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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교사 노동자들의 정치활동 쟁취 투쟁에 나서자

 

공무원노조, 전교조 말살책동 검, 경 기획수사 규탄 공동기자회견

치졸한 보복수사의 극치 
이명박 정권의 노동자 탄압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이후 사실상 민주노조 자체를 말살하고자 하는 반노동자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탄압도 그 일환이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도발은 말 그대로 표적수사, 보복수사 차원에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공무원노동자들은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조 뿌리 뽑기’ 전략 하에 소위 노사타협적 노조집행부를 앞세워 전개했던 대대적인 민주노총 탈퇴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통합공무원노조 출범과 동시에 10만 명의 공무원 노동자들의 민주노총 가입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이명박 정권은 공무원 노조 불허 방침과 더불어 ‘공무원의 중립 의무’ 운운하며 민주노총 가입을 정치활동으로 몰아붙여 법개악 시도는 물론 노조 사무실 폐쇄 등 탄압을 자행했다. 전교조 역시 마찬가지다. 시국선언을 이유로 징계를 남발했고 법원에서 징계무효 결정이 나자 이제는 민주노동당 서버 수색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이면서까지 보복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활동 보장을 위한 투쟁 
공무원, 교사 노동자의 정치활동 탄압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옮아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서버 압수수색과 당직자들의 연행 등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정치탄압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파괴다. 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저항과 투쟁은 당연하며 전체운동세력이 함께 해야 할 투쟁이다. 그러나 이 투쟁이 민주노동당의 정당파괴, 민주주의 파괴로만 좁혀져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공무원교사 노동자의 정치활동의 자유와 정당 가입의 자유를 당당히 주장하고 전면적으로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공무원, 교사 노동자들의 정당 활동금지는 공무원들을 ‘정권의 하수인’ 쯤으로 생각하는 지배세력의 정치논리다. 따라서 “당원 명부에 없다”, “우리는 가입한 적 없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공무원의 정치중립의 의무’ 조항을 악용하는 정권의 탄압을 막아낼 수 없다. 이런 대응은 바로 이명박 정권이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며 공무원교사 노동자는 물론 진보정당에게도 수세적인 자세와 위치에 머물게 할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그럴 경우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칠 수 있다. 물론 사실 관계 자체가 틀린 것은 그것대로 대응해야겠지만, 또한 필요하면 자유주의 정당의 협조나 협력을 이끌어 낼 필요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제를 대하는 일부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것이 결코 이번 사안의 본질이나 본령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 했다’, ‘이제라도 하겠다’고 말하자 
지배세력의 정치논리를 넘어서려면 공무원, 교사 노동자들이 거꾸로 현행법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해야 한다. 오히려 투쟁의 일환으로 모두가 원하는 정당이나 정치조직에 가입함으로서 이 탄압을 뚫어내야 한다. 그래야 정말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자투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그래, 했다’, ‘이제부터 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어차피 한번쯤 부딪칠 수밖에 없는 성격의 것이다. 오히려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정치활동 금지에 침묵했던 것이 더 문제다.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정치활동 보장, 그 투쟁에 노동자와 전체 운동세력이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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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동자가 선두에서 노동법 재개정 투쟁을 전개하자

금속노조는 지난 1월 27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2010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ASA, 기륭, 동희오토, 콜트, 콜택 등 장기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맞이하는 금속노조 대대는 2010년 개악된 노조법에 따른 노조 무력화와 구조조정 공세가 예고된 가운데 15만 금속산별의 투쟁계획을 결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평가보다는 사업계획을 둘러싼 토론이 중심이 됐다. 
 
특단협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2010년 투쟁방침은 개악된 노동법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서 이를 ‘특별단체교섭’으로 돌파하자는 것이다. 2009년 지부집단교섭에서 “노동법이 개악될 시 회사는 지회와 특별단체교섭에 응한다”는 합의를 한 지부가 19개 지부 중 9개, 전체 230개 사업장 중 101개 지회다. 금속노조는 이를 근거로 전체 사업장에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임단협 조기투쟁 투쟁전선을 통해 4월에 있을 민주노총 투쟁에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6월에 예정된 지자체를 앞두고 반MB연대, 한나라당 심판투쟁으로 결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의원들의 문제제기와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개악된 노조법 공세를 노동법 재개정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실제 특단협을 합의한 지부도 별로 없지만 이마저도 사업장 단위의 개별교섭 형태이기 때문에 금속산별 차원의 단일한 전선 구축이 어렵다. 더 본질적으로는 특단협으로 돌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갖는 문제다. 지난 해 말 국회 앞에서 노동법이 개악되는 것을 무작정 바라만 봤던 치욕스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4월 투쟁을 제대로 조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서 총파업을 앞장서 결행하고 전체 노동자투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특단협’이라는 것을 매개로 투쟁의 합법적 절차와 금속노조의 조건(2009년 특단협 합의)을 먼저 고려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에 대의원들은 투쟁기조가 노동법 재개정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특단협 투쟁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2010년 MB정권과의 정면대결을 준비하자 
일부에서는 4월 투쟁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서는 노동법 재개정 투쟁기조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반기 투쟁 없이 하반기 투쟁이 가능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또한 노동법 재개정 투쟁은 노동탄압을 공세적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시에 이는 자본의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 공세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양자는 서로 분리되는 투쟁이 아니라 노조 무력화 및 구조조정 분쇄 투쟁으로 묶여 상반기 투쟁 전선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각종 편법을 고려하는 발상이나 사측과 적당한 타협으로 전임자 급여를 유지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는 산별노조운동을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이다. 반면에 노동법 재개정 투쟁은 불가능한 투쟁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태도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장을 의심하고 불신하기보다 지도부가 먼저 결의하고 앞선 자가 된다면 현장 투쟁은 대의원과 각 지회 간부들의 몫이다. 지도부는 현장이 신뢰할 수 있는 결의를 보여주고 현장에서는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역량보다 더 큰 투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렵다고 말하지 말자. 무력감이 우리에게 더 큰 암초다. 2010년, 금속노동자들의 선도적 투쟁으로 MB정권과의 정면대결을 이뤄내는 해로 만들자. 
김성민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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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다시 자본가들의 살인이 시작됐다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투쟁

