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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7)

팔당에 씨앗을...(7)

풀과의 전쟁풀과의 전쟁

 

지난 주에는 지금껏 팔당에 갔을 때 중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

일단, 팔당 가기 전에 서울에서 한 번 간담회를 열었던 것에서 이미 반쯤 탈진상태. ㅎㅎ

일이 점차 커지는데, 이거 같이 할 사람도 부족하고...

집에서 노트북을 열면, 바로 상근자 된 기분 되시고 말이쥐.

 

간담회 내용은 http://8dang.jinbo.net에 들어가면

사진과 후기와 속기록과 녹음mp3이 계시니

훑어보시고....

 

간담회가 끝나고 나는, 계속 마음이 우울. 왠지 잘 못한 것 같은 기분.

아저씨들 식사도 못 챙겨드리고, 두리반 분들과 많은 부분 함께하지 못한 것도

질문 분배 잘 못한 것도,, 모든 게 그냥 다 맘에 안 들어서

몇일간 우울모드..

 

그래서 팔당에 갔다. 주민분들 뵙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그리고 열무를 뽑아야 했다.

얼마나 자랐을라나... 2주전에 뿌린 옥수수랑 엔다이브는 잘 자라는지,

상추는 얼마나 컸을지, 태평소 워크샵은 어찌될지, 에또----

 

 

토요일 오전 11.

왕십리역 중앙선 플랫폼 맨 뒤쪽에는 의자가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나랑 달군이랑 욱순이... 이렇게 또 셋이 간단 말인가? 하고 다시 여기 저기 문자질.

가겠다던 뉴 페이스들이 하나 둘 못 온다고 답장을 보냈다. .

뒤늦게 가을이 도착하고.. 그렇게 넷이서 출발했다.

 

그것봐! 간담회 이후에 사람이 더 줄었잖아, 엉엉. 그러면서.

아침에 부랴부랴 표고버섯 볶고, 당근 채썰어 김밥 7줄을 싸왔는데

한 사람에 2줄씩 먹어야 하는 신세. .

막 이러면서 갔다. 겉으로는 즐거운 척 하였으나, 속은 까맸다.

'뭘 그런 걸 가지구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천리라규!

맞다규.'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면서.

 

 

<본론>

양수역양수역

 

양수역 앞 삼거리양수역 앞 삼거리

 

두물머리 입구양수리 관광지를 통과하면 나오는 두물머리 입구

 

은행나무 길은행나무 길

 

이제 좀 익숙해진 골목들.

 

한강상회한강상회에서 오른쪽 비포장길로 들어선다

 

두물머리 입구에서 한강상회까지 찾아오면 오른쪽 비포장로로 들어서서 쭉 들어오는거다.

그리고 곧 도착.

 

저번부터, 계속 농활대들이 들어오는 시즌이라

식당 농막을 못쓰고, 한 농민분네 농막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농막의 주인들은 여기서 30년째, 유기농사를 고집스레 지어오신 토박이.

그리고 그 아저씨한테 시집와서(아주머니 표현으로) 17년간 농사를 지으신 아주머니.

이제 몇 번 와서 신세를 지니 괜히 정답다.

“저희 딸기쨈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이 집에서 우리는 일 쫌 하고 콩국수 얻어먹고, 또 일 쫌 하고 딸기잼 얻어오고 그랬었다.

(앞의 연재 기사들에 다 나오는 그 집이다)

아저씨,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 덕에 늘 일 해주는 것보다 얻어오는 게 더 많은데

이번에는 우리끼리 잘 살아보세- 하며 열무밭으로 갔다.

 

 

열무! ... 너희들...

풀밭으로 변한 열무밭풀밭으로 변한 열무밭

 

없어진 옥수수없어진 옥수수

 

어디로 갔을까... 우리 옥수수들...

입을 하 벌린 채, 무성히 자란 잡초들을 바라보았다.

2주만에 왔더니...내 이럴 줄 알긴 했으나.

 

열무를 뽑는 사람들열무 수확

 

열무뽑는 사람들2열무뽑는 사람들2

 

벌레에게 왕창 뜯긴 열무가 그 나름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2단쯤 될 거로 예상했는데, 뽑다보니 이건 뭐- 계속 뽑고 또 뽑아

결국 한 짐.

