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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 면회.

오늘 면회를 다녀왔다.

어제 면화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가 원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미누씨가 구두하고 셔츠, 바지, 그리고 화장품을 좀 달라세요. 얼굴 당긴다고..."

방에서 본 반짝이던 구두가 생각났다.

사실 난 그가 밖에서 구겨진 옷을 그냥 입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언제나 깨끗하고 말끔한 모습. 그리고 광나는 구두를 신었드랬다.

그런 그가 집앞에서 쓰레빠를 신고 잡혀들어갔으니...

 

오전 10시까지 가야하는데 늦어서 반월역에서 결국 택시를 탔다.

택시비를 2만 5천원 달라 하더라.

혹시 다음에 면회가실 분들은 참고하시라. 미터기로는 1만 8천원 정도 나왔다.

이러지 않으려면 서울역에서 2시간 반 잡고 가시는 게 좋다.

그리고 4호선보담 1호선이 10분이라도 빠른 듯.

 

발을 동동 구르며 탄 택시는

15분만에 갈 수 있다더니 길을 헤매고 결국 35분만에 도착했다.

속이 타 죽을뻔했다.

다행히 다른 면회신청자들이 다 늦으시는 바람에

제일 먼저 가서 면회서 쓰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오늘, 그의 특별면회.

오전 면회 직전에 변호사와의 면회가 있다더니, 오랜 시간 면회하는 것 같았다.

특별면회실 안이 복도에서 보여서, 철창 안쪽을 들여다보니

미누씨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가 웃으면서 손 흔드니 미누씨도 반기는데 그 표정보고 돌아선 변호사의 얼굴은 심각했다.

그는 뭔가 결단을 내렸고, 변호사는 길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면회를 마치고 나온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미누씨가 아주 힘든, 싸움을 결심하셨다고 했다.

 

10시 50분, 드디어 미누를 만나러 들어갔다.

어색 어색. mwtv자원활동가를 하는 어린 친구는 말 하라고 건네 준 수화기에 대고 말을 못하고

우리 모두 그 상황이 어이가 없고 답답해서 어버버 거렸다.

택시 안에서부터 찍어내고 있던 마스카라가 자꾸 번져가고.

 

구두와 화장품, 셔츠랑 바지 가져왔어요. 속옷이랑 양말은 오늘 저녁에 바로 들어간대요.

어떤 구두? 무슨 색?

검정색이요. 까만색.

어, 갈색 구두 있는데... 난 그게 더 좋은데...

앗, 갈색!

 

옆에 있던 네오는 갈색 구두를 봤다고 했다.

바로 챙겨주기로 했다.

 

일요일에, 해피콜로 전화하셨었죠? 그거 제가 이상한 전화인 줄 알고 두 번이나 그냥 끊었는데... 미누씨 맞죠?

네.. 맞아요.

아, 내가 끊고 나서야 생각이 나서..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다음엔 꼭 받을게요.

 

(미누씨 왈) 이 친구는 이제 자원활동 막 시작했는데, 이런 거 보게 되네...

저, 너무 깜짝 놀랐어요. 미누씨 잡혀간 것 때문에 사람들 다 충격이에요. 정말, 다 말을 못하고 충격 받아해요.

 

같이 면회한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미누가 아직 젊고, 결국 고향 돌아가는 거니 너무 나쁘게 생각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도 했지만

미누씨는 그래도 꼭 묻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여기서 18년을 살았잖아요. 다른 게 아니고, 내가 꼭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묻고 싶어요. 내가 살아온 것이 무언지. 정부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지... 난 이 전에도 고향에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고향이라니, 그런 생각하면 막 복잡해요. 고향? 고향이 뭐지? 난 왜 여기서 이렇게 살았지? 지금까지 노래하고 활동하고, 다문화 운동하고... 내가 왜 이런 식으로 '고향'에 돌아가야 하죠? 그걸 꼭 묻고 갈 거에요."

 

분명 그의 말에 누군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에게 '고향'은 무엇이고 20살부터 18년 간 살아온 한국에서의 삶은 무엇인가.

2003년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게 되었다곤 하지만

법은 그의 존재를 유령인듯, 비공식적인 존재로 취급하고 있지만

내가 만난 미누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공식적인 활동들을 하던 중이었다.

이주노동자방송국 활동을 하고 있고

성공회대 노동대학을 다니는 중이고

밴드 활동하고 콘서트하고,

다문화 교육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그의 방에서 옷가지들을 챙기며 본 수많은 '다문화~~' 리플렛들과 자료집들, 테잎들이

그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다문화 안에 자신이 포함되는지 의문스러워해야 하는 그 존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자신이 열어젖히고 있는 장에서 미리 소외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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