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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데이트

 

 

나는 며칠 전 H 공장 사람들과 북경 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 여행이라 <조양 서커스> 관람.이라는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었다.

 

사자춤을 추고, 자전거를 타고, 줄을 타고,

몸을 던지고, 접시를 돌리고, 공을 받는다.

중국의 제일 가난한 동네(귀주)에서 왔다는 그 서커스 유람단은 십대 초반의 아이들.이다

고생했을 그들을 생각하면 서커스는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려운 공연이지만,

그래도

내가 그 어릿광대들에게 해줄 것은 '박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4/4박자 박수를 치면서 한편으로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

 



 

루냐 열두 살 되던 가을,

엄마와 아빠가 루냐 기억 처음으로 단둘히 '데이트' 가신 날.

나는 엄마 마중을 갔다(아빠는 어딜 가셨던 걸까). 

늦은 밤, 집으로 가는 언덕 길. 데이트를 마친 엄마와 함께 손잡고 걷는다.

 

데.이.트.

그 나이에도 나는 그 말이 참 아름다운 단어라고 생각해서

데이트로 중국 서커스단의 공연을 보고 돌아온 엄마에게

"엄마 데이트 어땠어?"라고 물었다.

"아휴~ 난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피곤해 피곤해, 재미도 없고..."

뭔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엄마의 대답에 풀이 죽었다.

단지 쑥스럽다거나 아이들에게 자세히 해 줄 말이 없었기 때문이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삼십년 가까이 흘러갔고, 부모님은 함께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았지만

두 분이 살갑게 지내는 걸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엄마 아빠라는 두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을까_

그것은 아직도 미스테리다.


 

 

+) 사진은 K 차장님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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