 주제에^^;;

시는 그냥 느끼면 되는거지@.@

그래, 항상 문제는 느낄 때 어떻게 느끼도록 방향을 잡아주는가이다.

시인은 창작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요리법을 지도하고 있으니,

난, 요리과정을 따라 재료를 추적하고 또 다시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하면 된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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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그대마음흔들릴때는

 

 

 

가끔씩그대마음흔들릴때는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이 시가 이외수의 시인지 몰랐다.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 시를 들려주면서 힘들땐 하늘을 보면서

쉬엄쉬엄 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난 늘 여유로운 삶을 지향했는데,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내가 늘 피곤해보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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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7강

향가의 시상전개방식과 위상

-비기능성 : 한시와 구분된 특정기능이 없다

-우리말 노래

- 개인서정시

 

<처용가>

체념의 정서, 축사의 노래(벽사진경)

 

신라(8구체 향가) -(부연, 극적,연행)- -> 고려(속요체 향가, 속요) -> 처용희, 처용무

:                                  -벽사진경의 제액 기능  -                               +연희적 성격 첨가

1-4 역신의 침범                                  서곡                                       

5-8 처용의 관용,체념                         처용의 형용

                                                     처용 제작에 대한 사설

                                                     역신에 대한 위력 서술

                                                     역신을 몰아내는 과정**->대립격화

                                                    

                                                    처용의 모습 상세화

                                                    역신에 대한 분노절실

                                                    연극적 요소

                                                       +화자의 목소리가 처용, 역신, 제주에게 나타남

                                                        ->표현 방식이 극적이기 때문

 

 

>>전승과정에 초점을 두고 지도할 수 있음.

 

 

<원가>

-형식과 내용상의 특징

 

8구체만 남아있으나 10구체 향가임

원망의 내용보다는 체념적 가락과 담담한 음성으로 무정한 세상사를 바라보고 있음

->각박한 인정세태 탄식

 

참고)정과정과 텍스트 상호성

  -정과정은 향가계 여요로 임금에게 작가 자신의 결백과 자기를 다시 사랑해 줄 것을 말함

10구체 향가의 전통을 잇는 작품으로 과도기적 작품으로 본다.

 

<여수장우중문시>

-기,승:  '전'의 전제

  전:  상대를 조롱함 [반전]

  결:  위협

=>반전을 통한 조롱과 위협의 구조

 

참고) 주술요의 위협의 구조

 

<추야우중>

-전형적인 선경후정의 정서

 

 

37:12

동동 -농가월령가

 

 

 

 

<제가야산독서당>

  -구조에 중심두고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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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기출 답안(9/1)

04. 12월

(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다) 오매 단풍이 들것네

20.

시어: (나) 함축적 언어,유음과 비음의 사용 (다) 지시적 언어에 가까우며, 사투리 구사(오-매)

화자: (나)는 여성화자의 어조, (다)는 남성화자의 어조이다.

대상표현: (나)는 화자의 독백적 어조로 시적 화자의 내면 세계 표현, (다)는 외부 세계에대한 반응(교감) 표현

 

 

 

 

03.12월

(나)사소단장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 삶의 의미 만족하지 못한 상태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 : 미지의 세계에 존재함.

문열어라~: 시적화자의 앞은 문이 닫혀있는 상태이며, 문 넘어의 존재의 시원을 구현하려 함

꽃->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를 의미

 

 

10-2 꽃두고를 현대시로 보기 어렵다면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세 가지

  내용: 개인 서정보다 사회의식 강조.

             목적성, 관념성을 강조

  형식: 외형률

  언어구사: 관념적 언어  예 ) 평화 기운, 부귀 기상 등

 

 

10-3 시의 수용양상을 평가하기 위하여 ....두 학생에 대한 시 읽기 지도 방향을 제시하시오.

[1차적으로 작품 자체로만 읽게함, 외부적 지식 없이 스스로 읽도록 유도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작품이해의 단서를 제공.]

 

  영수) 누가 미리 알려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전 해설이 붙어있는 시집이 좋아요.

  순희) 사소가 이 시를 썼다는 걸 모르면 시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는거죠  ->시의 허구성 이해하지 못한 경우 ;  시적화자와 작자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

 

>>예상답안

   영수는 시의 감상 능력이 부족하여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교사는 시를 주체적으로 감상하고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한다.??

 

02.12

(가) 기항지

-겨울, 바다: 죽음의 심상 표현

  <->봄 : 소생의 이미지

 

 c.f)바다: 생명 탄생, 소생의 이미지   김남조 '겨울바다'

    

 - 시적 자아의 내면심리를 외적풍경을 통해서 묘사 <특징>

 

(나) 가난한 사랑노래

-가난이라는 사회적 소외 문제를 한 젊은이의 내면정서를 통해 표현<특징>

 

**근거를 들어 차이를 설명할 것

 

 

9-2

 창작교육을 하려 할 때, 교사가 지도해야 할 시 쓰기의 유의점과 이유 기술하라.

 

1. 감정이입을 통해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낸다.

 

  시적화자의 정서와 관련된 적합한 대상을 찾아야 한다.(객관적 상관물)

 이유: 시적대상의 정서와 관련이 깊어야 공감가능?

 

2. 시적 율동감을 확보

 율동감을 형성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이유: 시적언어는 일상언어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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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동막골

단풍노이(丹風露離)님의 [웰컴투 동막골] 에 관련된 글. 

