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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눈 2]



자전거로 생활을 디자인하라

 

강연·마사히로 호리우치 / 정리·민균

 

지난 3월 17일 서울 혜화동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일본 타마예술대학 마사히로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이번 강연은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윤호섭 교수의 초청으로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생활속의 자전거’라는 주제로 열렸다. 마사히로 교수는 일본 동경의 자전거도로를 설계한 디자이너이자 자전거운동가이다. 그는 2007년 동경자전거그린맵으로 디자인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대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친환경적인 디자인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한다. 강연 다음날에는 마사히로 교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서울 도심을 달려보는 행사도 있었다.

 

기후 변화 시대를 사는 법
동경 사람들은 주말에 후지산까지 드라이브하는 것을 가장 좋은 여행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자동차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35킬로그램을 배출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물질입니다. 몇 해 전 미국 뉴올리언스 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 카트리나는 이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태풍으로 7미터 높이 파도가 일고, 초속 80미터 강풍이 불었다고 합니다. 동경은 겨우 3.5미터 높이 파도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아마 카트리나가 동경을 지나갔더라면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한국은 괜찮을까요?
이렇게 기후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면 앞으로 농업생산량은 크게 줄어들것입니다. 영구동토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저지대가 수몰되겠지요. 또 열파가 발생하여 노약자 건강에 심각한 해를 줄 수도 있고, 열대지방 풍토병이 일본까지 상륙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동경 사람들은 주말이면 차를 끌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대신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곳을 돌아다닌다면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고, 게다가 큰 도로를 달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를 위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동경자전거그린맵’의 주요 내용입니다.

 

지도 속에 숨은 초록길을 찾다
자동차를 위한 보통 지도를 보면 고속도로와 고가도로, 주유소같이 자전거를 타는 데는 필요 없는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안하는 지도에서는 고속도로와 주유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아늑한 쉼터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눈에 띄게 표시했습니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은 빨간색,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들를 수 있는 곳은 초록색의 ‘그린맵아이콘’으로 표시했습니다. 미술관, 공원, 광장에서 동경타워가 잘 보이는 곳,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 풍경이 아름다운 곳, 역사적인 장소, 중요한 건축물, 걸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곳까지. 동경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주말이면 자동차를 타고 밖으로만 나가려고 합니다. 이 지도를 보면, 동경 시내에 자동차로는 갈 수 없고 자전거로만 갈 수 있는 곳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보통의 지도에 나오지 않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아서 직접 찾아다니지 않으면 찾기 힘든 곳이 있습니다. 그런 장소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서 ‘그린맵’에 알리는 것이 우리 목적입니다. ‘그린맵’은 어린아이부터 대학생, 지역주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서로 다른 주제로 지도를 만듭니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모임별로 주제가 정해지면 회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현장조사를 합니다.
정보를 수집한 뒤에 조사에 함께 참여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그 장소에 맞는 아이콘과 정보를 정리해 그 곳을 효과 있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합니다. 24시간 편의점을 그린맵에 넣을지를 두고 자주 토론하게 되는데, 어떤 모임에서는 인정하기도 하고 다른 모임에서는 반대하기도 합니다. ‘그린맵’을 만들 때, 그 정도의 자유로움은 존재합니다. 또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지도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누리방에 로그인한 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선택하면, 자신이 직접 이 지도에 정보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그린맵’ 가운데 일본 환경청 지원을 받아서 인쇄물로 제작된 것도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는 것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결론으로 ‘기분이 좋다’, ‘즐겁다’, ‘맛있다’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각한다면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마다 있는 작은 휴식 공간과 전통문화는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치와 의미를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함께 나눌 수 있게 알려야 합니다.

 

도시를 바꿔야 지구가 산다
1900년대 도시에 사는 사람은 단지 0.2퍼센트였지만 2000년에는 35퍼센트,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 가운데 75퍼센트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세계 각 도시 인구밀도와 1인당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한 연구보고서를 확인해보면,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1인당 화석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도시를 바꿔야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다. 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대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방법들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4R로 정리해봅니다.


Reduce
양을 줄이다

Recycle
재활용하다  

Reuse
그대로
다시 쓰다

Refuse 
필요 없다고 말하다

 

 

그 가운데 ‘Refuse’는 인기가 없습니다. 돈을 못 벌기 때문이죠.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Recycle’은 사실 재활용하는 과정에 또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대로 다시 쓰는 것이 더 낫고, 아예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비닐봉지가 필요 없다고 말하세요. 자동차가 필요 없다고 말하세요.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말하세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도 환경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쓴 물건들을 모아 집을 지을 때 다시 사용할 수도 있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냉난방을 할 수 있게 집을 디자인할 수도 있습니다. 여름날 바람이 잘 불어오는 방향으로 창문을 내고, 담벼락에 담쟁이덩굴을 심어 여름에는 햇볕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집안의 온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옥상이나 창가에 식물을 심어두면 여름에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져 한층 더 시원한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이런 예술과 디자인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사히로 교수는 자동차로는 갈 수 없고, 자전거로만 갈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아이콘을 만들어 표시하고, 지도 속에 숨은 초록길을 찾아내는 일을 했다.

 


강의를 마치고 함께 마시히로 교수와 윤호섭 교수님을 비롯해 참가들은 서울 시내 몇 곳을 자전거로 방문했다. 자전거로 도시의 변화를 만들어 살아가는데 가치와 의미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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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2:05 2009/03/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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