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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과 박찬호 그리고 이승엽

 

메이저리거 최희섭이 고향팀 기아로 돌아왔다. 돌아온다고 할 때부터 맘에 안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희섭이 와서 기아가 잘 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_-;;;;

그래서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 트집을 잡고 난리였다. 표정이 건방지다부터 시작해서

15억 받고 와서 저것밖에 못하냐 등등. (내가 생각해도 참 치사했다. 쩝..)

 

그러다 불을 질렀던 일이 있다. 작년 WBC때의 일화를 알게 된 것이다.

WBC기간동안 최희섭은 엄청난 슬럼프 기간이었다고 한다. 당근 잘 못했고....

선배였던 이승엽이 최희섭에게 조언을 했단다.

이승엽 : "희섭아! 타구폼을 좀 바꿔보는건 어떨까?"

최희섭의 대답????   "형!!! 저 메이저리거거든요!!!" (한마디로 상관말라는거다)

 

우어어어어~~ 이 얘기 들었을 때 진짜 거품을 물며 최희섭을 욕했었다.

그냥 그의 시건방짐이 너무너무 싫었다. 잘 하는건 알겠는데 자기 잘 한다고

설레발치는거 진짜 딱 질색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최희섭은 계속 고전중이다. 아직 적응도 안됐을테고 부상까지 당했다.

초반엔 모든 언론이 최희섭에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의 고전에 이젠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지만 말이다.) 초반 최희섭의 인터뷰 내용들도 참 과관이었다.

 

첫 등판 이후 2할도 되지 않는 타율을 보이고 인터뷰 대답

"한국 투수들 실력 괜찮네요!" (아~ 뒷골 땡겨~ 지가 못한단 얘기는 죽어도 안한다)

"조만간 홈런 한 방 보여드리겠습니다." 등등...

그의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 혹은 거만함이 난 정말 싫었다.

 

하지만 같이 이야기하던 친구는 다른 의견이었다. 야구선수가 그 정도의 자기철학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면서 오히려 팔랑귀 박찬호가 문제라는거다.

 

박찬호는 주위의 조언을 무진장 잘 받아들인다. 받아들이는 것을 뛰어 넘어 팔랑귀다.

이야기만 나오면 투구폼을 바꾸는 사람이다. 친구의 논리인즉 메이저 리그에서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자기만의 철학을 고집할 필요도 있는 것 아니냐고... 결국

그의 겸손함과 팔랑귀가 지금처럼 실력을 떨어트린 것 아니냐고....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

그도 한동안 부진했는데 슬슬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승엽은 좀 겸손하고 내성적이라는 느낌이다. 피나는 노력과 연구를 하는 타자이고.

 

(물론 프로야구 선수노조 이야기가 나올 때 공개적으로 그러지말고 팀으로

 돌아오라고 기자회견 했던건 여전히 화나고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_-;;;)

 

요미우리 타격코치가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너무 착하다. 착하다는 건 제일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4번 타자로서 때론 그럴 필요는 없다. 승부욕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4번타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필요에 따라 성질도 부리고. 화도 낼 줄 알아야 한다. 찬스 때 삼진을 당했다고 기가 죽거나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 오가사와라(요미우리 3번타자)는 그러지 않는다. 차라리 배트를 집어던지고 화를 내는게 좋다. "

 

이 기사를 읽으면서 최희섭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결국 코치가 이승엽에게도 주문한 것이 배짱이고 약간의 건방짐과 약간의 넘치는 자신감이었다.

 

그래.. 어쩌면 야구선수에겐 그런 자신감과 확고한 자기철학이 필요한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많은 비난과 조롱 속에서도 꿋꿋하게 건방진 자세를 일관한 최희섭이 오히려 엄청난 내공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조언과 비난 속에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런 속에서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지키는 사람이 결국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희섭은 어쩌면 외강내유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공이 그를 메이저 리그로 이끌어 갈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야구 이야기를 하게 된건.... 내가 살아오며 제일 싫어했던 최희섭과 같은 모습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고 때로는 더 세상을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겸손한 태도는 여전히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힘들고 열받게 할 수도 있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상황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최희섭 그가 가진 강력한 내공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기만하며 내보이는 가식적인 친절함과 겸손함은 결국 내 자신의 뒷통수를 치고 다른 사람들의 뒷통수를 치게 되는건 아닐까?

 

최희섭 그가 가진 강력하고도 쿨~~한 내공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그리고 그토록 거품물며 싫어했던 내 모습이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ㅎㅎㅎ

 

그런 솔직함.. 그런 자신감도 결국은 피눈물나는 자기단련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자기단련의 노력도 없는 나같은 사람이 그들의

자신감을 감히 비난할 자격이 있기는 한걸까? 아.... 세상 사는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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