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 쑥떡꿍.

[잡생각]

덧) 쓰고 나니, 프레시안 정희준의 어퍼컷에 글이 하나 왔길래 걸어둔다. '올림픽의 저주' 과연 평창은 피해갈까? 나는 백프로 피해가지 못할 거라 본다. 이 글을 보고, 한 마디 더 추가하자면, 용산과 두리반과 명동과 포이동과 등등은 평창의 미래다.

 

간만에 믿거나 말거나 잡설 하나 올린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자찬하고 울고 환호하고 얼싸안고 청성떨고 경제적 효과나 계산해대는 매체들을 보니깐, 반응들이 너무 구리다. 혹시나 동계 스포츠와 올림픽 팬이라면 이런 표현에 상처를 받지 마시기 바란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니깐. 개인적으로 축구는 좋아하는데, 아--! 월드컵때 핀잔을 주던 이들이 이렇게 봤겠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그래도 이건 뭐, 5공시절 바덴바덴도 아니고. 사실 더반에서 발표 풍경은 바덴바덴보단 스펙타클이 많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흑백으로본 전설의 고향이 칼라판보다 훨씬 무서운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누군가에는 더반이 바덴바덴으로 기억되기는 할 것 같다. 평창이 안 될 줄 알았다. 되고나서 소감은, 이번에는 매수를 좀 잘 했나보군! 믿거나 말거나.

사실 더 구린 건, 다른 경쟁지들이 평창시민이나 한국인들만큼 대회 유치를 간절히 원하지는 않았다는 식의 얘기다. 당연한데, 그네들은 메가이벤트가 지역에 단물을 내려준다고만 생각치는 않을 것이다. 특히 부채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먼저 경기장과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벌써 인천시가 재정적자 타령을 하고 있지 않은가? 또 누구는 천성산 도뇽룡 때문에 단식을 하는데, 4대강 처럼 파헤쳐야 되는 강원도 산골은 문제삼지도 않는다. 올림픽 유치하더라도 이런 문제제기 정도는 미리 해야 하는거 아닌가? 구려도 너무 구리다.

개인적으로 유치위원회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몇 가지 풀면, 개막식이 벌어지는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는 6만명이 들어 가야하는데, 사실 부지가 6만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산을 엄청나게 깍아야 하고, 그래도 될까 말까? 아마도 우겨 넣으면 들어가리라! 그런데도 우리는 할 수 있다, 하겠다고, 이런 식의 막무가내 공空약을 뱉어낸 게 한 두가지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정부는 친환경적이라고 홍보를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제기하는 환경문제가 왜 매체에는 등장하지도 않는가?그러니까 역시 5공식 군사 토목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정확히는 군산민경 성장연합 복합체의 담합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경기장과 숙소, 교통 시설만 언론에서 언급되는데, 부대 시설도 문제다. 예를 들어,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웬만한 종합병원급 병원이 4개 이상 들어서야 한다. 알다시피 평창에 새로 짓던지해야 한다. 이렇게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합리적으로는 할 수 없는 메가이벤트일 것이다. 이미지 효과, 뭐 그런건 언급하지 마시길. 누가 가져갈지도 모르는 겨우 몇 해에 걸쳐 조 원-몇 십 조원(한국의 웬만한 대기업 1년 매출액에 불과하다) 이득보자고 세금을 그렇게 들여야 되겠는가? 남아공에서 월드컵했다고 남아공의 이미지가 좋아지던가? 영화 <제9구역>의 원조 이미지(이미지가 아니라 현실)가 어디 가는가? 게다가, 한일 월드컵 이후에 전국에 있는 경기장들 관리 비용 때문에, 모두 적자인 걸 감안한다면, 이건 물 먹는 하마다(까지는 아니고 해마 정도는 되겠다).

중요한 일화는 또 있다. 작년에 폭설이 내릴 때, 그 시점에 구제역이 전국에 돌았는데, 하필 그때 올림픽 실사단이 왔다고 한다. 공항에는 폭설에 대비하여 제트엔진으로 눈을 녹이는 장비가 있는데, 군부대에서 이걸 동원해서 실사단이 가는 곳의 도로만 녹였다고도 하고. 문제는 구제역 농가들이 이동제한을 해야하는데도, 환영행사를 치루느라 동원된 인파과 차량들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런데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불익이 당할까봐(아니면 동티날까봐서) 뻥긋도 못하고, 매체에서도 일절 다루지도 않고. 허긴, 매체는 김연아의 스핀만 내보내고 있으니....

좀 차분하게 따지면, 강원도와 평창이 올림픽에 올인한 건, 지자체들이 가지고 있는 조건, 즉 관광산업(축체 등)과 이벤트(엑스포나 스포츠 이벤트, 컨벤션 이벤트 등)를 통해서 고용을 창출하고자 치적을 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다. 뭐, 이런걸 기업가형 지방자치정부라고도 하지만, 재정과 산업 기반이 약한 지자체들이 개발주의 정책으로 목을 멜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비축제에서 여수엑스포까지, 보금자리주택에서 판교신도시까지,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영남권신공항에서부터 세종시까지, 지방산업단지에서부터 국가산업단지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례를 수없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구성원이나 국민들이 좀더 민주적인 통제를 위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는 셈이다. 여하튼, 인천과 4대강은 평창의 미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평창 올림픽 준비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아! 빠진게 있는데, MB님께서 재벌 회장들 모아놓고 -- 왜냐면 보통 각종 체육회의 수장이 회장님들이라서 -- 갈라지는 목소리로 쪼인트성 독촉을 하면서 회장님들한테 감동을 줬다는 뒷얘기도 있다. 3번 떨어지면 쪽발린 줄 알라고! 자기는 세울 올림픽 유치해봤다나 뭐라라. 믿거나 말거나.

 

덧)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올림픽 중계를 보지 않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도 열심히 보는 축이니, 특히 헨드볼이나 배드민터 경기에서 선수들이 슛과 스매싱을 위해 비상할 때, 그걸 좋아한다. 예전에 평론가 정윤수가 중력을 극복하려는 신체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뭐, 그런 거다. 그러고 보니 여하튼 몸으로 직접 하지는 않으니까, 스포츠를 보는 시각적 쾌락의 노예인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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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7 14:57 2011/07/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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