한진중공업 노동자드은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서울상격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금속노조)


세계 1위, 죽음의 행렬, 352명 
조선 산업에 해고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 1위라며 떠들어대던 자본들은 이제는 ‘죽겠다‘며 아우성이다. 그 선두에 한진중공업이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해 12월 말 2,500명에 달하는 전체 노동자들을 향해 구조조정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어진 정리해고 공방이 한 노동자의 죽음을 건 단식 농성 앞에서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 2일 ‘352명 정리해고’를 기어이 통보했다. 이미 희망퇴직 등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났고, 1천 명에 달하는 하청노동자들도 내쫓겼다. 지난 몇 년간 연 평균 50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죽음을 부르는’ 현장에서 자본가들은 엄청난 이윤을 획득해왔다. 그리고는 경제공황을 빌미로 비용절감을 위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자본의 탐욕이 부른 워크아웃 
금호자본은 돈 한 푼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2009년 말 기준으로 주식가격이 31,500이 안되면 차액을 보존’하는 풋백 옵션으로 대출받은 도박을 감행했고 2009년 말 현재, 12,000원으로 떨어진 주식 가격으로 4조 2천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채권단과 금호자본은 서로 싸움질에 정신이 없다. 차액을 보존받기 위해 금호자본 일가에게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금호 자본은 이를 ‘배 째라’ 로 대응한다. 물론 이 싸움 과정에서도 산업은행과 금호자본의 노동자를 향한 공격은 한 마음이다. 채권단은 노동조합에게 구조조정 각서를 써야만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의 목을 죄고 이를 앞세워 자본은 1,377명 해고, 임금 20% 삭감 및 각종 복리후생 축소, 조합활동 제한 등 단협 개악안을 내놓고 있다. 
 
싸우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자본은 노동자들의 귀에 대고 “쌍용차를 봐라. 싸워봤자 손해는 노동자들이 본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쌍용차투쟁이 노동자에게 가르쳐 준 것은 “함께 싸우지 않으면 자본의 앞잡이가 되어 내 손으로 동료를 쫓아내야 한다”는 비극이요, “설사 살아남아도 인간이 아닌 노예”인 삶이요, “노동조합은커녕 관리자들의 감시와 통제로 점철된 현장”이라는 잔인한 자본의 실체다. 여기에 정리해고는 시작일 뿐, 계속되는 고용위협과 노동강도 강화 등 구조조정은 계속된다. 자본의 속삭임에 주저하거나 동요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0년 전국 곳곳에서, 모든 산업 업종에서 구조조정 공세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노조법 개악은 해고와 구조조정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자본의 무기다. 
결국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전면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알거지가 된 경영진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채권단에게 자금투입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자본가들에게 과거에 챙겼던 이익금을 토해내게 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다. 죽은 자와 산 자를 뛰어 넘을 때, 전체 노동운동이 전국적 연대전선을 구축할 때, 비로소 이 투쟁은 쌍용차 투쟁이 넘지 못했던 고비를 넘을 수 있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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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한가?

 

2010년 들어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MB가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BBC 인터뷰(1월 29일)에서 MB는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서해NLL상의 해안포 사격 사태가 벌어진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자, 이전과 다르게 남북정상회담의 전제(북의 핵포기)와 의제(국군 포로문제, 납북자문제)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시기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MB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MB 발언에 뒤이어 남북은 2월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열고,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 문제)를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이후 금강산?개성공단 실무회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제 남북관계는 바야흐로 대결과 경색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정상회담, 국면 전환용 카드만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가능성을 시사한 MB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소식일까? 아니다. 작년 김대중 북한특사조의단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고, 10월~11월에는 남북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와 시기, 장소를 놓고 남북간 비밀접촉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관계 개선에 MB정부가 나서게 된 배경과 그 의도가 무엇인가’다. 

우선, MB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은 정국의 핫이슈였던 ‘세종시’ 문제를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6월 지자체 선거 전에 성사된다면 한나라당의 지자체 선거 승리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선거 이후에 성사된다 하더라도 이제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게 될 MB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MB의 이것 외에 더 큰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북미간 물밑협상’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 북에 던질 카드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조약 체결, 대북 경제지원’ 3개항을 동시에 실현하는 안을 준비 중에 있다. 또 올 6월 안에 평양에 무역대표부 설치를 추진 중이다. 즉, 올 해 안에 북미관계 진전과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MB의 정상회담 추진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은 여기서 소외되거나 뒤쳐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MB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마냥 휩쓸려 다니거나 규정당한다는 주장은 일면적 해석이다. 여기에는 남한자본의 이윤욕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크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남북경제교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죠. 북한의 저임금과 자원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더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작년에 보고서를 낸 것을 보면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20~30년 후에는 G7과 맞먹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대통령 자문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김대식 사무처장)” 즉,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남한 자본은 북까지 남한자본의 새로운 착취와 수탈지로 삼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MB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은 북미관계 진전이라는 변화된 상황 하에서, 이 변화 흐름에 남한정부가 주변(종속)변수 신세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장악력을 강화하고, 남한 총자본을 위해 북한까지 재편해내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민주당이나 시민사회단체마냥 남북정상회담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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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북한의 경제위기가 한반도 정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다급함
2010년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의 국제질서가 새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4월에는 핵안보 정상회의, 5월에는 NPT평가회의가 예정돼있으며, 6월에는 한국의 지방선거, 7월에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이러한 일정들은 각 나라의 국정운영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미중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월 6일 방북했으며, 2월 9일에는 유엔 사무총장의 대북특사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방북하였다. 또한 2월 6일에는 재미 대북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이 억류 43일 만에 풀려났다. 또한 남북간 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예상케 한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다급한 내부사정 때문이다.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39호실(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처)금고까지 바닥이 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제난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해 11월 단행된 화폐개혁 역시 당국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화폐개혁 직후 ㎏당 20원 하던 쌀값이 현재 240원대로 폭등했다. 환율도 달러당 30원에서 400원까지 치솟았다. 3000원 남짓한 북한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물가다.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모든 생필품을 국영 상점과 배급을 통해 조달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자 공급 능력이 북한 전체 필요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 북한 물가가 폭등했다. 이 때문에 개인들의 시장 거래를 제한했던 북한 당국이 최근 거래를 묵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농산물만으로 거래가 제한됐던 종합시장에서도 공산품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최근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지됐던 달러 거래도 다시 이뤄지고 있다. 
 
