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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분류
    The FocuS
  • 등록일
    2012/09/28 12:11
  • 수정일
    2012/09/28 12:15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사진출처 : 현자비정규직지회 게시판


9월19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울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지회가 추석 전 불법파견특별교섭의 재개를 앞두고 잔업거부 투쟁에 나섰다.  

지난 8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비정규직지회의 독자파업과 정규직노조의 단체협상에서 사측의 신규채용안 제시,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에 대한 납치 폭행과 이에 분노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장진입 투쟁, 정규직노조 집행부와 비정규직지회의 간담회, 긴급하게 열린 대의원 대회의 파행과 수백 명이 달려온 <연대의 날> 행사가 불과 몇 주일 사이에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러나 8월24일 <연대의 날> 이후 정규직노조에서 사측의 제시안을 단체교섭이 아니라 비정규직지회가 포함된 특별 교섭에서 다루기로 결정하고, 지회 내부에서 새로운 방침이 나오며 <포위의 날>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9월3일 정규직노조의 임금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은 일단 급박한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불붙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현대자동차 자본은 8월 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임금협상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운영과 관련하여 조사 공동 대응 필요성을 공감하고, 종업원의 고용안정은 물론 사내협력업체 관련 법원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는 취지하에 올해부터 2015년까지 사내하청노동자 일부를 단계적으로 신규 채용한다는 안을 던졌다.

본래 이 사안은 불법파견특별교섭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었다. 올해 5월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는 “①사내하청에 노동하는 모든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②비정규직 투쟁으로 발생된 사내하청 비정규직에 대한 수배·고소고발·징계·해고·손배·가압류 등 즉각 철회 ③지금까지 자행한 불법과 탄압에 대해 비정규직노동자와 대국민 공개사과 ④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노사합의 ⑤현재 진행 중인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무급휴가, 계약해지) 즉각 중단 ⑥비정규직3지회에 대해 근로기준법 준수 및 노조활동 보장” 등 6대 요구를 정하고 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 3지회 간부들이 참여하는 교섭단을 구성하여 사측에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불법파견특별교섭은 5월에서 8월까지 총 여덟 차례 진행됐으나 거의 진척이 없었다. 오히려 사측은 불법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하청 노동자 1500명을 일방적으로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교섭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사측이 불법파견특별교섭을 무시하고 정규직과 임금협상 자리에서 이 안을 제시한 것은 이런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측이 올해 정규직노조와의 협상테이블에서 “통 큰 제안”이라고 제시한 3천명 단계적 신규채용안은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채용기준”에 따라 사내하청노동자들 일부를 정규직 신규채용으로 뽑겠다는 안이다. 사측 자료에 의하면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6천 명 정도 있는데, 그 중 3천 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나머지 인원은 공정재배치로 불법적 요소를 해소하여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불법파견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즉, 3천 명 정규직화와 함께 나머지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직영채용 시 개인적 신분에 관한 사항으로 차별 및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라는 애매한 문구가 있긴 하지만 그동안 투쟁해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아무 보장이 없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노동자 198명을 신규채용 형식으로 정규직화 시켰는데 이들 중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2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러한 사안을 자본과 정규직노조의 협상테이블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의 교섭권을 박탈한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지회는 임협 국면에서 정규직노조의 파업 앞뒤로 자기 동력으로 독자파업을 시도했다. 현대자본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을 무력화시키려 시도했고 조합원들을 납치 폭행하는 등 강경탄압에 나섰다. 그러나 SJM 사태 등으로 용역폭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현대자동차 자본은 뒤늦게 사과했다.

사측의 이런 행보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의지를 더욱 자극했다. 8월20~21일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포위의 날에 공장 주변을 둘렀던 만장을 들고 1공장 내로 진입했다. 사측에서는 죽창을 든 폭력투쟁으로 매도했지만 오히려 이 투쟁은 사회적으로 더 크게 이슈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용문 집행부는 8월21일 비정규직지회와 간담회를 긴급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사측 안을 받도록 일방적으로 종용하는 자리였다. 문용문 지부장은 사측이 정규직화에 대해 이렇게 전향적인 안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고 “투쟁의 성과”라고 강변하며 비정규직지회가 이 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이 때문에 듣다 못한 박현제 울산 비정규직지회장이 “지부가 회사의 안에 대해 적극 조합원을 설득하고 있는 참 안 좋은 모습”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비정규직지회는 강하게 반발하며 사측과 정규직노조의 협상테이블에서 이 사안을 다루지 말고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통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문용문 집행부는 난색을 표하다가 결국 8월24일 대의원 대회를 열어 교섭 분리를 대의원 대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24일 지회 투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긴급하게 <연대의 날>이 잡힌 것이다. 


<연대의 날>과 파행으로 끝난 대의원 대회


촉박하게 잡힌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대의 날>에는 전국에서 200여 명이 달려와 울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하고 밤새 공장 앞을 지켰다. 그 사이 공장 안에서는 정규직노조의 대의원 대회가 열렸다.

