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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명사전 발간
지난 11월 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 인명사전’을 발간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8년간 조사해 4,383명의 친일인사의 명단과 행적을 담은 이 ‘친일 인명사전’은 그 동안 친일논란의 핵심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지연, 안익태, 홍난파, 김동인, 서정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압제로 죽어간 조선 노동자, 민중의 숫자가 4백여만 명, 조선 땅에 들어와 활개 친 일본인 수가 8십여만, 거기에 기생했던 ‘친일반역자’가 1백 6십여만 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99%가 지식인이었다. 때문에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제국주의에 편승했던 반역자들이 공개적으로 밝혀지는 건 ‘과거는 살아 오르는 오늘’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애써 ‘친일인명사전’이라고 책 이름을 붙인 건 오히려 아쉬운 일이다. 사전에 들어간 자들은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 유린은 물론이고 억압과 탄압,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지 않았는가. 이들에게 친일파라고 하기보다 ‘인민의 반역자’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반대하는 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과거를 숨기고 싶은 사람들의 궤변
친일 인명사전이 발간되자 난리가 났다. 일본어를 배우는 것도,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도 모두 친일파냐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유명한 보수논객 조갑제는 “국가가 없었을 때 친일은 생존수단”이라며 정당성을 들이밀기까지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다면 ‘친일파를 비난할 권리조차 없다’며 자격시비까지 건다. 억지를 부려도 먹히지 않자 이번에는 마녀사냥을 준비하고 나섰다. ‘왜 친북좌파가 친일파보다 더 나쁜가’라며 ‘친일’의 반대말이 ‘친북’으로 둔갑하며 친일을 감추기 위해 친북좌파를 들이댄다. 심지어 뻔뻔해지기로 작정한 듯 ‘반공으로서 이미 친일을 극복했다’며 온갖 궤변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듯 ‘친북’과 ‘친일’을 반대개념으로 이해하는 건, 상식과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공의 대가로 안락을 누렸던 오랜 습성이 사고를 지배한 결과다. 또 법이라는 이름으로 공안의 독안에서 향응을 누린 자들이기에 일본, 미국의 공산당과 유럽전역에 숱하게 존재하는 사회주의정당들이 한국에만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주주의 후진국인 한국사회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는 것도 그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친북좌파사전’을 만들겠다고 한다. 선정기준은 “북한노선을 고무, 찬양 선전동조자와 민중권력, 노동자권력 수립을 주장하는 자와 민중민주주의, 사회주의 실현을 선동한 자”란다.
국제적 망신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북좌파인명사전’의 발간하겠다는 주장 속에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대응의 의미도 있으나 이명박 정권의 사찰과 공안체제 구축이 눈에 보인다.
‘과거사진상규명’을 통해 밝혀진 많은 간첩단 조작사건이 ‘국가정상화위원회’에 이름을 올려 놓은 바로 그들에 의해 조작됐다.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노동자민중을 때려잡은 바로 그 당사자들이 다시 노동자민중을 때려잡을 책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공안체제를 구축해야만 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책을 만들겠다면 반대해도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명심해 둘 일이 있다. 그 명단에는 오랜 기간 비합법조직에서 혁명을 외쳤던 수 십 명에 달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민중권력쟁취를 주장하다가 현재 이명박 정권에서 제2인자를 자처하는 자는 물론이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하며 활동했던 한나라당 소속의 도지사를 그 명단에서 빼면 안된다. 아마도 그들 밑에서 운동경력을 팔아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사전하나 만들 수 있겠다. 이 정도면 만들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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