유화적 태도는 북한의 경제위기 때문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북한 노동당 간부도 줄줄이 물갈이되고 있다.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이 전격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관리 부서인 39호실 책임자도 교체, 당 재산과 자금을 관리하는 재정경리부 부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지만 최근 들어 한광상 제1부부장이 사실상 부장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최익규 당 영화부장도 화폐개혁 홍보 실패로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물자 부족 그리고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주민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서는 물자공급 통로인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왕자루이 방북초청이나 개성·금강산 관광 실무회담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등은 결국 물자와 ‘달러박스’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북한이 유엔 인사들을 초청하면서까지 제재완화의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달러 주 수입원인 무기 수출이 차단되면서 북한의 ‘달러 가뭄’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부 권력승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난이 심화되고 내부 동요조짐이 커질 경우 2012년을 목표로 하는 강성대국 건설은 물 건너가고, 결국 안정적인 권력이양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가 어떤 수준으로까지 전환될 지는 미지수다. 대북제재 해제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요구하는 북한이 단번에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성인 (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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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관련국들의 행보와 한반도

 이기적 행위자인 국가에 맞서 이들을 억제하는 노동자민중의 연대 구축 


미, 중 등 주변국들의 변화는 6자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 6자회담 탈퇴 등으로 동북아 정세의 급격하게 냉각기에 접어든 후 최근 잇따른 미, 중 등 주변국 행보로 6자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가능성마저 흘러나오며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가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한반도의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동북아 제 국가들과 6자회담의 가능성
동북아시아는 북한의 제 1차 핵 실험 이후 역내 국가들의 적극적인 6자회담 참가로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화 국면을 깨고 지난 해 4월,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한다. 갓 취임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국제무대 첫 데뷔(프라하 선언)를 망친(?)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했다.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해 한국정부를 비롯한 일본과 미국정부는 즉각적으로 UN 안보리 제재안을 요구했고 의장성명 채택으로 이어졌다. 이에 북한은 즉각적으로 6자회담 보이콧을 선언하고 2차 핵실험까지 단행하며 역내 안보관계는 급격히 긴장상태로 접어든다.
그런데 다자안보협력에 비협조적이었던 미국 안보정책은 부시 2기 행정부 말기부터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 북핵문제의 대두, 세계금융공황의 도래 등과 같은 문제는 동북아 역내 미국 패권약화가 그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오바마는 그 동안의 임시적인 대화장치를 뛰어 넘어 새롭고 항구적인 아시아 집단안보체제(new and lasting framework for collective securituy in Asia)를 만들어 간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다. 즉,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높이면서도 초국가적인 위협에 맞서는 지역 틀을 만들어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관리해 나간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 대표적 예가 아마도 클린턴 힐러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일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對동북아, 對북 정책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 장관이 서울행 기내에서 핵 확산 금지를 위한 공동노력을 부탁하며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의견을 갖고 있으나 이것이 공동의 책임이 되길 원하며,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그들이 생각하는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 직접 듣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한국에게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미국의 정책을 따라오라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이는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Grand Bargain’발언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단 한번도 ‘Grand Bargain’이란 표현을 언급하지 않은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측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이명박 정부는 대북문제에 대한 전권을 미국에게 위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정부의 PSI 전면참여 번복 사건이 대표적 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자주외교를 들고 나온 일본 민주당의 집권으로 미·일간 정책혼선이 예상됐다. 실제 민주당은 의도적으로 자민당의 상징인 ‘미·일 동맹’대신 ‘미·일 관계’를 사용하며 미군재편비판과 기지문제를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2009년 하토야마 매니페스토에 이르러 「미일지위협정의 개정을 제기하고 미군재편 및 재일미군기지의 위상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임한다」며 對미 입장은 점차 추상화되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 오자와 간사장의 리베이트 사건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 쓸데없이 미국과의 관계를 부담스럽게 가져갈 가능성은 더욱 낮다. 
한편 역내 국가들 중 가장 오래 전부터 동북아 안보협력을 주장해온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그 동안 6자회담을 중재해 오며 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중국은 안정적인 경제발전과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반대하거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UN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미·중 공조를 중심으로 한 역내 안정모색이다. 지난 11월 미·중 정상회담 직후 양국공동성명에서 중국의 태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북한은 자국의 체제안보를 미국이 보장하는 형태로 북·미 평화협정체결을 통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6자회담을 통한 다자간 안보협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간의 신뢰 구축 및 역내 국가 간 정치·군사적 불신 해소를 더 중시하고 있다. 주목해볼만한 점은 북한이 평화구축을 위한 논의에 있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명시적 안전보장 및 관계정상화로 주한미군의 위협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바라보기 때문이다. 
 
