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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최근의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민생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 정운찬 총리는 이날 방송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었다”면서 “자신감이 넘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셔서 많은 국민이 공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평가와는 달리 이날 이 대통령은 말바꾸기와 일방통행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세종시 원안추진 공약 왜 했나?
세종시 수정논란에 대해 MB는 대통령 당선을 위해 거짓을 얘기했음을 시인했다. “사실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표를 얻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지니 말이 바뀌더라구요” “당당하게 제가 말 못한 게 있죠”
이제 와서 고해성사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 구차하다. 수정을 넘어 이젠 행정기관 이전은 아예 백지상태로 되돌릴 태세다. 이게 원래 내 생각인데, 당당하게 말 못해 미안하다는 건가. 허위공약을 유포하고, 국가가 지역주민과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삶의 터전까지 떠나게 만든 사기를 친 셈이 됐는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부자감세?
여론조사에서 가장 잘못한 일이 부자감세라는 질문에 MB는 뭔가 오해가 있다는 표정으로 “기업하는 분은 이런 질문 안했을 것이다. 잘 아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말은 맞는 말이다. 돈 많고 기업하는 사람이 부자감세에 대해 무슨 질문을 하고, 비판을 하겠는가.
교묘하게 MB는 부자들 세금깎아 준 이야기는 빼놓고, 친서민 흉내내기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학자금 상환 변경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이해해달라는 이야기만 장황하게 되풀이했다. “아무튼 나는 기업이 잘되게 하는 것”을 이해해달라는 것인가. 이미 우리는 MB의 부자감세, 친기업 정책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청년실업, 눈높이를 낮춰라?
방청하던 여대생이 청년실업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지 말고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했다. MB는 이에 “낮추지 말고 맞추라는 것입니다.”라며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안하면 경험을 못쌓습니다”고 훈계를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연습을 많이 했는지, 말솜씨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눈가리고 아웅식의 답변에 불과하다. 스스로 밝혀왔듯이 MB 본인은 안해본 것이 없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는 게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청년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낳은 문제다. 눈높이를 낮추던 맞추던 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정부가 이윤을 위해 인력구조조정에 앞장서는 마당에, 청년들의 일자리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4대강 살리기?
MB의 거짓말은 4대강 사업에서 정점에 달했다. 방송이후 운하반대 교수모임은 “물을 가둔 시화호도 지금은 수질이 개선됐다”는 발언에 대해 “시화호는 물막이 공사 2년후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떼죽음하고 수질이 계속 악화돼 해수유통을 전면적으로 해 수질을 회복했다”며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라고 질책했다. “잠실과 신곡수중보로 가두어진 한강의 수질이 깨끗하다” MB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질이 오히려 나빠졌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강 복원 기술(수질개선 기술)은 세계 최고이며 보건설로 수질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발언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하천수질 개선을 위해 과거에 설치된 댐과 보를 철거하는 중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퇴적물로 강바닥이 높아져 해마다 홍수피해로 4~5조원이 들어간다”는 발언도 4대강 본류의 대부분은 지자체의 재정수입사업으로 준설을 한 관계로 오히려 하상이 낮아져 있고, 홍수가 난 곳도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방중소하천이라는 점에서 거짓말이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한마디로 국민을 무지몽매한 대상으로 여긴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훈시였다. 용비어천가도 아니고 그것도 거짓말까지 하면서, 두 시간 씩이나 그것도 생방송으로 지상파 3사를 포함 전국 35개 채널을 통해 전파를 낭비했다. 또 혹시나 하고 그 방송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짜증과 분노를 일으킨 피해는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 제발 이런 방식으로 소통할 거면 차라리 하지마라.
10여 년 전 경제대국인 일본을 뜨겁게 달궜던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자살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2,858명이다. 10만 명당 26명이 자살한 꼴이다. 지금도 하루에 35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10년 전 18.4명에서 41%나 늘어난 통계다. 이 같은 자살률은 2003년 이후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도 충격이지만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20-30대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1,000만명이 넘어섰다. 빈곤, 실업, 불안정노동의 문제가 생존에 대한 위협을 가중시킴으로서 ‘예측 가능한 미래의 희망’을 찾을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공세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 인간의 생존은 아랑곳없고 구조조정의 명목으로 노동자, 민중의 목줄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는 없으며 사회. 경제적으로 철저히 소외되어 있고 이들 스스로도 정치주체화 될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점이 절망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러나 한 사회적 테두리 내에서 삶에 대한 희망과 방안을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의 벼랑 끝에 밀려 강요받은 선택으로 생명을 버리는 행위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부터 이명박정권이 쏟아내는 정책들은 모순투성이 정책들이다. ‘대졸초임을 낮추고 잡쉐어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린다’, ‘공기업노동자는 잘라내고 민간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도 기만적이지 않는가!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지만 더 많은 불안정노동자를 양산하고, 고작 무기계약을 정규직이라고 역설한다. 내실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확충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하면 빈곤과 차별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명박정권의 정책전반은 부자, 재벌을 위한 정책일 뿐,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감안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부채가 60조나 증가하고 국채를 40조 발행함으로 발생하는 16조의 세수부족이 확인되고, 종부세, 법인세를 포함한 감세정책은 결국 재벌들의 감세로 빚어진 세수부족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민중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는 그 자체로 노동자민중 죽이기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소외된 노동자, 민중들이 인생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유명 연예인, 정치인의 자살과는 본질자체가 다르다. 또 허무주의나 이기적 성격이나 우울증, 사회모방현상도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기 보다는 더욱 깊숙이 절망의 수렁으로 자꾸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사회복지를 확충한다고 근본적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고 서민을 살린다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함으로서 근본적인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주의 모순으로 나타나는 비극적인 현재의 상황은, 분명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사회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차별과 빈곤의 문제를 ‘특정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몰아가는 속임수는 사각지대로 내몰린 이들에게 10개월짜리 행정인턴제와 비정규직이 희망이 될 수도 없고, 대안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임과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 속에 넘쳐 나는 모순이다.
‘고용없는 경제성장’이라는 신자유주의가 폐기되지 않고, 야만과 광란의 자본주의를 끝내지 않는 한 노동자, 민중의 삶은 절망에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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