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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기3 : 탐라국여행3

9월 2일, 다섯쨋날.

 

*다방 아침이 밝았다.

다방 철문을 위로 차르륵 올리고 나오면 바로 시장 한 가운데.

오이와 계란을 사고 밥을 해 먹었다.

우리, 이제, 어떡하지.

 

동쪽 여행에서 해안도로 라이딩은 물건너 가셨다.

다리의 붓기는 전혀 빠지지 않았고,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결국,

딱 한 군데, 다녀오기로 했다.

신혼여행, 수학여행 등 관광명소인 '산굼부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선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서 97번 도로를 타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오기까지 30분. 그때 디카에 메모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사진을 지워야 하나? 어떡하지? 이러다가 그에게

"사진 좀 전송하고 오는 게 어떨까?" 한 마디가 큰 화를 불러왔다.

앞서 말한 그 사건. 사진 100장이 통으로 사라져버렸다.

pc방을 찾아 뛰어가긴 했지만, 사진을 다 전송하기엔  버스 시간이 너무 급했던 것이다.

쫒기듯 급하게 다시 재전송 하긴 했는데

뭔가 문제가 생겼다. 어느 부분의 사진이 얼마만큼 날아간지도 모르고

우리 둘은 그렇게 둘다 기분이 심난하고 뾰족해져 있었다.

 

슬프고 우울하게 산굼부리행 버스가 산을 올랐다.

안그래도 피곤한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너는 제주도 가서 엄마한테 전화도 안하냐고.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나도 생각은 하고 있었다구요...

 

서귀포에서부터 1시간 40분 여가 지나,

드디어 산굼부리 입장.

인생은 외롭고 억울하나, 그래도 뭔가 새로운 볼거리가 있을 것이야!

 

 

분화구란다.

둘레가 2km가 넘고 내부둘래가 753m. 사진을 찍어도 그저 밋밋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거대한 크기.

날이 흐려 명암도 잘 안나오겠고... 그래도 찍어봤다.

얼마나 밋밋한가.

 

 

맨 위 능선에서 아래 잔디밭처럼 보이는 부분까지 높이만 132m.

저건 잔디밭이 아닐 거다.

저 오종종한 브로콜리같은 것들이 다 겁나 큰 나무들일 거니까.

 

난 사실 저런 거대한 뭔가에 그리 감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작고 오종종한 것들이 더 감동스럽고 예쁘지만

그래도 언덕을 오르면서 이게 산굼부린가... 주변에 억새밭이라 멋지다고 한건가... 하다가 저걸 보니

소름이 쫘악 오시는 것이... ㅋ ㅋㅋ크크크킄ㅋ크크크으으 다아아아아아-

 

 

 

 

제주여행에서 만끽할 네 가지.

1)해안 2)오름 3) 올레 4)제주음식

 

지난 4일간 1과 3을 즐겼다면, 남은 날들은 2와 4로 채우겠노라!!

다시 에너지 충전.

 

서귀포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못타니, 이동에 참으로 무리가 많았다. 돈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그러나 서귀포,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게짬뽕!

슈아에게 전화해서, 그때 말했던 게짬뽕집을 찾아갔다.

으흐흐- 6천원에 게가 잔뜩 들어간 짬뽕. 국물맛이 끝내줘요.

이집은 배달도 안 한다고 했다. 그만큼 맛있다.

볶음밥도 시켰는데, m왈,

"이 집도,밥 볶을 줄 아네."

이중섭미술관 근처에서 물어보면 누구나 안다.

우리는 이중섭미술관 바로 옆 찻집 아저씨에게 물어 갔다.

다음날 다시 만날 그 분에게.ㅎㅎ

 

 

미안.

다 먹은 다음에야 사진을 찍었다.

이건 드셔봐야 아는 거지, 사실 비주얼은 일반 짬뽕과 별 다르지 않으니까..ㅎㅎㅎ

 

맛있는 걸 먹고 나니 힘이 솟았다.

지도를 펼치고 계획을 세웠다.

버스로 이리 댕기기는 너무 힘들다.

pc방에 가서 여행 자료를 좀더 모으기로 했다.

그러다가, 번뜩 스쿠터가 생각났다.

스쿠터를 렌트하면 더 많이 맘대로 돌아댕길 수 있지 않겠는가!!

 

<다섯쨋날> 라이딩 0km, 버스타고 산굼부리 다녀옴

지출 41,900원

(오이, 계란 3700+담배2500+복숭아2000+다이제스티브1200+pc방1000/교통비14000/산굼부리 입장 6000/게짬뽕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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