 

욱순 아지매의 경쾌한 엉댕이질.

욱순이와 열무욱순이와 열무

 

욱순이와 열무2열무 아지매

어이쿠.

 

 

그렇지만 열무를 씻으면서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윽. 왜케 많냐...

그냥 오며 가며 지켜보시던 아저씨께서 한 마디 건네셨다.

그걸 그렇게 씻는 게 아니라...

아주머니 도움아주머니 도움

 

곧 이어 아주머니도 오셨다. 이걸, 무를 먹을라면 이렇게 깨끗이 하고 나머지는...

다시 다 엎어서 다듬고, 씻고, 가르고..

쩔쩔.

열무 씻기열무 씻기

 

그래도 폭포수처럼 시원한 물을 콸콸 쓰도록 배려해주신 아저씨네 덕분에

시냇가에 놀러나온 처자들처럼 물도 튀기고 발도 씻으며 시원하게 놀았다.

흐흐. 넷이어도 죠아, 완전 신나서 열무를 씼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아이고 맛있겠네- 하며 열무에 많은 관심을... ㅎㅎ

 

 

그러나

달군은 이때부터 시련을 맞이했으니

내가 열무 2단쯤 될 것 같다고 말한 것 때문에 양념을 쪼금만 들고온 것이다.

이걸, 안 절이고 이케 이케 얹어가지구...

집에서 작은 통에 한 단 쯤 만들어본 열무김치.

 

적은 양념양념은 적고 열무는 남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계속 왔다갔다 안절부절. 달군도 쫄고.

결국 욱순이를 시내로 내보내 마늘과 큰 통을 사오도록 시키고

남은 생 열무들은 소금을 얹어 절이기로 하였다.

 

, 그럼 욱순이 올 때까정 다시 밭으로 가서 열무를 심어볼까? 풀도 좀 매고.

밭으로 가서 풀을 매려고 앉았는데,

간담회 때 오셨던 천년요왕님께서(성함은 최요왕) 은근 다가오셔서리

쇠주 한 잔 신호를 보내주셨다.

아저씨는 닭을 키워 닭알을 판매하시는데, 그 닭알로 만든 계란말이가 있었던 것.

한 모금에 5분의 1쪽씩 먹으라 해서 그렇게 야금야금 먹으며

간담회 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저씨, 아까 저짝에서 사무국장님 만나서 간담회 후에 아저씨들 뭔 말씀 없으셨냐 물어봤더니, '신선했다' 하셨다믄서요?”

말이 좋아 '신선했다', 무척 낯설고 불편하지 않으셨을지 궁금하던 터.

아저씨는 좋았다고 하셨다. 다행. 다만, 발바리, 너희들의 정체가 궁금하다시며

우릴 두고, 어떤 집단인지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하셨다.

이젠 맨날 자전거도 안 타고 가고. 자주 가고. 간담회도 요상하게 하고- 그렇긴 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를 몇 순배 돌리다

월욜 아침7시에 공사할 사람들이 송촌리 밀러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이쿠. 송촌리면 팔당에서 4대강을 막고 계속 농사 짓겠다고 같이 싸우는 지역.

두물머리 들어오는 다리 바로 건너편이다.

물론 그곳에는 토지 수용에 대해 협약식을 치른 농가도 있다고 들었지만 여전히

싸우는 분들이 많다. 가슴 답답...

 

술자리를 파하고

다시 열무김치를 마저 담그러 숙소 농막으로 막 갔는데- , 아주머니께서

홍고추를 어디서 가져오시고는 김치를 보고 계셨다.

 

나는 도마만 붙들고 있었다나는 도마만 붙들고 있었다

 

열무김치열무김치

 

홍고추 썰고, 마늘 다지고, 파 꺼내오라 해서 파 다지고 통 씻어놓고

아주머니 혼자 척척. 제대로 시범 보여주시고.

양념이 부족한 채로 담아뒀던 열무와 한쪽에 소금에 절인 열무를 합쳐 잘 버무려

완성!

아주머니의 손을 빌어 삽시간에 완성된 열무김치.

 

이렇게 열무김치 담구기 워크샵은 끝이 났습니다. 케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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