6자회담 성사와 동북아 평화구축을 향한 갈림길에서
현재 동북아는 안보리 의장성명과 이에 대한 북한의 강경모드 이후,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결과가 6자회담의 돌파구를 만들어 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북한이 중국과의 교감 이루어질 경우, 6자회담 성사에 큰 장애물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6자회담 재개와 동북아의 평화 구축 여부는 미국의 의지, 중국의 중재노력, 북한의 정치적 안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내 평화구축의 길에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6자회담이라는 틀도 역내 국가들의 세력균형에 의해 형성된 틀일뿐 합의사항에 대한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이기적 행위자인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큰 안보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MD체제를 둘러싼 미-러, 미-중간의 잠재적 갈등은 이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푸틴 총리는 MD계획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략무기감축협정을 갱신할 경우 미국의 MD도 포함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그 예다. 이에 더해 최근과 같이 미국이 한국에 대해 MD계획참여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경우, 역내 안보상황은 고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 이기적 행위자인 국가에 맞서 이들을 억제하는 역내 평화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연대구축이 필요하다. 예컨대 가)역내 평화구축을 위한 노동자민중의 대안적 6자회담은 어떨까. 오히려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는 국가간의 논의보다 더 빠른 길이 될 듯싶다.
이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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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문] 모든 혁명적 사회주의자들과 선진노동자 동지들에게!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결성에 함께 나아갈 것을 제안합니다!


사노준은 노투련, 사노련과 함께 공동의 당 건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고 지난 1월 말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건설을 합의했습니다. 이에 당 건설에 동의하는 제 활동가들에게 공식적인 제안문을 제출합니다. 
아래 게재한 제안문은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사노위’ 활동 방향 및 정치원칙, 경로와 일정 등을 요약한 것입니다. 전문은 홈페이지(spt.jinbo.net)에서 볼 수 있습니다.  
 
1.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로 나아갈 때다! 
 
1)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공황이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겉으로는 다소 완화되는 듯하지만, 이는 세계 각국 정부가 허겁지겁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마약효과이자 착시현상일 뿐이다. 지금 닥친 위기는 일시적이고 부분적 위기가 아니라 전반적이고 총체적인 위기이다. ‘역사의 종말’,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노동자혁명의 시대가 격렬하게 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 지배계급 자신이 먼저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본주의 자체는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야만적인 공격을 퍼부어 대공황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그들 사이의 대립과 경쟁 구도에 노동자 민중의 삶과 생존권을 볼모로 잡아두려 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경제 위기 극복’은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민중을 향해 벌이는 전쟁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이윤 중심의 생산체제가 계속되는 한 위기는 더욱 확대되고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의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자본주의 자체가 철폐되지 않는 한, 세계대공황의 전개는 다시 한 번 ‘야만과 전쟁의 시대’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을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사회주의 혁명이 절박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구체적인 가능성 또한 열어주고 있다.
 
2) 20세기 세계대공황은 결국 5천만 명을 살육한 2차 세계대전을 만들어 내며 노동자계급과 인류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안겼다. 그러나 동시에 20세기 세계대공황은 1930년대 미국·프랑스·스페인에서 가장 거대한 노동자투쟁의 물결이 펼쳐지는 토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 그리스와 프랑스 그리고 동유럽, 중국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과 규모로 노동자투쟁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세계대공황은 전 세계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노동자투쟁의 거대함이 곧바로 노동자계급의 위대한 전진과 승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만일 노동자계급 운동이 결정적인 정치적 약점들을 여전히 안고 있다면, 거대한 노동자투쟁조차 크나큰 패배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지도력이 노동자계급이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제시해 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노동자투쟁이라 할지라도 자본가계급 안에서 집권세력을 교체하고 지배방식을 바꿀 뿐, 본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결과만을 남긴 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너무 늦지 않게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투쟁에 떨쳐 일어설 것을 일차적으로 요구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가 건설할 당은 노동자투쟁에 전투적인 지도력을 제공하고, 나아가 노동자투쟁을 자본주의 철폐와 사회주의 혁명으로까지 올곧게 인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회주의 혁명정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지금 세상 모든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 아래 있다. 모든 것을 다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노동은 자본에 포섭되어 신음하고 있다. 자연은 자본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를 철폐하고 생산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를 세울 수 있음에도 노동자 민중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억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실업, 가난, 노동의 소외, 낭비, 생산력 파괴, 억압, 불평등, 환경 파괴, 자연재해 등 더러운 오물들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자본주의 국가는 스스로 이 오물들을 청소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썩고 더 커다란 오물더미를 인류와 자연 앞에 매일 토해낼 뿐이다. 세계대공황은 그 단적인 증거다.
몰락하지 않기 위한 자본과 부르주아 국가의 발악은 잔인하고 교활하다. 그래서 뭔가 중간이 없을까를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계급타협’, ‘복지국가’, ‘사민주의’ 정도가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자본과 노동 사이에, 부르주아 국가와 노동자권력 사이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 그 어떤 중간 지점은 없다.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무덤에 처박아야 한다. 그건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살아  남고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다. 인류가 역사적 진보를 지속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사회주의가 그것이다. 소위 현실사회주의라는 스탈린주의 체제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 세상으로서 사회주의 말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부르주아 국가 자체를 문제 삼는 노동자 민중의 혁명적 진출, 바로 그것이 현 시대의 역사적 과제다. 지금 정세는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을 말 그대로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고통이 극심해지는 지금 정세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이 성공할 가능성 또한 동시에 열어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헌신성과 투쟁역량, 우리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결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개량주의 노동자당과 노동조합 관료들에 맞서 벌여나갈 노선투쟁을 통하여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의 정당성을 입증해나갈 것이다. 
 