표면적으로 문용문 집행부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를 받아 불법파견 관련 사안을 사측과 정규직노조의 교섭에서 분리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대의원 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와 문용문 집행부의 의도는 완전히 달랐다.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은 교섭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고, 문용문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이 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안건 상정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어용 대의원들과 민주파 현장조직인 민투위 소속 대의원들은 문용문 지회장의 회의 진행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는 중단되고 무기한 보류되었다.

대의원 대회가 끝난 이후, 8월28일 결국 불법파견 관련 교섭을 정규직 본교섭과 분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마도 비정규직지회의 거부로 정규직노조와 사측의 교섭만으로 이 안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정규직 합의부터 빠르게 하는 것이 낫다는 사측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교섭을 분리해 달라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에 대해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한 문용문 지부장의 발언이 핑계에 불과하며 사측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정규직노조에 있어 비정규직문제는 사측의 의사가 중요할 뿐 자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정규직노조는 바로 다음 날 비정규직 문제를 뺀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이 안은 9월3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가결되었다.

비정규직지회 투쟁을 둘러싼 울산공장의 상황은 대공장 정규직 운동질서의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문용문 집행부는 이경훈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투쟁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협상력을 확보하는 브로커의 역할에 충실했다.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에 대해 사측이 직고용된 계약직노동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여 파업 파괴 행위에 나섰을 때도 문용문 집행부는 이를 수수방관했을 뿐이었다. 

8월24일 대의원대회에서 퇴장한 민투위나 어용세력들 역시 문용문 집행부에 흠집을 내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취한 액션에 불과했다. 정규직 현장조직들 간의 세력다툼일 뿐, 그들이 무슨 비정규직의 이해를 생각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정규직지회의 파업투쟁에 직접 결합해 함께 투쟁한 정규직 활동가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고, 이 마저 개별적인 결합이었을 뿐, 조직적으로 결합한 정규직 현장조직은 없었다는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요구안 후퇴로 인한 혼란과 <포위의 날> 폐기


대의원 대회가 파행으로 무산되고 나서 8월26일 열린 비정규직지회 확대간부회의는 “①사측의 신규채용 제시안을 폐기하고 특별교섭을 진행한다, ②투쟁하는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쟁취한다.”는 두 가지 투쟁방침을 결정했다.

비정규직지회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떨어지는 투쟁동력을 유지하고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누르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지만 이것이 기존의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안에 비해 후퇴한 요구라는 건 분명하다. 아직 투쟁이 어떻게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투쟁요구의 변화는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고립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연대단위들은 무력하고 당장 흩어지는 조합원들을 묶어세워야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지회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의 항변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요구는 암묵적으로 부분적·단계적 정규직화라는 사측 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전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아니라 불법파견의 대상이 된 현대자동차 1차 하청 노동자들, 더욱 좁게는 현재 투쟁하는 몇 백 명의 신분상승을 위한 투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정규직 운동질서의 지지 연대를 거의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투쟁의 엄호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투쟁이 공장 내부의 비정규직노동자로 확대되거나 사회적 연대가 확대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투쟁하는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 우선 쟁취”라는 요구는 그렇게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될 우려가 크다. 

비정규직투쟁은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를 능가하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비정규직투쟁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정당성과 주체의 원칙적인 투쟁일 것이다. 이는 이 투쟁이 비정규직 전체의 이해를 대표한 투쟁이라는 인식에서 나온다. 촉박하게 일정이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8월24일 투쟁에 전국에서 수백 명이 연대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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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회의 결정은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지회의 후퇴한 안이 나오면서 이 투쟁에 연대하는 활동가들 중에는 실망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연대의 날 문화제가 끝난 직후, 근처에서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로 연대단위들이 9월1일 2차 <포위의 날>을 잡았지만, 교섭 분리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비정규직 확대간부회의가 새로운 투쟁지침을 내리면서 <포위의 날> 행사는 폐기되고 말았다. 비정규직지회는 계속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정규직지회의 의지가 불확실한 상항에서 공동기획단에 참가한 연대단위들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투쟁하는 조합원들에게 우선 권리를 달라는 요구는 노조 투쟁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고 때로는 필요한 요구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 같은 소수노조의 경우에 투쟁 역관계가 바뀌면 이것은 오히려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내부가 선명히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올해 투쟁 전까지 울산공장에서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은 900여 명 정도였다. 이 투쟁에 참여한 조합원은 최대 800여 명까지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까지 투쟁하던 조합원은 300여 명이었다. 이들은 해복투를 포함해서 노조 건설 초창기 때부터 함께한 조합원과 재작년 새로 가입하여 공장점거투쟁을 수행한 핵심동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수천 명의 비조합원과 투쟁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조합원들이 많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하는 조합원의 정규직 우선 전환” 요구는 자칫 향후 상황에 따라 지지 세력이 될 수 있는 다수의 비정규직노동자들과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너무 일찍 갈라치기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원칙을 가지고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9월3일 현대자동차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다. 정규직화 문제는 불법파견특별교섭을 통해 교섭하게 됐지만 이 구조 역시 과거의 원하청교섭구조와 다르지 않다. 교섭권 박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현대차자본과 금속노조, 정규직노조, 3지회로 구성된 과거 원하청 교섭구조와 동일한 교섭구조다. 이미 사측 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인 금속노조와 정규직노조의 압박을 어떻게 대처할지 문제가 남아 있다.

