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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8
    봄비그친후에 비친 얼굴
    봄-1
  2. 2011/07/18
    변산기행
    봄-1
  3. 2011/07/18
    봄-1

봄비그친후에 비친 얼굴

봄비그친후에 비친 얼굴

 

봄비에 초목이 기뻐서 운 날이다. 가뭄이 해갈되면서 사람도 풀씨도 좋아하였다. 빗물이 뭉쳐서 흘러가는 웅덩이마다 송화가루가 노랗게 떠있다. 마치 수채화용 노란물감을 개어놓은 것 같이...... 붓을 대고 흠뻑 찍어서 허공에라도 그릴것이 있다. 얼굴......

오늘은 막걸리에 파전. 그것이 그립다.

오늘은 누군가를 마음껏 그리워해도 되겠지. 해가 눈부시지 않으니, 대낮에 술취한 듯 그리움에 멈칫거리는 내 모습이 덜 비추어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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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기행

변산 기행

 

박영근 시인

1

 

산다는 일은 저렇게 곧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기어이 산맥은 길을 끊어 왕포나

채석강에서 바위 절벽 아래 떨어지고

바다 끝까지 달려간 마음도

저녁 노을로 스러지고

 

2

 

방첩대나 지서 사람들이 밤새 술상머리를 두드리며 부르던

그 유행가 소리를 옛집에서 듣는다

 

선거場이 설 때마다 공화당 표몰이꾼들에게

말들이 막걸리와 그 질긴 만월표 고무신짝을 풀며

신명을 내던 아버지

내 모든 생각들이 숨을 멈추고 엎드려 있던

대공수사대

벌건 갓등 아래

시멘트벽에

발가벗겨진 내 알몸의 그림자

외롭게 춤출 때 듣던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

빨치산 전향자라는 이름

 

할아버지 살아계시던 옛집엔

지금도 정정한 참오동나무 한그루

아침 저녁으로 가지를 흔들며

마당에 옛말을 뚝뚝 떨구고 있다

 

아들의 목숨을 사기 위해

한 마을을 부리던 논마지기도 당신이 묻혀서

들판을 지켜보고 싶던 선산마저 올려세우더니

그예 돌아가셨다는 말

 

3

 

세월이 어떤 시간의 물살에 허물어져

그 이름이 쓸려가고

살붙이들에게마저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이

거기 묻힌다 한들

아버지에겐 끝내 지울 수 없었던

칼날의 마음

흰 눈에 호랑가시나무 마냥 푸르른

겨울숲에 홀로 들어

그 붉은 열매 앞에

몇 번이나 멈추어서서

고개 돌리고 눈물지었으리

 

쓰러진 마음들이

바위 절벽으로 저를 세워

파도의 아우성 키우는

변산

 

4

 

파도는

한 바다를 이루어놓고도

저렇게 돌아서고

돌아서서 어느새

물소리 한자락 없이

제 생애를 비워놓고

 

-변산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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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보았네  

여덟 팔자를 그리며 날아간다

여덟 마리가 대장 한마리를 앞세우고 쐐기모양으로 진을 쳤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맨 끝에 있는가?

 

막 어둠이 몰려오는 저녁찰나에

길을 재촉하듯 날아간다.

어디로 가는가?

새여

 

세찬 날개짓이 무겁다고 탓하겠는가?

날아가는 자유를 본 자만이

저 어둑어둑해질 저녁하늘을

날아오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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