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 2011/02/25 20:55

첫사랑

 

오랜 징역을 끝낸

김남주 시인이

5.1창작단을 하고 있던 내게

그런 이름을 걸고

끌을 써야 직성이 풀리냐고

그냥 좋은 글을 쓰면 안 되느냐고 했을 때

남조선민족해방전선보다는

부드럽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웃고 말았다

 

그가 죽었을 때

나도 그처럼

첫사랑을 간직한 채

쓸쓸히 죽었으면 싶었다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을 지지하는 선언에

이름을 걸 거냐는

송경동 시인의 전화를 받고

아직은 아니라고

아직은 볼세비키의 친구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어제의 답변은 실수였다고

아직 이라는 부사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슬펐다

변해가는 내가 슬펐지만

변하지 않는 나도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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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20:55 2011/02/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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