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서른하고도 한살이 넘어서야 레미제라블을 처음 읽었다는 게 부끄럽기야 하다. 

그래도 여하간에 죽기전에 읽었으니 참 잘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ㅋㅋ

 

어렸을 때 정말 스무쪽도 안되는 그런, 아동용... 장발장을 읽은 게 전부인데, 

재작년 영화가 개봉되면서 새삼 관심의 계기가 된 듯하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책은 물론 영화도 볼 생각도 안 했고, 

실제로 접하기 시작한 건 작년, 친정집에 레미제라블 뮤지컬 25주년 기념 공연 디비디가 있어서

빌려서 본 게 처음이었다.

그러고 나서 둘째 모유수유기에 잠을 거의 못자는 대신 영화를 여러편 봤는데 그 때 영화로 제작된 레미제라블도 봤다. 

두가지 감상을 한꺼번에 하자면, 뮤지컬 공연은 노래를 잘하니 보기 좋고, 자베르가 흑인이었나?  헐 자살하네 처음 안 사실 ㅋㅋㅋㅋ 그리고 영화는 아 역시 노래는 뮤지컬배우가... 그래도 볼거리들이 많아서 영화도 영화 나름의 장점이 많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는데 종종 친구랑 레미제라블 얘기를 했었나 보다. 아니면 내가 스스로 뮤지컬과 영화를 보면서도 원작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었나? 기억은 나지 않고 뭐 게다가 그 친구가 레미제라블을 무지 좋아하는 애여서, 정말 꼭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꽤 예전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고 있었고 시험삼아랄까, 전자책에 정을 붙여볼까 해서 5인치 조그마한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으로 된 레미제라블을 읽기 시작했다. 

 

워털루 얘기 읽을 때 정말 식겁했다. 헐... ㅠㅠ

어려워......................................................................................................................

 

내가 아는 그 초간단 줄거리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 ㅠㅠ

아... 핑계를 대자면 그 조그마한 화면과 눈부심과 숱한 오자 등 때문에도 더욱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하겠다. ㅎㅎㅎ

그러다가 한동안은 전자책을 빌렸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서 한참을 안 보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읽기 시작했고, 

읽다 보니 레미제라블 뮤지컬 노래가 듣고 싶어졌고 

원작을 읽으며 비슷하게나마 해당되는 장면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그러다 보니 자기 전에 노래나 들어야지 하고 검색했던 유튜브에서 

 

오오오 레미제라블 뮤지컬 10주년 기념공연, Dream Cast ? 를 가사까지 있는 버젼으로 보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난 

장발장 역할의

Colm Wilkinson에게 완전히 훌떡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다. 

며칠을 연속해서 새벽녘까지 영상을 보고 또 봤다. 듣고 또 들었다.

25주년 공연 영상과 영화를 먼저 봤기에 자연히 윌킨슨의 외모가 엄청엄청 너무너무 낯익어서 

대체 어디서 봤나를 한참 고민했는데

25주년 공연에서 본 초연배우다!라는 건 금방 알았지만 왠지 그게 전부같지가 않아서 

더 생각해보니 영화에 나온 주교랑도 닮았다!!

그리고 그 중년의 모습과 목소리 가운데 간혹 젊은이같은 정말 날카로운 소리가 뻗어져나올 때는

혹시 옛날에 락커였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번째 가정을 사실로 확인했을 때, 뮤지컬 장발장의 초연배우가 영화에서 주교역할을 한 것이 엄청 감동스럽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ㅋㅋ

그냥 윌킨슨은 완전히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좋았다 ㅠㅠㅠㅠㅠㅠㅠ

10주년 공연영상을 보고나서는 25주년영상은 봐지지가 않는다.

너무 여러번 봐서 일부러 25주년도 봐야겠다 하고 틀어놔도 늘 보다 말거나 돌려서 보거나 한다.

