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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결혼식의 압박 -_-;;;;;

0.

그냥 뭔가 사는게 무기력하고 공허하던 날이었다.

짙은 안개가 온 세상을 무겁게 짓누르고 그 속에서 차분해진 기분과 함께...

예년보단 든것도 없이 비싸기만 한 허무함만 가득한 초콜릿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문득 줄어들었다는걸 느꼈다. 다행이었다. ㅋ

 

1.

TV에선 가난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가 들려온다. 어인 일인지 마음이 쿵~했다. ^^;;;;

지하철 5호선에서 처음 만난 그 연인은 하객도 드레스도 없이 지하철 5호선에 올라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약속하였다. 이 순간에 딱 두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그래도 결혼은 하지말지... 였다 ㅋㅋㅋ 정말 날이 갈수록 결혼은 영~ 아닌것 같다.

또 하나는! 그래도!!!!!! 나도 가난한 연인이 되고싶다... 였다. ㅋㅋㅋ ^^;;;;;

결혼제도에 대해선 뭐 길게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난 가난한 연인이 좋다. 물론 찢어지게 미치도록 가난한 것은 서로를 지치게 할수도 있지만..

둘 사이에 사랑과 믿음이 아닌 무언가 물질적인 조건들이 끼어드는 것은 정말 싫다.

따뜻한 봄날엔 마냥 손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으면 되고...

더운 여름엔 조금 사치하여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나무그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아침일찍 일어나 조조영화를 보고 그 뿌듯함을 마음 가득 안고 또 열심히 걷고.

겨울엔 조금 더 사치해서 오뎅국물에 호떡 하나씩 물어뜯고....

 

앗! 물론 내가 어떤 경제적 빈곤의 절대적 조건을 낭만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더더욱 연극을 했던 당사자들을 비난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냥 나에게 사랑. 그리고 연애는 그렇다는거다. 나에게 돈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돈이 있어서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거다.

 

지하철 결혼식은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우와~ 정말 사랑과 믿음만 가졌구나..'

그래서 사실 생기가 돌았었다. 내 자신에게 뭔가 희망이 생겼었다.^^;;;

이제 좀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즐거운 연애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났었다. 으아아아악~~~~ 그랬었다. -_-;;;;;;

 

그런데.... 그.... 지하철 결혼식이 진짜가 아니었단다. 나에겐 정말 절망적이었다,

그냥 나의 희망과 꿈이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말을 잃었다.ㅋ

그리고.. 나를 비롯해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순수한 사랑을 항상 무지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왜 자신들이 하지는 못하는걸까? (나는 왜 못하지? -_-;;)아~ 슬프다.

 

나에게.... 가난한 연인을 돌려줘라!!!!!!

 

2.

진짜!!! 진~짜 술이 마시고 싶었다. 요즘 집에서 혼자서 술을 하도 많이 마셔대서 눈치가

좀 보이길래 약속을 잡았다. 늦은 밤 반가운 사람을 만나 열심히 마시고 놀았다.

약간 알딸딸하니 취기가 올라 그 사람과 함께 새벽거리를 열심히 거닐었다.

차지않은 밤공기, 조용한 밤거리, 가로등이 그려내는 불빛그림을 감상하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느무느무 좋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에 자꾸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용서할 수 없던 모든 일들이

눈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번!!! 울고 밤하늘에 날려버렸다.

 

3.

슬슬 동굴에서 기어나가고 있는 내 모습들이다.

무언가에 다시 감동하고 어린아이마냥 설레고 다시 웃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시작되고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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