4) 2008년 하반기 세계적인 수준에서 대공황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자본주의 모순이 매우 심화되어 왔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이후 계속해서 펼쳐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다수 노동자 민중의 삶을 점점 더 벼랑으로 내몰았고, 그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해 경제를 살릴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점이 너무 일찍 드러나면서, 집권 세 달 만에 ‘촛불항쟁’이라는 도전에 맞닥뜨려야 했다.
미조직노동자들과 민중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졌던 촛불항쟁은 조직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이어지고 또한 결합되어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전면적인 투쟁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한 계급투쟁 발전을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조직해 나가야 할 혁명적 지도력은 아직 너무 미약했다. 그러나 촛불항쟁으로 드러났던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노골적으로 생존권을 박탈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마저 질식시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더 깊은 분노로 쌓이고 있다. 그리고 최근 쌍용자동차 투쟁이 보여주는 것처럼 조직노동자들 속에서도 조합원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활력이 다시금 꿈틀꿈틀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의 밑바탕에는 말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가 낳은 노동자계급의 고통스런 절망과 분노가 근본적인 동력으로 놓여 있다.
그런데 노동자투쟁을 부르주아 의회정치 속으로 가두려 하고 심지어는 민주당과 같은 부르주아 정치세력에게 갖다 바치려 하며 사회주의 혁명이란 대안을 향해 전진하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개량주의 노동자당과 자본주의의 공세에 시종일관 타협과 양보, 굴종으로 일관하고 있는 노동조합 관료들의 잘못된 지도력은 노동자투쟁의 발전을 곳곳에서 끊어놓는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오직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그와 함께 하고 안내할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통해서만 더 나은 세계를 향해 중단 없이 전진할 수 있다.
 
 
2. 마침내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1) ‘사노위’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운동을 전면화 할 것이다.
 
■ ‘사노위’는 일차적으로 전국의 선진활동가를 결집하고, 나아가 아직 합류하고 있지 않은 사회주의 세력들을 조직해나갈 것이다.
■ 개량적 진보정당이 아니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이 노동자계급의 대안이다.
■ ‘사노위’는 사회주의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2) ‘사노위’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투쟁의 대안지도력으로 서나갈 것이다. 
 
■ 노동자계급투쟁의 대안 지도력을 건설해 나갈 것이다. 
■ 노동자운동의 정치화와 계급화를 앞장서서 이끌 것이다. 
■ ‘사노위’는 공세적인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을 조직할 것이다
 
3) ‘사노위’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의 ‘강령’과 ‘규약’을 건설할 것이다.
 
■ 세계 사회주의 혁명운동의 전통과 정신을 강령을 통해 복원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 우리는 노동자계급과 함께 ‘강령’과 ‘규약’을 건설할 것이다.  
 
4) ‘사노위’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출범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전국의 사회주의투사들과 선진활동가들이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운동에 나설 수 있도록 조직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막중한 임무와 과제가 이것이다. 진보정당이 아닌 진짜 혁명적 노동자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과 언제 어디서든 달려가 만나서 토론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 사람이든 집단이든 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한 사람은 미래의 수십, 수백이 될 수 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창당추진위원회> 건설에 구체적 시점에 대해서는 물론 여러 견해들이 있을 수 있고, 충분하고도 진지한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사노위’의 공동실천 경험의 축적과 당 건설 투쟁의 방향과 조건을 둘러싼 회원 전체의 동지적 토론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나아가서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창당추진위원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강령, 전술, 조직상의 노선에서도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과 노선에 입각한 확고한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 ‘사노위’ 중앙추진팀은 다음의 기본 원칙을 제안한다. 
 
1)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과 노선에 입각하여 강령, 전술, 조직상의 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을 추진위 전환의 기본 요건으로 한다. 강령, 전술, 조직상의 통일은 “강령안”과 “규약안”의 마련으로 구체화한다. 
2) 위 기본 요건을 확보할 경우 기존 조직들은 해산한다. 이때부터 ‘사노위’는 강령, 전술, 조직상의 통일에 입각한 단일 조직으로 운영한다. 
3) 기존 조직들의 해산과 동시에 추진위 전환을 할 것인지, 아니면 선진노동자들 사이에서의 실천적 권위 확보 문제를 고려하여 차후에 전환할 것인지는 그 시점에서 ‘사노위’ 전체 성원의 판단(총회)을 거쳐 결정한다.  
4) 한편으로 강령위원회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 다른 한편으로 ‘사노위’ 출범 시점에서 정치노선, 조직편재, 사업방향을 세워내기 위해서, ‘사노위’ 출범준비 과정에서 ‘사노위’에 참가하고자 결의한 모든 동지들이 전면적인 정치적 토론을 조직한다. 이 정치적 토론을 통해 합의된 입장은 ‘사노위’ 출범 시 ‘사노위’의 공식 정치적 입장으로 확정해 정식화시키고, ‘사노위’ 출범 시까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부분은 ‘차이’로 공개화해서 이후 ‘사노위’의 전체 토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노위’ 정치원칙 
1)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
- 노동자계급 정당
- 무지개 좌파연합당 거부
- 의회주의 수권주의 거부하는 혁명정당
- 노동자 국제주의, 세계혁명노선 수호
- 당원이 당 기구중의 하나에 반드시 속하고, 당 활동의 주인이 되는 민주적 정당
 
2) 노동자계급 자기해방으로서의 노동자 권력(대체권력) 수립
-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만 쟁취
- 부르주아국가 체제 내에서의 집권이 아닌, 부르주아 국가체제를 철폐하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직접권력(소비에트, 코뮨, 레테 등)
 
3) 사회주의 정치활동 전개
-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으로 해소되지 않는 사회주의 현장분회 건설
- 현장, 지역, 전국 수준의 사회주의 정치활동 전개
- 강령(이행요구 포함)에 입각한 노동자 투쟁 조직화
- 사회주의혁명운동의 관점에서 여성, 생태, 소수자 문제 포괄
 
3. ‘사노위’는 다음과 같은 원칙, 경로, 일정을 통해 건설하고자 한다. 
 