애초에 내가 뮤지컬이란 장르를 안 좋아하다보니

노래 이외의 요소가 10주년공연때보다 훨씬 많이 곁들여진 25주년공연이 더 맘에 안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처음에는 기념공연이 실제 뮤지컬인 줄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다가 얼마 전에야 뮤지컬 따로, 이것은 공연버젼이라는 사실이란 걸 알았다 ㅠㅠ

알고 나니 영국가서 레미제라블 뮤지컬 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좀 사라졌다 ㅋㅋㅋㅋ

뭣보다 윌킨슨 없는 레미제라블 뮤지컬은 나에게 별 감흥이 없을듯 ㅋㅋ

 

10주년 기념공연은 마지막에 17개국의 장발장들이 나와서 한소절씩 각국의 언어로 노래를 한다 ㅠㅠ

오 그 감동이여......

 

일주일가까이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본 레미제라블 공연

그리고 바로 그저께에야 드디어 원작도 다 읽었다 ㅋㅋㅋㅋ

너무 오랜시간 걸려서 읽은 탓에 기억이 더 안나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헐 위고 천재 ㅠㅠ 이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읽어보니 뮤지컬과는 너무 다른 면이 많아서

흠.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여하간에 생략되거나 압축되거나 변형되거나 대체되거나,,, 

한 것이 많으니 ...

무엇보다 일단,,, 

이야기의 전개 자체보다도,,, 

위고의,,,, 어마어마한,,,, 배경,, 상황,, 인물,,, 의 묘사.............

그 충격의 처음은 워털루 이야기였고 ㅠㅠ

빈번하게 내 두뇌의 왜소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마지막은 파리의 하수도 얘기로 정점을 ㅠㅠ

 

그런데 엄청난 충격은 또 있었다 

내가 십대 때에도 얘기로만 듣던 소위 팬픽...?

주로 좋아하는 연예인들 대상으로,, 주로 동성애로,,, 그런 거 쓰는,,, 

그런데 그런 소설을

레미제라블을 가지고

쓴다는 거다....................................................................................................

헐 ,,, 정말 ,,, 대충격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들의 똑똑함이 또한,,, 충격,, ㅠㅠ

 

한동안 정말이지 푹 빠져있다가 이제 조금 풀려난 듯하다 

빠져있을 때 글을 썼어야 했는데 ㅋㅋ

 

한동안 그렇게 정신못차릴 정도로 빠져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뭐라도 좋으니 채우고 싶은 허기

 

그걸 레미제라블로 게걸스럽게 채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늘 멍한 머리, 무의욕, 짜증, 백지, 백치와 같은 상태에서

뭐라도 붙잡고 싶은 게 필요했다. 

 

특히 한동안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다시 멀리 주거를 옮기면서 생긴 허전함도 한몫 한 듯하다.

 

그리고, 빠져들수록

레미제라블은, 

또다시 무감각해져가는 내 마음을 다시 지펴주는 불씨가 되었다.

 

구체적으로 그 계기나 이유가 무엇일까 라고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인간의 마음이 다시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이다.

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세상 에 대해 많이 말하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것, 더이상 핑계대고 도망가고 외면하지 않기로 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야 향해있다치더라도 행동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무한반복, 

거기에 거의 당연하게 따라붙는 또 무감각의 세계....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인명피해 사건을 겪으며 

그 무감각이 깊어졌다.

그리고 어느덧 5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며칠 전 다시 한번 내 속의 분노가 느껴졌을 때, 

레미제라블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어준 친구와, 윌킨슨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책은 다시 읽을 생각이다.

무엇보다 프랑스어판을 사서 더불어 외국어공부도 해볼 생각이다 ㅋㅋㅋ

그런데 그동안 언어도 많이 달라졌을 텐데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려나! ㅋㅋㅋ 그래도 도전. 해보려고 ㅋㅋ

 

레미제라블을 읽다보니

어느정도는 필연이다 생각할 정도로 ㅋㅋㅋ 앙졸라와 내가 아직 다 구분을 못하는 ㅋㅋ 친구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다.

