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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마리의 붕어와 한 마리의 잉어

난 지독한 경험주의자거나

자폐적인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

내 가슴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게을러터져서 경험은 일천하고

한 번 꽂히면 내내 허우적 거리는

새가슴이다.

 

고백하건데,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잡혀가지 않는 한,

그 많았던 연대집회를 온갖 일거리와 이유를 달아 슬슬 피해왔으며,

활동가라면 응당 슬퍼하거나 절절하게 싸워야할 순간에도

참 낯선 표정으로 서성이곤 했다.

 

또 고백하건데,

몇달 여행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던 마석에서 

어느 날 비두씨랑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주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고,

우리집 근처에 사말이 살지 않았다면

같이 라면끓여먹고 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농성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인간들이 앞에서 싸우는 바람에 얼렁덜렁 따라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방금 전

목욕탕 욕조에서 뻐끔거리고 있는

일곱마리의 붕어와 한마리의 잉어를 보고

이제 나도 눈 달린 생물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예전에도

시골 큰 집에서 우리 집으로 이주해서

때때로 내 방 앞에 와서 나를 기다리던

무지하게 똑똑했던 오골계 녀석 때문에

잠시 치킨과 백숙을 멀리했던 시절이 있기도 했지만,

 

오늘 오빠가 낚시터에서 잡아온

일곱마리의 붕어와 한마리의 잉어가

왜 이리 가슴에 박히는지.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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