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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덥고 습한 여름날씨였다.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여름도 슬슬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하니 시간의 순리는 참 오묘하다. 저녁무렵에는 귀뚜라미가 물러가야 할 매미와 경쟁하는 듯도 싶다. 내게 매미는 경쟁적으로 높은 음으로 울어서인지 짜증이 날때가 많은 반면, 귀뚜라미는 있는 듯 없는 듯 낮은 소리로 다가온다. 다투는 듯 서로 목소리를 높힐때 세상은 아무소리도 들을 수 없고, 낮은 소리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에는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는 모양이다.나희덕 시인의 귀뚜라미를 읽은지도 거기 곡을 붙인 안치환의 귀뚜라미를 들은지 참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