후퇴안 문제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확대간부회의 직후에 비정규직지회의 교육자료는 “노동자의 원칙에 충실한 요구”이며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박현제 비정규직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쩔 수 없이 후퇴한 것이 맞고 기존의 6대 요구안을 가지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8일 울산·아산·전주 3지회 대의원 대회에서도 3지회 공동 요구안은 기존의 6대 요구임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울산공장에서는 여전히 투쟁하는 조합원의 우선 정규직화 기조로 계속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징계하고 이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최근 징계에 앞서 조합원들로부터 소명서를 받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징계를 통한 불이익으로 조합원들을 묶어놓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조합원들이 사측이 정규직화의 물고를 텄고 불파교섭 진행으로 지회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는 상황이 유효할 때 소명작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처럼 소명서를 쓰고 투쟁 참여가 늘어났다 해도 정작 지회가 탄압받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그런 동력이 유지될 지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중핵이 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정규직화라는 희망을 주는 것보다 투쟁의 목표와 방향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조합원들의 정서는 원칙적인 투쟁을 주문하는 연대세력에 대한 불만과 신규채용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결국 “투쟁하는 조합원의 우선 정규직화”와 징계 조치는 이런 핵심 조합원들의 불만과 불안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연서명으로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요구를 철회하자는 입장을 냈지만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동조합 지침에 혼선을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식을 극복하고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투쟁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 198명 신규채용과 한시하청의 계약직 전환 때 그랬듯이 사측이 이미 채용시킨 198명을 포함하여 1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즉, 교섭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사내하청노동자들 중 800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지회 유인물에 따르면 사측은 이미 시월 초에 400명은 신규 채용할 것이라는 말을 퍼트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회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며 사측이 던지는 안에 호응해 투쟁하는 조합원들의 우선 신규채용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문용문 집행부의 향후 행보도 문제다. 이미 문용문 집행부는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여러 차례 1사1조직 전환 계획을 천명하여 투쟁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혼선을 주었다. 추석 이후에 정규직노조는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이후 불법파견교섭이 진행되는 과정, 혹은 투쟁 과정에서 정규직노조가 기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직가입 캠페인을 벌이며 자기 조합원에 대해 우선 정규직화를 시키겠다고 선동한다면 비조합원이든,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이든, 여기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비정규직지회의 상황으로 볼 때 조합원들의 이탈을 막을 대책이 없다. 물론 상당히 극악한 가정이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사측의 “쓰레기 안”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함께 1사1조직에 대해서도 지회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골간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혼란을 딛고 다시 투쟁으로


사측은 9월27일부터 불법파견특별교섭을 재개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교섭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사측은 정규직 임협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탄압을 개시했다. 9월6일, 8월20일 투쟁에 대해 업무방해라는 미명으로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과 조합원 33명을 대상으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울산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업체폐업과 공정재배치를 강행하며 조합원 70여 명을 고소고발하고 해고자의 공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관리자들을 통해 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회유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측은 탄압으로 지회를 압박하며 불법파견교섭에서 신규채용 안을 받으라고 강하게 압박할 것이 뻔하다. 혹시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 전제조건은 신규채용을 인정하고 진행 중은 불법파건 소송을 철회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지회의 방침과 무관하게 앞으로의 투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지회의 투쟁은 이번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정부와 회사 뿐 아니라 정규직노조와 금속노조 전부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기아하청노조처럼 굴복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아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지회는 신규채용안은 결코 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불법파견특별교섭을 앞두고 울산지회는 신규채용안에 대한 논의로 교섭의제를 한정시키려는 사측에 대해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필두로 한 6대 요구를 논의할 것을 촉구하는 잔업거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 투쟁은 마땅히 지지받아야 하며, 결국 이런 입장은 “투쟁하는 조합원의 우선 정규직화” 요구와 상충될 수밖에 없다.

기아에 비해 현대자동차의 강점은 전국적인 이슈를 이미 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후퇴 안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비정규직지회가 원칙에 입각한 투쟁을 벌이는 것뿐이다. 분열과 혼란을 일으키는 것보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자기 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대 단위들 역시 누구의 편에 서야하는가 명확히 해야 한다. 거대 권력인 현대자동차노조와 척을 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단위들도 있었을 것이다. 문용문 집행부가 지난 1차 <포위의 날> 때처럼 <원하청연대마당>으로 변질시켜 사측 안을 정당화할 우려도 있었고, 밖에서 안을 흔들지 마라고 경고했다는 말도 들린다. <포위의 날>이 폐기된 것은 울산 지회의 요구안 후퇴 뿐 아니라 이런 연대단위들의 이중적 태도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비정규직지회는 자신의 정당성을 가지고 정규직운동질서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외부의 연대단위들에게도 당당히 요구해야 할 것이며, 연대단위들도 이러한 투쟁에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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