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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3. 파병철회 운동을 위한 실천적 제안

발제 3. 파병철회 운동을 위한 실천적 제안



반전운동의 상황과 노동자계급의 상태


  전쟁은 몇몇 정신 나간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가지는 모순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치는 전쟁반대는 단순하게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외침과 같지 않다. 반전운동이 전쟁의 원인인 자본주의에 대한 철폐 투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반전운동과 자본주의 철폐 투쟁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반전운동의 전면에 나서거나,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지는 위치와 힘을 인정하는 세력이 반전운동을 주도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동자계급은 반전운동에 이렇다할 관심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현재 반전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민운동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이다. 그들에게 자본주의 철폐는 불가능하거나 먼 미래의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전운동은 자본주의를 철폐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인 저항을 진행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계속되는 정권과 자본의 공세 속에서 노동자계급은 힘겨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들은 노동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반전운동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의식적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사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더욱 큰 원인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이 무조건 반전운동에 결합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몽상일 뿐이다. 노동자계급에게 파병철회를 위해 거리로 나서자는 말은 현장에서의 생존권적 요구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반전운동과 현장투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선택은 현장투쟁이다. 아니 현장투쟁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그/녀들의 선택은 교섭을 통한 실리 획득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파병철회를 주장하자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기반한 반전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에게 전쟁과 자본주의가 가지는 연관에 대해 설명하고 왜 그/녀들이 반전운동에 나서는지를 알리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결합이 없는 상황에서 반전운동을 계급적인 시각으로 조직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진행하는 투쟁에 직접 결합하면서 반전운동을 선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반전운동은 거리에서의 촛불시위로 한정되고 있을 뿐, 현장으로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선동을 통해 현장투쟁과 반전운동이 결합될 때 비로소 노동자계급은 반전운동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 그리고 평화주의와 민족주의로 경도되고 있는 반전운동이 진정한 의미의 자본주의 철폐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파병철회를 외치려는 이들에게 노동자계급에 대한 직접적인 선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당면한 임무는 학생들에게 전쟁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당연하게 대학에서 반전을 외치는 일은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이 자본주의적 사회구조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과 함께 자본주의를 끝내는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 전쟁은 자본주의가 끝나지 않는 이상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것, 노동자계급만이 자본주의가 끝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학교 안에서, 그리고 집회 장소에서 꾸준하게 알려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노동자계급이 어떤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지를 알리고, 이 투쟁들을 반전운동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진행하는 투쟁은 반전운동과 다른 맥락이 아니며,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반전시위에 단순한 시민으로 참여한 이들에게 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투쟁을 알리고 이 투쟁들에 관심을 갖고 연대할 것을 호소하고, 그러한 연대가 반전운동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택시, 보건, 궤도연대 등 굵직한 투쟁들이 마무리되었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산별노조이거나 산별의 형식을 취한 세 사업장 모두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투쟁을 정리하였다. 노동조합이라는 신분마저 보장을 받지 못한 채, 공안탄압을 받고 있는 건설노조는 간부들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쟁을 진행 중이다. 작년 3월 이후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금속 대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아직까지도 회사로부터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정부는 고용허가제 실시를 강행하려 하며, 대대적인 단속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 이 투쟁들에 결합하는 속에서 전쟁의 계급적 성격을 명확하게 폭로하고, 반전운동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선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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