1) 우리는 ‘사노위’ 결성시점까지 다음과 같은 방향 하에 준비를 할 것이다.
 
첫째, 정치적 준비를 할 것이다. ‘사노위’ 결성 과정에서 간담회와 내부토론회 등을 통해 정치적 토론과 논쟁을 벌이면서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과 노선의 기본 핵심에 대한 통일성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둘째, 조직적 준비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노위’를 결성하는 데서 기존의 여러 조직들의 결합만이 아니라, 전투적인 선진노동자 동지들의 결합도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선진노동자 동지들이 ‘지역추진모임’으로 결합하여 ‘사노위’ 결성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셋째,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과 노선의 기본 핵심을 동의한다는 것이 단지 말로만의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타나고 그럼으로써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 사이에서 그리고 전투적인 선진노동자들 속에서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밟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준비 작업들을 통해 우리는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에 나서려는 모든 동지들이 ‘사노위’ 결성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 ‘사노위’ 결성의 원칙
 
■ ‘사노위’ 결성에 동의한 3조직 성원과 3조직에 속하지 않는 전국의 활동가가 같이 동등한 주체로 참여, 활동. 내용적으로는 조직 단위로 또는 개인 자격으로 결합할 수 있겠지만, 형식에 있어서는 모두 개인 가입 형태를 취함.
■ 3조직에 속하지 않은 전국의 활동가는 ‘제안문’에 대한 기본적 동의를 통해 일단 결합하되, 최종적으로는 3조직 성원과 마찬가지로 ‘출범 문건’에 대한 승인을 거쳐 확정
■ 3조직 성원을 포함한 전국의 활동가들과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성
 
3) ‘사노위’ 결성의 경로와 일정 
 
■ 중앙추진모임, 지역준비모임 구성과 제안
- 중앙추진팀 구성, 3월초까지 지역추진모임 구성 목표 
 
■ 지역, 현장 순회 간담회, 토론회 추진
- 지역추진모임 주관으로 ‘사노위’ 소개 및 제안문에 기초한 간담회 진행
- ‘사노위’ 참여를 결의한 인자들을 대상으로 ‘사노위’의 ‘자료집’(정치방침), ‘사업계획’과 ‘회칙(체계, 조직편재, 재정 등)’에 대한 순회
 
■ ‘사노위’ 창립 총회
- 4월 11일을 목표로 추진
 
오늘 우리가 드리는 제안을, 모든 (혁명적) 사회주의자들과 전투적인 선진노동자 동지들이 진지하게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우리는 동지들과 함께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한 길로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0년 2월 9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제안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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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정치

 문화예술위원회의 혼란

문광부 소속 문화예술위는 이상한 이중권력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취임한 김정헌 위원장이 이명박과 유인촌에게 해임됐다가 지난달 법원에서 해임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 다시 문화예술위원회에 출근하면서 두 명의 위원장이 동거하게 된 것이다. 이 혼란에 책임있는 문광부 장관 유인촌은 “재미있지 않겠어?”란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국가 권력이 스스로 무능함을 시인하는 모습이 재밌는 건 사실이지만, 이 재미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천박하다.
문화예술위는 국가, 지역, 계급, 계층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공의 영역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모든 국가 기관이 인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더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정치권력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영역이다. 여기에 어떤 정치가 관계하느냐가 문제다. ‘어떤’은 철학의 문제다. 
 
이명박과 유인촌의 문화예술
노무현이 임명한 김정헌 위원장이 MB와 유인촌의 코드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표적 감사로 해임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 코드란 무엇일까? 다른 위원장인 오광수를 보면 안다. 문화예술위가 지원하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에 지원 조건을 내건다. 데모하지 말 것. 데모에 나간 적 있거나 데모할 성향의 사람이나 단체에는 이미 지원을 다 끊었다. 문화예술은 정치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이명박과 유인촌의 코드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문화예술
거슬러 올라가면, 문화예술이 정치에 길들여진 건 김대중과 노무현 시절이다. 문화예술을 끔찍히 사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 군사 정권에 숨죽이던 재야 문화예술인들을 양지로 불러들였던 것이다. 문화예술을 정치에 복종시키진 않았지만, 정치에 길들였다. 문화예술의 정신과 철학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약해졌다. 지원없이 문화예술하려니 나이도 들고 힘도 들어 데모 안하고 지원받는 문화예술인들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건 김대중과 노무현의 코드다.
 
그러면 사회주의 문화예술은?
역사적 사회주의의 경험에서 초기 혁명기에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혁명을 지지하고 열광했다. 사회주의 정치가 문화예술을 길들이거나 복종시키려 하기 전에 먼저 지지하고 열광했던 그 한때는 좋은 시절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오래 가진 못했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김범우가 인민군 종군기자였다가 중도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당이 강요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사회주의 정치도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치, 이명박과 유인촌의 정치와 다르지 않았다.
 
