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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머리와 입으로는 약자를 짓밟은 '거물들의 횡포'와 '구조적 문제'에 대해 분개하면서도
당장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소소한 일들에 대해
내 행동의 키를 어떻게 잡아야 좋을지 모를 때가 있다.
그저 순수하게 옳다고 생각한 대로 움직이기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따지고 있어서
때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참으로 얄팍하고 알량하고 역겹다.
.
내가 부끄럽다. 그러나 그렇게 순간적으로 행동의 키를 돌렸던 건,
그것이 나의 무의식에서 나온,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일 게다.
.
마음속에서 '불쌍한 인간아, 그게 너야, 그게 너야' 하는 소리가 자꾸만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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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끄럽다고 자괴감에 빠지진 말아야겠지. 그냥, 이렇게 답해야겠지.
'나도 알아. 그것도 나야, 그것도 나야.'
댓글 목록
당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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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괴감에 빠지진 말아요.부가 정보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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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경우도 있어요!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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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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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보면. 왠지 인간에 대해 용서가 되더라인간은 원래 그런겨. 괜찮아 괜찮아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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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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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양이/ 응.. 그럴게요. 지금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몸이 흠칫;송아지/ 너무 오래간만에 보는 닉네임입니다(좋아요 ㅠ_ㅠ). 시도 감사해요. 반대의 경우라도 옹졸하게 설렁탕집 주인에게 타박하는 그런 인간과 나는 하나도 다를 게 없어요. 이 시를 읽으며 '난 원래 찌질하니까' 하고 위안을 삼기보다는, 먼지보다 적은 나를 알고 또 알고, 그 아는 것이 몸에 배게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륜/ 고마워.. 너의 성경 읽는 속도와 이해력은 무셔. ㅋ 나도 성경 좀 읽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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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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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응, 루냐는 정말 열심한 사람이라니까, 왠지 반성하게 돼.그리고, 언제 한번 집에서 재워주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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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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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i/ 열심이면 좋겠습니다. 그냥 부끄러운 감정이에요. 재워줄게요. 와요, 와요. :D 일단 M과 얘기해볼게.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