  날씨마저 좋은 광복절날, 예정에 없던 영화 한편을 보게 되었다. 웰컴투 동막골.

정말 충동적으로 영화표 한 장을 사들고, 논픽션을 주장하며 정말 오랜만에 박수를 받아봤다는 광고 카피와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대체로 광고를 믿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말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 얼마나 잘 만들었나보자란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딴짓하다가 영화 시작시간을 놓치고 한 십분 쯤 늦게 들어가서야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초반 3분의 2는 정신없이 웃기다가, 마지막 3분의 1은 슬프다는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을 증명이나 하듯, 내 옆자리 남자는 꺅꺅 거리며 웃더니만 나중에는 훌쩍훌쩍 울고 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경쾌한 사람이 있을수가!

 

  영화의 내용과 결말은 충분히 상상한 그대로였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동막골은 아이들처럼 막살라는 이유로 붙여졌을 뿐 그것이 언제부터 누가 그렇게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다. 애초부터 그렇게 불려졌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인 것이다. 물론 이 공간은 누구도 들어오고 나갈 수 없는 폐쇄적 의미로서의 자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을 사람도 도시가 궁금해서 나가기도 하고, 외지 사람이 들어와 살기도 하는 개방적 공간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순수 그 자체로 만들어 버리는 신비한 힘이 작용한다.

 

  그 곳에 북쪽군인과 남쪽군인 그리고 연합군이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군대라는 곳을 벗어난 순간부터 개인으로 동막골에 동화되어 간다. 물론 그렇게 동화되기까지 과정은 한국분단의 오랜된 역사처럼 금방 치유될 수 있는 골은 아니다. 인민군과 한국군이라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양편으로 무기를 겨누며 대치하는 몇 일을, 감독은 확연한 대립구조로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이러한 이념의 골은 혹독한 낮 열기와 비바람, 그리고 결국엔 졸음이라는 자연 생리현상을 통해 꺽이고, 감독은 이 과정에서 그들의 행동을 희화화하고 동막골 주민들의 순수성이 돋보이는 것으로 장면을 처리했다.

 

  그리고는 이들이 단합하게 되는 최대의 계기. 그것은 마을 사람들의 생존까지 위협할 멧돼지의 처지로 설정한다. 이 거대한 멧돼지가 공격하는 장면을 느리게 처리함으로써 자칫 별 의미없이 지나갈 수 있을 장면을 상당히 의미있게 진행시켰고, 이는 결국 동막골을 생존의 위협인 전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외지인들이 단합해서 지켜내리라는 결말에 대한 일종의 복선을 부여한다.

 

  전통적 소재 역시 적절히 활용했는데, 스미스를 구하고 동막골을 전략 요충지를 활용하기 위해 파견된 군대를 공격한 나비가 바로 그 것이다. 나비는 예로부터 죽은 사람의 혼이 부활한 것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이는 윤흥길의 <장마>라는 소설에서 한국전쟁 당시 죽은 인민군인 삼촌의 현신으로 구렁이가 나타난다는 것과 유사한 설정이다. 나비는 민족의 혼을 상징하고, 이 혼이 모여 떼를 이루어 동막골을 지켜내기 위해 군대를 공격한다. 약한 날개이지만 부딪히고 깨져서 지켜내리라는 민족 정서가 보여지는데, 이 나비떼가 부대를 모두 죽이지 못한 것으로 나머지는 산자들의 몫이기도 한 것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이 영화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요인은 이런 것들이었다.

때묻지 않고 순수성으로 대변되는 동막골 주민들의 말과 행동.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터지는 웃음.  여기에 동막골 주민의 강원도 사투리와 인민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북쪽 지방의 사투리가 자아내는 언어의 묘미들. 중간중간 "머리에 꽃 꽂았습네다~"라는 말 한마디에 광년이로 판명된 강혜정이 언덕을 뛰어가다 넘어져 장면에서 사라져버리는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주는 것들.

 동막골 주민들 하나하나가 각기 개성을 지닌 인물들로 나오는데, 모두 보고 있으면 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소자, 어마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하던 어린 세자가 어느새 커서 강원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도 묘사해가는 아역 탤런트의 모습도 꽤 인상깊었던 것 같다. "성은 스, 이름은 미스래요~"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칭찬해 주고 싶었던 것은 까무러치게 웃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울음을 자아내지도 않는 진행방식이다. 전쟁의 참혹함과 자칫하면 심각해질 수 있는 장면들을 감독은 특유의 상상력과 영상으로 표현해냈다. 그것은 실로 그 순간 영화관 모두를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도록 관객을 사로잡았으며, 난 일순간 적막해진 순간에야 비로소 이 영화의 묘미를 깨달았다. 이때까지 훌쩍거리던 사람조차도 코를 들이쉬지 못하도록 숨 죽이며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 그건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게 만드는 장면이 백퍼센트 개뻥은 아니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별로 머리를 굴리지 않고도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기억되면서도,

뻔한 내용과 결말에도 가슴 찡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난 것 같았다.

웰컴투 동막골, 머리식힐 때 볼만한 영화인 것 같다.

 


덧글) 음악을 하사이시 조가 맡았다니, 감독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가보다. 역시, 애니매이션의 세계는 대. 단.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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