문화예술의 정치
김정헌 위원장이 법원으로부터 해임 효력정지 결정을 받은 것과, 그래서 다시 출근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원의 결정은 이명박과 유인촌의 정치가 패배했다는 의미지만, 만신창이가 된 문화예술위와 김정헌 위원장이 복원된 것은 아니다. 다시 출근하는 것은 그가 앞으로 문화예술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떠나 문화예술인의 정치를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문화예술이 더이상 정치에 휘둘리게 둘 수 없다는 표현이다.
정치가 문화예술하는 것과 문화예술이 정치하는 것의 차이다. 러시아 혁명기에 볼셰비키에 가담했던 시인 마야꼬프스키는 혁명기에 이런 시를 남겼다. “러시아의 정치여, 영원하라! 예술이여, 정치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라!” 그리고 그는 예술의 자유가 사라졌을 때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길, 자살을 선택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21세기가 되어 사회주의자들도 문화예술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사회주의 정치가 어떻게 문화예술할 것인지의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제 문화예술을 배우고 익혀 문화예술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문화예술가를 죽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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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디액트…

 


미디액트 수강생인 김태화님이 직접 만든 가툰이다. 
문광부 소속 영화진흥위원회는 그냥 이명박, 유인촌 코드다. (사)독립영화협회에서 영진위에 위탁받아 운영했던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을 이렇게 날리는데 2년 걸렸다. 이명박이 당선될 때부터 이런 결과를 걱정했고,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아쉬운 점은 이런 결과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2년 동안 (사)독립영화협회 관계자들은 너무 눈치만 본 건 아니었나 싶다. 지금 미디액트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수강생과 회원들로부터 탈퇴와 개인 정보 삭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새 사업자도 회원들을 얻을 수 없지만, 옛 미디액트도 회원들을 잃게 되었다.
문화예술 운동을 공공영역으로 확장했던 미디어 활동가들의 투쟁의 경험과 실력은 여기까지였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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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균형

 

어슐러 K. 르 귄 읽기 3
 
어스시의 세계
넓은 바다, 작은 섬들의 세계. 헤인의 우주보다 보잘 것 없이 작은 곳에서 고작 수백 년의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놀라운 마법이 세계를 변화시킨다. 마법이라 부르는 그것은 어스시의 세계에서는 과학기술이다. 자연이나 생명 곧 마법을 걸 대상의 본질과 원리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 어스시의 마법이다. 본질은 이름이고, 원리는 주문이다. 대상의 진정한 이름을 찾고, 이름을 불러 소환하고, 적절한 주문을 걸어 변화시키는 것이 마법의 기본과정이다. 그것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마법사의 기예다. 마법사들에게 기예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다. 지혜가 풍부한 마법사들을 현자라 부른다. 
 
변화와 균형
어스시는 작은 섬들의 세계이기 때문에 다른 섬들과 교역하기 위해서는 항해술이 대단히 중요하다. 마법사는 배가 잘 항해할 수 있도록 마법풍을 쓰기도 하지만, 그 결과로 다른 곳의 기후 변화를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단히 조심스런 기술이다. 현자들은 폭풍우를 만들거나 없앨 수도 있지만, 웬만해선 자연에 저항하지 않고 감수한다. 반면에 사악한 마법사들이 가끔 등장하거나, 지혜가 모자란 마법사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빚기도 한다. 이런 구절이 있다. 
 
좋은 일을 하려고 할 때의 위험한 점은, 마음속으로 선한 의도와 실제로 잘 해내는 행위를 혼동하는 데 있다. 그것은 수달이 옌바나 강을 바르게 헤엄쳐 내려가면서 할 생각이 아니다. 수달은 속도와 목적지, 그리고 달디단 강물의 감촉과 헤엄치는 힘의 달콤함 외에는 별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수달이 된 그는 그대로 수달로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쾌적한 갈색 물속에 살아 있는 강물 속에, 언제까지나 수달인 채 있었으면…. 
- 제5권 어스시의 이야기들, ‘찾은 이’ 편에서
 
선한 의도를 가졌지만 일을 망치고서 자신이 부끄러운 나머지 도피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다. 다행인 것은 저 수달은 자신의 혼동을 깨달았기 때문에 결국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낸다. 그리고 가능한 만큼 일을 바로 잡는다. 그는 악에 대항하기 위해 수많은 마법사들을 찾아 모으는 훌륭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다. 자신의 실수로 죽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자신의 몸에 남은 상처로부터 평생 고통과 후회 속에 산다.  
르 귄이 강조하는 균형은 마법의 균형뿐만이 아니다. 주인공들이 성장을 보여줄 때는 꼭 고통을 동반시킨다. 좋은 결말 아래에 숨겨진 그 고통이 마음을 너무 후벼파서 르 귄이 미울 정도다. 그러나 그것이 르 귄 작품의 장점이다. 판타지라는 장르가 무색할 만큼 사실적이다.
 
감수성
여기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너무 큰 비약일지 모르겠다. 일군의 사회주의자들이 지금까지의 운동과 다른 질적 성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직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지 못한다. 다른 역사를 가진 사회주의자들을, 또는 지금까지 다른 운동이라 생각했던 여성주의나 생태주의 운동을 만날 것이다. 
현실을 아름다운 우화나 상상으로 비유하는 훌륭한 이야기꾼의 감수성과 현실의 고통을 이겨낼 냉철함의 균형을 갖춘다면 사회주의자들이 변화할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더 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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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

제1권 어스시의 마법사
어스시의 세계에서 가장 지혜롭고 위대한 마법사 새매(진정한 이름은 게드)의 성장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약간의 재능을 타고난 새매는 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또래 여자아이가 “나 이런 거 할 줄 아는데, 넌?” 하는 소리에 감당할 수 없는 마법에 접근하는 야망 가득한 소년이었다. 그래서 지혜로운 스승의 가르침 보다 로크 섬의 마법학교를 선택한다. 거기서도 끝내 동급생과 질투어린 마법대결로 치닫고, 너무나 위험한 어둠의 존재에게 쫓기게 된다. 쫓고 쫓기는 모험의 과정에서 마법사의 진정한 책임을 느낀다. 돌아 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어둠의 존재와 대면한다. 그 어둠의 존재는 새매의 다른 모습이었다. 
1권에서는 마법의 원리가 소개되고, 마법을 통한 세계의 변화를 제대로 책임지는 마법사의 자세가 그려진다.
 