마리우스는 완전 짜증남

뮤지컬에서는 마리우스 그렇게까지 안 나오는데 책 보니 이거 뭐!!!!!!!!!!!!!!!!!

아니 뮤지컬은 뭐 마리우스 팬이 만들었나 싶을 정도 ㅋㅋㅋㅋㅋ

이거 뭐 책에 비하면 완전 청춘로맨스물 ㅋㅋㅋㅋㅋ

마리우스 말고는 다른 친구들은 거의 비중도 없다 

그나마 앙졸라는 죽는 장면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중있어보이는 정도인듯 ㅋㅋㅋ

 

책을 읽으며 느낀 감상으로, 

뮤지컬, 영화 배우들과 어느정도 비교를 해보면

일단 거의 전적으로 10주년 기념공연 때의 배우들이 가장 낫다.

나에게 윌킨슨은 거의 장발장 같아보임 ㅠㅠ ㅋㅋㅋㅋㅋㅋ

장발장과 특히 팡틴이 가장 좋고,, 

자베르에 대해서는 처음 본 게 25주년이었는데 그 때 그 흑인배우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매우 자베르와 흡사한 느낌이다 생각했으나 그 때 내가 아는 자베르는 스무쪽도 안되는 책에 아마 스무줄도 안되는 묘사밖에 없었을 테니 그 당시 소감은 삭제하기로... ㅋㅋㅋㅋㅋ

 

윌킨슨이 좋아 10주년을 계속보게되고 다른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도 압도적으로 좋다 보니 왠만해선 비교가 안된다 ㅋㅋ

 

마리우스도 ㅋㅋ10주년공연의 마리우스는 좋다 ㅋㅋㅋㅋㅋ

앙졸라는 ㅠㅠ 10주년공연의 배우가 일단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인다는 점,, 에포닌이 죽고 마리우스를 위로하는 장면에선 , 사실 마리우스도 여기서 그닥 앳된 외모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ㅠㅠ 앙졸라가 완전 마리우스 삼촌, 아저씨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5주년의 앙졸라는 엄청 잘생기긴 했지만 내 타입은 아닌데다가 무척 허세끼 있어 보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혀 앙졸라 안같음 ㅋㅋㅋ 그리고 내 막귀에는 노래도 별로... ㅠㅠ

그래서 영화의 앙졸라가 , 유일하게 영화의 버젼이 ㅋㅋㅋ 1위로 뽑혔다 ㅋㅋㅋㅋ

무엇보다 일단 금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지나치게 잘생기진 않았지만 애정을 갖고 보다보니 잘생겨보임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책으로 느낀 앙졸라는 

뮤지컬 공연의 배우들처럼 열정을 겉으로 마구마구,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 속에 불타는 열정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다소 침착한 느낌이라

셋 중에선 영화의 배우(이분도 뮤지컬배우, 역시 노래를 잘하더란!)가 그 이미지에 가장 걸맞는 편...

외모도 책의 묘사답게 연약하고 앳된 미청년의 모습이 영화의 배우와 가장 흡사하다 ㅋㅋㅋ

어떤 블로거가 ㅠㅠ 10주년 공연의 앙졸라는 ㅠㅠ 학생이 아니라 노조위원장 두번은 지낸 아저씨 같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 두고두고 웃었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포닌은 글쎄, 책에서보다 뮤지컬에서 비중을 키워놓은 느낌이다 

일단 마리우스랑 친구같은 사이 전혀 아니었잖아

에포닌이 죽었을 때도 마리우스는 그닥 연민하는 기색도 없어뵈더만 뭐,,, 

책 안읽고 영상만 봤을 때는,, 두 분 다 무척 잘하신듯,,, ㅋㅋㅋㅋㅋ 

 

이 외의 역할들은 거의 다 10주년 공연 배우들이 단연 압도적임... 

 

책보다는 영상 얘기가 더 많은,

오랜만의 read 폴더의 새글~

이만 바이바이~~~

다음에 또 만나~~~~~~~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14/05/22 01:47 2014/05/22 01:47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spaceout/trackback/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