제2권 아투안의 무덤
어스시의 변방 아투안은 마법사들의 힘보다 대지의 힘이 지배적인 곳이다. 대지의 힘을 숭배하는 사원의 대무녀는 아르하라는 소녀다. 아르하는 ‘먹힌 자’란 뜻이다. 자신의 이름을 먹힌 채 영원히 환생하는 대무녀의 현신이 아르하다. 원래 이름이 테나인 아르하는 어려서 부모와 헤어지고 시녀들과 환관의 지시에 사육당하는 불쌍한 소녀일 뿐이다. 아르하는 어느 날 지하 무덤의 미로 아래서 유물 도둑과 맞닥뜨린다. 도둑은 미로 속에 갇혔고, 아르하는 처음보는 도둑, 아니 남자를 훔쳐본다. 먹힌 자와 갇힌 자는 오랜 시간 동안 최소한의 대화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는다. 도둑은 새매였고, 유물은 옛 영웅의 평화의 상징인 룬이었다. 평화의 상징을 원래 있던 곳에 되돌려 놓음으로 전쟁과 약탈이 판치는 어스시의 세계를 평화롭게 하려는 의도였다. 
마법사 새매보다는 아르하의 운명과 자유의지의 대결이었다. 
 
제3권 머나먼 바닷가
새매는 그간 세계의 불균형을 손질하고 평화의 룬을 되찾는 등 많은 활약을 펼쳐 존경받는 대현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변방에서 마법사가 마법을 잃어버리거나 마법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며 어둠이 세계를 덮쳐왔다. 이를 일찍 알아차린 어느 섬 지역의 왕자 아렌이 새매를 찾아온다. 이들은 원인을 찾아 머나먼 여행길을 떠난다. 문제의 원인은 영생을 갈구하는 어둠의 마법사 거미였다. 세계의 균형이 무너져 아주 옛날 인간과 한 종족이었던 서쪽 바닷가의 용들도 말을 잃고 서로를 죽이는 일이 생겼다. 새매와 아렌, 그리고 나이 많은 위대한 용이 만나 삶과 죽음의 경계지로 간다. 겨우 세계의 균형을 바로 잡은 새매와 아렌은 용을 타고 로크 섬으로 귀환한다. 아렌은 800년간 비어있던 어스시의 중심인 헤브너의 왕좌에 오르고 모든 능력을 잃은 새매는 고향 곤트 섬으로 돌아가 은퇴한다.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제4권 테하누
르 귄은 1권 1968년, 2권 1971년, 3권 1972년,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1990년에 제4권 테하누를 출간했다. 게드는 고향에서 2권의 주인공인 테나와 노년을 보낸다. 테나는 부랑자들에게 버려져 불에 반쯤 탄 여자 아이 테루를 돌본다.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에 새로운 가족이 형성된다. 그러나 무언가 다른 테루에게 사악한 마법사가 접근하고 새로운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위기의 순간 아주 오래된 용이 등장해 사악한 마법사를 물리치고 테루를 자신의 딸 테하누라 불렀다. 이 작품에서는 르 귄이 그간 완벽하게 창조했던 마법의 세계에 의문을 던지며 그 마법보다 더 깊은 곳의 비밀을 드러냈다. 한편 3권까지 마법의 진정한 힘을 탐구하던 내용이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평을 받아들여 마법의 힘 보다 인간의 감성과 정신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여성주의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제5권 어스시의 이야기들
르 귄은 테하누에 ‘어스시의 마지막 책’이란 부제를 달았었다. 11년 뒤 자신의 어리석음을 고백하며 변화한 어스시의 세계와 새매 이전의 어스시 역사를 다룬 5편의 중단편을 묶어 발표했다. 현자들의 섬 로크가 형성되는 과정인 ‘찾은 이’, 마법의 힘을 넘어선 사랑과 예술, ‘검은장미와 금강석’, 새매의 스승의 이야기 ‘대지의 뼈’, 대현자 게드의 친구이자 숙적인 마법사의 노년 이야기 ‘높은 습지에서’, 그리고 테하누의 자매 ‘잠자리’의 이야기들이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작품이 독자적인 세계로 변화할 수 있고, 작가는 그 세계를 겸허하게 탐험할 수도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제6권 또 다른 바람
남자 마법사들의 세계에 발을 들였던 여자 마법사 잠자리가 용이 되어 날아간 뒤, 그리고 테하누가 장성했을 때, 오지의 어느 떠돌이 마술사는 자신의 고통을 감당할 길이 없어 로크 섬을 거쳐 은퇴한 게드를 찾는다. 세계의 균형이 다시 무너지고, 서쪽의 용들이 인간의 토지를 침략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균열이 생긴다.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가진 자들과 용들이 헤브너의 젊은 왕을 중심으로 모인다. 동쪽에 날지 못하는 용들이 사는 곳의 공주도 헤브너의 왕을 찾고, 이들은 힘과 지혜를 모아 용과 인간의 비밀, 삶과 죽음의 비밀을 밝힌다. 환생하는 인간들, 죽음의 세계에 갖힌 영혼들, 그리고 용들은 다른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종교, 문화의 차이들 그리고 억압과 해방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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